석산 작가의 포토에세이- 섬 이야기 2

진도군 조도면 읍구마을 길 산 너머 고개(나래 마을 방향)를 지나면 인적 드문 바닷가에 넓다란 부채모양을 하고 있는 몽돌 해변이 보인다.

안내판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이 몽돌 해변은 섬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외부인들은 잘 알지 못하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을 간직한 몽돌 해변이 펼쳐져 있다. ⓒ석산 진성영
무위자연(無爲自然)을 간직한 몽돌 해변이 펼쳐져 있다. ⓒ석산 진성영

뻥 뚫린 해안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대만족이었다. 차들이 다니는 도로 밑으로 몽돌 해변으로 가는 길은 구비구비 옛날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를 반긴다.

안내표지판이 없어 이곳이 몽돌 해변이라는 것을 무색해할 정도였다. 300여 미터 되는 몽돌 해변은 철썩거리는 파도에 더욱 운치가 있었다.

신발을 벗고 몽돌을 밟고 걸어가는 동안 저절로 발 마사지 호사까지 누릴 수가 있었다.

오랜 세월 파도에 휩쓸리고 찢긴 흔적들이 몽돌의 가슴 밖에 오롯이 박힌 채 오늘을 살아가는 크고 작은 형태의 몽돌들.. 얼마나 걸었을까?

잔잔한 파도가 물보라를 일으키는 지점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 움직이지 않는 몽돌 사이사이로 물결이 덮으면 은빛을 발산하며 또 한 번 자기들의 존재감을 드러 내는 이름 없는 몽돌.

파도에 휩쓸리며 찢겨 온 몽돌의 날들은 계속 되었다. ⓒ석산 진성영
파도에 휩쓸리며 찢겨 온 몽돌의 날들은 계속 되었다. ⓒ석산 진성영

몽돌 해변의 끝자락에 다다르면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화석층이 나를 반겼다. 퇴화되고 부식되어 가는 동안에 멋진 화석 조각을 만들어 내는 모습에 감탄사를 토해 낸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견뎌 냈을까? 화석층의 생성연대 백학기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깎아지르는 돌 틈 사이로 이름 없는 나무, 풀들이 자라고 지기를 반복하는 모습들이 참 신기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말 듯 서로를 의지하며 안간힘을 쓰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화석 조각들, 더 가까이 가면 갈수록 위엄을 자랑하는 화석의 자태 속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배운다.

몽돌 해변 끝자락에는 화석층이 형성되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석산 진성영
몽돌 해변 끝자락에는 화석층이 형성되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석산 진성영

자연은 매 순간 크고 작은 이야기를 담아내는 넘치지 않는 무한 그릇과도 같다. 자연은 살아 숨 쉬는 다양한 형태와 색의 조화를 하나로 연결해 주는 공감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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