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노휘 소설가(광주대초빙교수), 프라하. 부다페스트 연재 엮어

지난 겨울 체코 프라하, 헝거리 부다페스트 40일 여행기 책으로 묶어  
"역사의 흔적이 스며있는 거리를 찾아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끝나지 않는 길 위에 현재진행형인 그녀의 걷기는 그래서 무섭다. 시간이 갈수록 내면은 더욱 단단해지고 깊어지며 무한대로 확장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과정을 지켜볼 뿐이다. 조용히 응원하면서." /영화감독 사유진.

차노휘 소설가 신간 <쉼표가 있는 두 도시 이야기> 책 표지 그림. ⓒ도서출판 에코미디어 제공

소설가이자 광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길 위의 작가' 차노휘가 지난 겨울 40여일간 머물렀던 체코 프라하와 부다페스트 여행기 연재를 <쉼표가 있는 두 도시 이야기>라는 제목을 붙여 최근에 책으로 내놓았다.

차 소설가는 지난해 제주 올레길에 이어 여름방학에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다녀온 후 겨울방학이 시작되자마자 훌쩍 체코 프라하와 헝거리 부다페스트로 떠났다. "이번 여행에서는 역사 현장을 찾아 매일 글을 쓰려고요."라는 짧지만 당찬 여운을 남기고.

그래서였을까. 그녀의 첫 글은 <광주in>에서 지난해 12월14일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의 풍경 스케치를 시작으로 장장 23회에 걸쳐 올해 2월1일 23회 마지막회까지 쉼없이 쓰여졌다.

사전에 준비과정이 탄탄해서였는지 '제주 올레길' 연재보다 고갱이와 알맹이가 한층 더 단단했다. 역사의 현장 곳곳과 골목 그리고 이방인들을 만났던 풍경이 잘 버무러진 여행기였다. 마치 제주 올레길 여행기가 겉저리 김치였다면 이번 프라하, 부다페스트 연재는 잘 발효된 묵은 김치맛으로 다가왔다.   

말 그대로 밤낮없이 수시로 보내온 글들은 작가의 수준 높은 사진과 함께 어우러져 여행기다운 맛을 한껏 발산했다. 연재 글 한편 한편이 차 작가의 땀과 발품 그리고 치열한 작가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광주in>에 23회 매회를 편집할 때마다 '다 된 밥에 숟가락 얹은 꼴'이라서 미안함이 앞서기도 했다. 무릇 모든 직업과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품성이 '성실함'이라면 아마 차노휘 소설가의 이번 여행기 연재가 그 자체라면 과장일까? 
 

프라하 성이 보이는 야경. ⓒ차노휘
체스키 크룸로프. ⓒ차노휘


특유의 성실과 부지런함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지난 겨울 40여일간이 프라하, 부다페스트 여행과 글쓰기가 덜 미더웠는지 최근에 종이활자를 통해 <쉼표가 있는 두 도시 이야기>라는 예쁜 책으로 꾸며냈다. 

그녀가 이 책의 프롤로그 첫 일성으로 "글과 동행하는 작가의 길을 걷게 된지 거의 십년이 다 되어 간다. 남들보다 늦게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또 한참 뒤늦게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그림과 사진을 익히다가, 내 안에서 꿈틀거리는 글의 씨앗과 만난 결과였다. 열정과 방황은 어쩌면 동일한 것의 다른 현현(顯現)인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면서 열병을 앓았고, 때로는 방황을 했다."라고 쉽지 않았던 지난 10년의 글쓰기 작업의 고통을 넌지시 던졌다.

'길 위의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있었던 계기에 대해서도 "첫 창작집을 내고, 모교(광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내 안에 조금씩 틈이 생기고 있음을 알았다. 그때부터 길을 걷게 되었다. 그 길이 산이기도 했고, 섬이기도 했다. 제주에서 시작해, 남해의 섬을 찾아 나섰다."라고 말한다. 

"길 위에 선 내가 체험해야 할, 깨달아야 할 것들이 광활한 여백으로 펼쳐져 있었다."라는 작가의 고백처럼 그녀는 길 위에서 모든 감성과 이성의 작동을 통해 새로운 시선으로 자연과 사람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혜안을 갖춰가고 있었다.
 

쿠트나 호라역 전경. ⓒ차노휘


스스로 대면했던 '틈의 정체'를 메꾸가 위한 작가의 치열한 노력도 그녀만의 방식으로 돌파해오고 있다. 

