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며칠 동안 눈물을 먹고 살았다. 새삼스럽게 또 무슨 눈물이냐. 故 김용균 군의 어머니를 볼 때마다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천금 같은 자식이 죽었다. 그것도 비명에 죽었다.

용균이의 죽음을 목격한 사람들의 말은 차마 옮기지를 못한다. 목과 몸이 분리된, 그 모습을 본 어머니. 용균이의 어머니는 위대한 어머니다.

표현할 방법이 없다. 안전시설만 최소한으로 갖추었어도 죽지 않을 수 있었던 스물넷의 청춘이다. 펄펄 뛰다가 죽어도 한이 풀릴 수 없다. 어머니는 국회를 지켜보았다. 너희들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

■자식이 뭐 길래

고 김용균 군의 어머니가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김용균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호소하고 있다. ⓒ 팩트TV 갈무리
고 김용균 군의 어머니가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김용균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호소하고 있다. ⓒ 팩트TV 갈무리

 

이승만 독재 시절 해공 신익희 선생이 호남선 열차에서 서거했을 때 이를 암살이라고 오해한 시민들은 경무대 앞에서 시위를 했고 경찰이 발포했다. 대학 1학년인 나는 현장에서 특무대(C.I.C)에 잡혀갔다.

소식을 모르는 부모님은 사방으로 찾았다. 15일 만에 겨우 나를 찾아 면회를 온 어머니의 입술은 거짓말처럼 새까맣게 타 있었다. 지금도 어머니를 생각하면 까맣게 탄 입술부터 떠오른다. 불효막심한 놈.

1981년 전두환 독재 시절 부산 대학생들의 독서모임을 빨갱이 조직으로 몰아 19명을 영장도 없이 잡아가 60여 일간 고문을 가했다. 집에서는 자식들의 행방을 몰랐다.

어머니들은 자식들의 시체라도 찾기 위해 영도다리 밑을 밤낮없이 헤매며 살았다. 이 사건을 맡은 당시 노무현 변호사는 고문으로 온몸이 새까맣게 죽은 대학생들을 보며 이를 갈았다. 그것이 인권변호사의 출발이었다. 어머니. 어머니. 또 눈물이 난다.

단장(斷腸)의 슬픔이란 말이 있다. 애끓는다는 말이 있다. 사냥꾼이 원숭이 새끼를 잡아갔다. 죽어라 사냥꾼을 쫓아간 어미 원숭이가 죽었다. 원숭이의 배를 열어보니 창자가 모두 타버렸다.

새끼를 그리다가 속이 타 죽은 것이다. 함흥차사란 고사가 있다. 이성계는 반역한 아들 이방원이 문안사(問安使)를 보낼 때마다 목을 벤다. 아버지 이성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이방원은 새끼 딸린 어미 말을 함흥으로 데리고 갔다.

묶어 놓은 새끼를 그리는 어미 말의 피울음이 이성계의 마음을 돌렸다. 그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천륜을 외면하는 인간들. 그런 인간들과 함께 살고 있다.

■어머니 마음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거 다할 겁니다. 용서할 수 없어요. 제가 지켜본 거 국민들에게 다 이야기할 겁니다. 저와 제 아들은 정말 법 없어도 살 정도로, 악한 짓 한 번도 안 하고 살았습니다. 그런 저를 왜 자꾸 악하게 만듭니까? 이 나라가 저를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다 잃었습니다. 우리 애 죽은 뒤로 더는 무섭고 두려울 것도 없습니다. 저도 하다 안 되면 죽으면 되니까. 그렇지만 남은 자식들은 살려야지 않겠습니까. 좀 제발 정신 좀 차려주십시오.

칼날 위를 걷는 것 같은 아찔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은 목숨을 잃었다. 위에 글은 김용균의 어머님이 한 말이다.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마음이라고는 생각지 못할 정도로 넓은 마음이다. 남은 자식들이란 언제나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조건에서 일하는 노동자(남의 자식이지만)들이다. 고개가 숙어진다.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한 산안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어제(27일) 고 김용균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고개를 들 면목이 생겨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왜 아들에게 면목이 서는가. 바다보다 더 깊고 넓은 모든 어머니의 마음이라 생각한다.

산안법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로 일하던 김 씨가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과 관련해 '김용균법'으로도 불린다.

'두 번 다시 우리 아들의 죽음 같은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산안법 개정안 처리를 애타게 기다리면서 간간이 입을 연 어머니의 말은 바로 법을 만든다는 국회의원들이 심장에 새겨들어야 할 말이라고 생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용균 군의 어머니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위로라도 하고 싶은 것이 대통령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 글을 쓰는 현재(12월 31일 새벽)까지 불투명이다. 이유는 차마 아니기를 빈다.

■자식 잃은 어머니 위로하는데도 조건이

어머니가 대통령을 만나는데 무슨 ‘딜’이 필요한가. 이런 저런 조건을 들어줘야만 만나 수 있다는 뒷얘기다. 할 얘기는 어머니가 대통령 만나서 하면 된다. 성사여부를 떠나 듣지 않을 대통령이라고 생각하는가.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의 말이다.

“제가 김용균 씨 부모님께 고언을 드리려고 한다”

“무조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김용균 씨가 원했던 것 당당하게 이야기하시라”

“부탁하고 요청하고 호소하지 말고 당당하게 말 하시라. 그게 김용균 씨의 권리였다”

“무조건 만나서 그 요구를 어떻게 실현할지 구체적으로 듣고 다음 만남 약속을 잡아 실현됐는지 점검하시라”

어떤가. 옳은 얘기 아닌가. 열악한 조건 속에서 목숨을 담보로 노동을 해야 하는 노동자를 위해 투쟁한 노총의 노력을 누가 모르겠는가. 그러나 ‘딜’을 조건으로 대통령과 만남을 만류했다면 그건 옳은 행동이 아니다.

바다보다 넓고 깊은 김용균의 어머님. 살아 있는 우리는 드릴 말씀은 이 말이다.

“어머니 실컷 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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