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라. 우리는 하나다

흔히들 사람들은 ‘이게 꿈이냐 생시냐.’라고 말한다. 눈을 뜬 후 딸 심청이를 본 아버지 심봉사의 심정이 바로 그럴 것이다. 인간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온갖 경험을 다 한다. 남북 이산가족들의 상봉에서 국민들은 많은 감동을 겪는다.

우리 국민은 요즘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일들을 수도 없이 겪고 있다. 감동의 연속이다. 그야말로 꿈이면 깨지 말고 생시라면 영원히 지속되라는 염원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이렇게 멀쩡하게 있는 게 이상하다. 전 같으면 모두 국가보안법에 걸려 잡혀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아무도 잡혀 들어간 국민은 없다. 이것이 바로 평화고 자유인 것이다.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가슴을 울리는 감동

[문재인 대통령]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았고 70여 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합니다.

우리 두 정상은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000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했습니다

나는 평양의 놀라운 발전상을 보았습니다. 김 위원장과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나가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보았습니다. 얼마나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갈망하고 있는지 절실하게 확인했습니다.

오랫동안 짓눌리고 갈라져 고통과 불행을 겪어 온 우리 민족이 어떻게 자기의 힘으로 자기의 앞날을 당겨오는가를 똑똑히 보게 될 것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우리는 분단의 비극을 한시라도 빨리 끝장내고, 겨레의 가슴 속에 쌓인 분열의 한과 상처를 조금이나마 가실 수 있게 하기 위하여 평화와 번영으로 나가는 성스러운 여정에 언제나 지금처럼 두 손을 굳게 잡고 앞장에 서서 함께해 나갈 것입니다.

 

2박 3일 동안 남과 북 양국의 정상이 쏟아 낸 감동의 말들을 모두 담아 낼 수는 없다. 정치는 말이고 말은 인간의 마음을 지배한다. 남과 북 8천만 국민은 지난 사흘 동안 가장 행복한 국민이었으리라고 생각한다. 6·25전쟁을 몸으로 겪은 세대로서 더욱 절절하게 느꼈다. 그 어떤 작가도 우리의 감동을 그려낼 수 없을 것이다.

■백두산 정상에서

문재인·김정은 두 정상이 백두산 정상에서 손을 마주 잡고 번쩍 치켜들었을 때 그들의 손에는 평화와 통일이 들려 있었다. 나약하기 짝이 없다고 하는 인간이 이토록 위대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니 새삼 신의 위대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쪽으로 백두산에 오를 기회가 많았음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거부했다. 이유는 우리 모두의 땅 북한을 통해서 백두산을 오르겠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문득 나 자신이 백두산에 올랐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참여정부 시절 백두산에 올랐을 때 천지연에서 저 멀리 북쪽을 내려다보며 왜 가슴이 그토록 아팠을까. 언제나 마음대로 백두산에 오르는 날이 올 것인가를 생각했다. 이제 그날이 온 것이다. 아니 바로 올 것이다.

지난 3일 동안 언론의 보도는 두 정상의 움직임으로 꽉 찼다. 아니 세계의 시선이 한반도에 몰려 있었다. 두 정상의 말은 세계로 향한 약속이었다. 그들의 약속은 불가역의 약속이다.

우리는 후손들에게 우리가 겪은 비극을 넘겨주어서는 안 된다. 여기에는 여도 야도 없다고 믿는다. 그러나 가슴 한구석을 뚫고 지나가는 공허한 바람, 이는 나만이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야당인 한국당 지도부의 논평을 들으면서 모두가 같은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1993년 중국을 통해 백두산 정상에 올랐던 필자의 모습. ⓒ이기명


김성태 대표는 “북한이 고수해온 살라미 전술을 받아들인 선언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국방의 눈을 빼버리는 합의다.”라면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은 없고, 군사분야 합의서로 군사력만 약화했다”고 했다. 

한국당의 절박하고 처절한 절망감을 이해할 수는 있다. 이럴수록 냉정해야 한다. 여기서 이탈하면 스스로 인간 대열에서 제외됐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다

5천 년을 함께 살아온 민족. 우리는 늘 단일민족을 자랑했다. 그러나 70년을 헤어져서 살았다. 그냥 산 것이 아니라 원수처럼 적대시하며 살았다. 지금도 이 땅 곳곳에는 전쟁에서 사라진 목숨이 안식처도 찾지 못한 채 있다.

남과 북으로 갈라진 혈육들이 서로를 그리워하며 눈물짓고 있다. 이제 비극의 막은 내려야 한다. 비극의 막이 8천만 겨레의 환호 속에 서서히 내리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이것이 꿈이 아닌가 하고 뺨을 꼬집어 본 친구는 눈물을 흘렸다. 꿈이 아니다. 깨면 사라져 버리는 꿈이 아님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읽어도 다시 읽어도 가슴이 벅찬 문재인 대통령의 ‘능라도 경기장 연설’ 우리 모두 다시 한번 읽어 가슴에 담자.

평양 시민 여러분, 북녘의 동포, 형제 여러분.

평양에서 여러분을 이렇게 만나게 되어 참으로 반갑습니다.

남쪽 대통령으로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소개로 여러분에게 인사말을 하게 되니 그 감격을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이렇게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만들고 있습니다.

동포 여러분,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만나 뜨겁게 포옹했습니다.

우리 두 정상은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000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했습니다.

또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했습니다.

남북 관계를 전면적이고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기자고 굳게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가을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평양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평양 시민 여러분, 사랑하는 동포 여러분.

오늘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공포와 무력충돌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조치들을 구체적으로 합의했습니다.

또한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확약했습니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이산가족의 고통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조치들을 신속히 취하기로 했습니다.

나는 나와 함께 이 담대한 여정을 결단하고 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향해 뚜벅뚜벅 걷고 있는 여러분의 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께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냅니다.

평양 시민 여러분, 동포 여러분.

이번 방문에서 나는 평양의 놀라운 발전상을 보았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나가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보았습니다.

얼마나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갈망하고 있는지 절실하게 확인했습니다.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보았습니다.

평양 시민 여러분, 동포 여러분.

우리 민족은 우수합니다.

우리 민족은 강인합니다.

우리 민족은 평화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합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북과 남 8,000만 겨레의 손을 굳게 잡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우리 함께 새로운 나아갑시다.

오늘 많은 평양 시민, 청년, 학생, 어린이들이 대집단체조로 나와 우리 대표단을 뜨겁게 환영해 주신 것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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