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작가 신호윤씨

흔히 낀 세대로 지칭되는 30대의 사정은 예술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밑으로는 신진으로 주목받는 20대에, 위로는 중견으로 자리 잡은 40~50대에게 밀린다. 특히 밥벌이가 안 되는 예술을 포기할 것이냐, 마느냐를 고민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그리고 광주라는 지역에서 30대 예술가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조명해보고, 그들의 고민과 바람을 들어보기 위해 비오는 봄날 오후 설치작가로 활동하는 신호윤씨(아래 사진)를 만났다.

“돈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합니다. 공공미술이든 조형미술이든 디자인이든 기회가 생기면 일단은 다 하지요. 돈은 벌어야 되잖아요. 그래야 살아남지요.” 이 땅에서 예술가로 살아가는 이들의 현실이다.

신호윤 작가는 전시기획자, 설치작가라는 이름보다 예술가로 불리기 원한다. 왜냐하면 두 가지 직업 모두 자신에게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작가로 사는 것이 빡빡하지만 그래도 나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시공부하면서 몇 년씩 백수로 지내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저희 나이 또래에도 집에서 구박받고 노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에 비하면 저는 축복받은 거지요. 더구나 각시가 간호사여서 돈을 버니까  저는 완전 축복받았지요”라고 호탕하게 웃는 신 작가는 93학번 조각가이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오후에 찾은 그의 비밀공작소. 선배작업실에 얹혀 지내다 최근 독립한 신 작가의 공간이다. 비밀공작소라는 이름은 은밀하고 뭔가 있어 보이고 멋져보여서 지었다.

신 작가는 최근 종이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작가의 작풍은 스스로 변하기도 하고, 주변의 자극에 의해 변화되기도 하는데 신 작가는 주변에서 일어났던 몇 가지의 사건들이 터닝포인트가 됐다.
 
종이작업을 시작한 것은 올해로 3년째, 이전까지 작업했던 광주 북구 양산동 창작스튜디오는 공간이 좁았다. 그 같은 작업 조건 때문에 북아트를 하게 됐고 또 종이작업도 시작된 것이다.

“본래 무얼 오래하는 성격이 못됩니다. 1년 이상 같은 재료나 주제를 다룬 적이 없는데 이상하게 종이는 달라요. 더구나 종이는 일단 재료가 싸잖아요. 그리고 가벼워요. 조각 작품은 하나 옮기는데 3명 이상이 달라붙어야 하지만 종이로 작업하면 혼자 훌렁훌렁 다 옮기고 설치가 가능해요. 다루기도 쉽지요.”

신 작가는 자신있고 낙천적이고 적극적이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분명히 알고 또 그를 위해 노력하며 잘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요소는 다 갖춘 것처럼 보인다.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최선을 다하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살면 되지 않을까요? 비판은 하지만 비관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30대가 힘든 건 사실이지요. 참 어정쩡한 나이입니다. 개인전 1번 하면 화두가 어느 정도 성립된 작가로 보는데 작품은 팔리지 않습니다.

그래도 자신에 대한 홍보도 꾸준히 하고 포트폴리오도 수시로 화랑가에 돌려서 이런 작업을 한다고 알려야 합니다. 2~3시간 잠을 덜 자면 가능하지요. 어차피 40~50대 중견작가도 작품만 하고 살기에는 어려울 겁니다.” 

신 작가가 특히 고민하는 것은 나와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규정하는 한국사회이다. 그가 진단한 한국사회는 고도성장을 위해 기형적으로 발전했다. 문화는 소외당하면서 경제만 발전했으며, 한국 사람들의 마인드도 그렇게 변해갔다.

인간 내부의 발전은 무시당하고 외적인 발전 즉 보유자산, 자동차의 종류, 집의 크藪?같은 외관만 중시하며 나와 다른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 나와 다른 것은 틀린 것으로 세상이 나눠졌다.

“제 작품은 나와 다른 것이 맞다 틀리다로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다르고 다르고 다른 것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사회를 인정하자는 겁니다. 다르다는 것을 틀리다로 정의되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수상한 꽃'이라는 화두를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문화가 꽃 피운다’라고 하잖아요. 이를 통해 한국 문화가 갖고 있는 형태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종이 살 돈이 없거나 사러가기 귀찮으면 그때 그때 주변에 있는 종이를 활용해 작업하기도 한다는 신 작가. 상상력이 풍부해져서 만화책을 좋아한다는 신 작가는 한국적 정서를 담기 위해 지금 이 시간도 종이와 씨름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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