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상 영화제 예심 출품작 7번째의 작품은 김두영감독의 클레멘타인이었다.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로 시작하는 서정적인 노래의 멜로디는 어렸을 적 筆者의 향수를 자극한 노래였다.

하지만 출품작 <클레멘타인>은 향수는커녕 한때 A급 할리우드의 액션스타였지만 이미 한물간 스티븐 시걸을 데리고 와 대한민국의 국기인 태권도와 접목시켜 영화를 기획할 생각은 누구의 발상이었을까?

심사에 참여한 전문심사위원들은 충무로의 원로급인 김두영 감독님의 작품인지라 기대를 걸고 심사에 응했다.그러나 영화가 흐를수록  작품 <클레멘타인>은 '태권도'를 소재로 액션과 드라마, 멜로와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가 혼재되어 있었다.

김기영감독의 辯에 의하면 이 영화는 존 보이트 주연의 1979년작 <챔프>와 그 큰 줄기를 같이 하려고 어린 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바로 중심 기둥이라고 하였다.

그런 까닭에 영화는 화려한 액션이나 코미디 보다는 어렸을 적 필자를 자극했던 그 애절한 음악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딸과 아비의 살아가기 위한 처절한 투쟁에 무게를 두는 듯 했다. 그 설정만 놓고 보자면 마치 <아이 엠 샘>의 그것과 비슷해 보일지 모르지만 두 영화 사이의 무게감이나 거리감은 너무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실제 태권도 세계챔피언을 3번씩이나 지낸 배우 이동준의 화려한 액션 연기나 중간 중간 치고 빠지는 코믹한 설정들은 그 장면만을 놓고 보자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내려줄만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장면들은 극의 흐름에 있어서는 오히려 장애 요소로 작용하고 말았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나름대로 진지하고 리얼하지만 이 역시 영화 속에 잘 녹아들지 않고 겉도는 느낌이 강했다는 심사위원들의 평이었다.

한마디로 <클레멘타인>은 복고풍의 관습적인 장르 영화를 표방했지만 장르의 적절하지 못한 혼합으로 오히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관객은 해피 엔딩을 위한 ‘상생의 연기’ 보다는 차라리 이미 한물갔지만 할리우드 액션 스타의 과감한 악역 변신을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관객들에게 임펙트를 주려고 도입부와 결말부에서 줄거리를 뒷받침하는 핵심 장면에 총 20분 정도 출연한 이미 우리 관객들에게 조차 한물간 “스티브 시걸”에게 기대를 건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영화는 진즉에  구성의 힘이 다하여 힘빨(?)을 잃고 있었다.우리는 여기서 또 다른 공부를 위하여 대충의 영화의 줄거리 살펴봐야만 한다.

영화는 시걸과 이동준의 대결 장면으로 시작한다. 배경은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결승.

한국 대표 승현(이동준 분)은 시종 우세하게 경기를 이끌지만 심판의 편파판정으로 패하고 만다. 그리고 심판의 애매한 판정으로 패배한 승현은 팀을 이탈해 라스베가스에 잠적한다.바로 그날 승현의 딸 사랑(은서우 분)이 태어난다.

그리고 현재 엄마 없이 보육원에 맡겨진 딸 사랑을 찾은 승현은 선배의 도움을 받아 강력계 형사로 딸과 함께 단 둘이 착실히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승현은 황종철(기주봉 분)이 이끄는 조직 폭력배의 수사도중 폭력 사건으로 인해 옷을 벗게 된다. 생계마저 위태로운 승현에게 황종철은 그의 딸을 미끼삼아 그를 조직으로 끌어들여 불법 이종 격투기 경기에 내보게 된다.

한편 강력계 검사인 민서(김혜리 분)는 황종철의 행적을 뒤쫓는 도중 죽은 줄로만 알았던 전, 애인 승현을 만나게 되고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랑이 자신의 딸인 사실을 알고는 승현으로부터 딸을 되찾아 오려고 한다.

하지만 미국 측 프로모터 토마스는 잭 밀러(스티븐 시걸)와 승현의 불법 매치를 위해 사랑이를 미국으로 납치하고, 승현에게 경기에 참가하지 않으면 딸을 가만 놔두지 않겠다는 협박을 한다.

결국 도박사의 협박과 꾐에 빠져 이종격투기 선수로 나서게 된다.이종격투기 분야에서 자리를 잡아갈 때쯤 시걸이 '도전장'을 던진다.
그동안 세계 최고의 이종 격투기 챔피언으로 성장한 시걸이 실력으로 이동준을 누르기 위해서다. 이동준과 시걸이 벌이는 혈투로 100분의 영화는 마무리를 짓는다.

<클레멘타인>은 태권도를 영화의 소재로 본격 도입하여 관객에게 실망을 주고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세계적으로 망신살을 당한 영화였다면 너무 심한 표현일까?

영화 <클레멘타인>은 액션과 함께 관객의 눈물까지도 목표로 삼았을 것이다.그러나 이동준과 김혜리 그리고 외동딸이 만들어내는 드라마 코드에 억지스러운 면이 너무 많아 관객들 어느 층에도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채, 처음으로 이 영화에서 제작과 동시에 주연까지 맡은 전, 대한민국 태권도 대표선수 이동준에게 자동차 한대만 남겨 둔 채 모든 재산을 다 가져가버렸다는 후문이 충무로에 돌았다.

여기에서 筆者는 충무로에서 통하는 불변의 진리 몇 가지를 열거해 보겠다. ‘흑인이 나오면 안 된다.’ ‘스포츠 영화는 수입하지 말라.’ ‘뮤지컬은 안 본다.’ ‘바보나 40-50대를 겨냥해 영화를 만든다.’ ‘미국에서 성공은 곧 국내 흥행의 보증수표’ ‘평론가들이 극찬하면 흥행에 참패한다.’ ‘잽싸게 히트작을 모방하라.’ ‘약삭빠르면 돈, 막차 타면 파산’

이 작품은 아마 ‘잽싸게 히트작을 모방하라’는 대목의 불변의 진리에 힘입어 <챔프>나 <아이엠 샘>의 큰 기둥을 생각하고 만든 것 같았지만 결코 잽싸지 못했고 이미 세월이 흘러 고루한 작품을 모방하는 양상이 되고 말았다.

영화는 그렇게 “늙은 애비 홀로 두고 영영 어디 갔느냐..”라는 서정적인 노래 말의 끝부분과 함께 한 영화인의 충분하게 준비하지 못하고 즉흥적인 기획력에 의해 충무로에서 번개처럼 사라져 버렸다.

 

   
문성룡님은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이사이며 한국영상작가교육원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영화일꾼입니다. 지난해에는 대종상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였고 또한 광주시문화예술대상을 수상했으며 스크린 쿼더 축소반대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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