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 때면 연례행사처럼 메스콤마다 다투어 교복 값에 대해 들먹인다. 그러나 며칠 지나고 나면 뾰족한 대안도 없이 잠잠해지고 만다. 올해는 너나없이 ‘70만 원대 교복󰡑이라는 제목으로 떠들다가 역시 한바탕 소나기가 지나간 뒤처럼 조용하다.


  가뜩이나 아이들 교육에 허리가 휘는 판에, 이제 70만 원대 교복을 입혀야 한다는 사실은 실로 우울한 충격이었다. 전국이 요동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실제로 70만 원대 교복을 입는 학교는 서울에 있는 대원외고뿐인데도, 매스컴마다 70만 원대 교복만을 부각시키기에 급급한 탓이었다.


 올해 남학생 교복은 23만 원에, 여학생 교복은 27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70만 원대 교복을 들먹이니, 결과적으로 23만 원대의 교복은 저렴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성공한 셈이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시선을 끌어당기는 매스컴이 한몫 톡톡히 거든 격이다.


 그러니 그 선정적 여론몰이 속에 상대적으로 한결 저렴하게 느껴지는 23만 원대 교복 가격도 알고 보면 상당한 거품을 물고 있다는 사실이 유유히 숨어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언론은 늘 한 꺼풀 벗기고 그 이면을 들여다보아야 후회가 없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입고 있는 유명브랜드 교복의 값을 보면 상의 11만원, 바지 5만5천원, 와이셔츠 3만원, 조끼 3만5천 원으로 모두 합하면 23만원이다. 여벌로 바지와 와이셔츠를 한 장씩 더한다면 31만5천 원이 된다.


 교복 업체인 󰡐아이비클럽󰡑‘SK스마트󰡑󰡐엘리트학생복󰡑세 곳 모두 같은 가격 대에 판매한다. 그러니 담합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교복업체들의 담합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고 하는데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일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학교에 따라 교복 착용 시기를 탄력적으로 적용해줄 것을 당부했다. 광주시교육청에서도 교복 구매에 따른 학부모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처로 중, 고등학교 신입생 교복 착용 시기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5월로 1~2개월 늦춰줄 것을 일선 학교에 시달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안도 없이 뒷북치듯 막연히 하달된 지시만으로, 이미 신입생 배정 때 교복 자율 구입 통지문이 나간 상황에서 몇 학교가 참여할 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일찍 눈뜬 교육소비자연구원 나정숙 원장은 2001년 YMCA이사 시절부터 교복 공동구매와 가격입찰제를 추진하여, 현재 광주에 소재한 중학교 25개교와 고등학교 10개교가 입찰 방식을 택하는 데 앞장서 왔다.


 나 원장은 “중학교의 경우 3월 말부터 운영위원회 중심으로 추진을 하지만, 고등학교인 경우에는 10월부터 다음 신입생을 위한 공문을 보내고 차후 협의에 들어간다”고 공동구매과정을 설명 했다. 나 원장은 “입찰에 이르기까지는 학생, 학부모, 학교, 시민단체의 네 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공동의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학부모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6년 전부터 가격 입찰제를 도입한 광주고등학교의 경우, 신입생들은 시중에서 23만 원 하는 교복을 반값인 11만 5천 원에 구입한다. 대형교복업체들은 옷감이 좋지 않다는 핑계를 대며 입찰을 방해하지만 세탁기에 빨아 입혀본 결과 질감도 좋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장 올해 신입생부터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교복을 구입할 수 있도록 다각도에서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해봐야겠지만, 내년부터는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충분한 시장조사와 비교 검토를 통하여 구입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 같다.


 그리하여 좀 더 많은 학교에서 공동구매나 입찰제에 참여하여 교복 값을 낮출 수 있도록 해야겠다. 학부모와 학교, 시민단체, 학생들이 일체가 되어 노력한다면 대형교복업체들도 마음대로 폭리를 취하지는 못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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