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군부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한국의 민주화운동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미얀마 민주화운동가가 한국의 대학원에 입학했다.

주인공은 미얀마 군사정부의 탄압을 견디다 못해 한국으로 피신했다가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미얀마 민족민주동맹 한국지부 총무 내툰나잉(38)씨. 그는 26일 성공회대 아시아 시민사회 NGO 대학원 과정에 입학했다.

그의 반독재투쟁 역사는 미얀마(당시 버마) 랑구대학교에서 시민학을 전공하던 198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때는 필리핀과 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전역에 불던 민주화 열풍의 영향으로 버마에서도 민주화 기운이 싹트던 시기였다.

군부독재정권에 저항한 그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대학교 폐교로 학업을 중단한 그는 고향 에이메에서 민주화 시위를 이끌었고 그 결과 두 달 동안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4년 뒤 대학이 다시 문을 열었지만 경찰의 계속되는 감시와 탄압으로 공부를 더 이상 계속 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아버지는 "국내는 위험하니 다른 나라로 가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아버지의 조언을 받아들여 미얀마와 비슷한 역사를 지닌 한국의 군사정권 타도 과정을 배우고 싶은 생각에 1994년 한국에 입국했다.
그러나 사회학을 공부하면서 민주화 시위가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배우려던 내툰나잉씨의 한국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경기 부천시의 한 공장에서 일하며 학비를 모았지만 비자 만료시점인 1996년부터 불법체류자가 돼 당국의 추적과 감시를 받아야만 했던 것.

날마다 도망 다녀야 했던 그는 1999년 미얀마 친구 2명이 불법체류자로 적발돼 강제출국 당하는 것을 보고 승부수를 던졌다. 언젠가는 붙잡혀 추방될 바에야 차라리 한국정부에 불법체류 사실을 신고하고 신변보호를 요청하기로 결심한 것.

그는 2000년 5월 난민 신청을 했고 3년 뒤 난민 지위를 얻을 수 있었다. 이후 미얀마의 민주화 과정에 관심이 많았던 박은홍 성공회대 교수의 소개로 NGO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다는 그는 "13년 만에 다시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는 소식에 아버지가 가장 기뻐하셨다"면서 고향에 있는 가족 생각에 눈물을 흘렸다.

그는 "미얀마처럼 한국도 식민지배와 군부독재 등 근현대사의 공통점이 많은 것으로 안다.대학원에서 배울 지식이 미얀마의 민주화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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