"작가로서 경험을 넓히기 위해 광주작가회의에 들어갔다. 주로 혼자 글을 쓰고, 혼자 활동하던 내게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적극적으로 활동하진 못했지만 선배 작가들을 만나면서 글을 쓴다는 것의 내밀한 속내에 대해 더 고민할 수 있었다"며 "역사의 도시 광주에 살면서도, 속앓이만 했지 먼저 나서서 길을 찾으려는 행동은 늘 굼떴다."라고 뒤돌아 봤다. 

"그러다 문학인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그 작은 행위가 ‘블랙리스트’란 이름으로 되돌아왔다. 내가 영향력 있는 작가여서 문화당국의 지원을 받을 일은 없었지만 배제와 차별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준비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섬뜩했다."라고 당시 역사의 현실과 대면하면서 느껴야 했던 당시 정국에서 번진 불안안 심리를 말했다.

그래서였을까? "‘글은 역사의 칼’이어야 한다는 말을 간혹 듣곤 한다. 글이 역사의 칼이어야 한다는 리얼리즘을 내가 따라가진 않더라도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만큼은 냉철할 필요가 있었다."라고 고백과 다짐을 내놓았다.

이후 차 작가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저항과 희생의 역사 현장이 있는 광주를 깊게 아는 계기가 되었다. 광주학생독립운동탑, 금남로, 충장로, 전남도청, 전일빌딩, 5·18 묘역까지." 길 위의 답사를 수시로 실천한다.
 

부다페스트 지하철 내부. ⓒ차노휘


"나는 지난해 촛불이 타올랐던 시간에 틈틈이 그 자리를 지키면서도 역사의 흔적이 스며있는 거리를 다시 걸어보았다. 작가로서 내가 채워야 할 틈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글을 낳고, 어떤 글로 독자와 만나야 할지를 더 고민해야 했다. 이번 체코와 헝가리 여행 또한 그 길을 찾아 나서는 여정의 연장선이었다."라고 프라하, 부다페스트 여행의 목적을 밝혔다.

프라하에 대해 "한때는 소련의 위성국으로서 남보다 북과 가까웠던 나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이 일어났던 나라. ‘헝가리 혁명’과 ‘프라하의 봄’을 통해 민주주의를 쟁취하고자 했던 두 나라. 설익은 몇 가지 지식만으로도 두 나라는 광주와 비견할 만한 곳이었다."라는 것.

"그곳의 길을 걸으며 내 안의 나, 역사를 바라보는 주체로서의 나, 작가로서의 나와 조우하고 싶었다."며 "두 도시를 넘나들면서 여행자로서의 자유와 아픔을 동시에 느껴야 했다. 과거에서 현재를 봤고 지리적으로 떨어진 여행지에서 한국의 정치 변화를 느꼈다."라고 말했다.

차 작가는 "어떤 사람이든 장소든 시간의 궤적이 있고 그 궤적은 다양한 이야기를 잉태하기 마련이다. 아픔보다는 즐거운 추억이 많아야 하지만 대부분 아픈 기억을 오래 품는 듯했다. 강한 사람(국가) 사이에 끼었을 때는 더욱 더. 예민하면 그보다 더욱. 나는 아픈 궤적을 예민하게 체코와 헝가리에서 따라가기로 마음 먹었고 그렇게 했다"라고 여행의 목적과 여행의 결과를 말했다.

<쉼표가 있는 두 도시 이야기>는 1부 체코 편에서는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을 시작으로 카렐교와 얀 네포무츠키, 리디체 추모기념관, 독일 드레스덴과 카페듀, 성 키릴과 메소디우스 교회, 쿠트나 호라의 세들레츠 납골당 답사가 그려졌다.

2부 헝거리 부다페스트 편은 중앙 시장, 새해맞이 선상파티의 추억, 부다페스트 공과대학, 도하니 거리의 시너고그, 영웅 광장의 안익태 동상, 부다 왕궁으로 가는 길, 엘리자베스 워치 타워가 구도가 잘 잡힌 사진들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 냈다.
 

차노휘 소설가(광주대학교 초빙교수).


이 책은 기존의 설명 나열형, 교과서적 박제형 또는 사진 위주의 포장 형식을 벗어나 프라하와 부다페스트 역사현장을 찾은 작가의 끊임없는 내면의 대화들로 엮어져 있다. 무겁지 않으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는 운율과 흐름으로.

차노휘 소설가는 광주대학교 초빙교수로서 글쓰기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16년부터 걷기 시작하여 제주도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을 완주한 다음 훌쩍 프랑스로 떠나서 생장피드포르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Camino de Frances)까지 순례를 다녀오며 '길 위의 작가'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지난 2009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얼굴을 보다>가 당선되었고 저서로는 소설집 <기차가 달린다>와 소설 창작론 <소설 창작 방법론과 실제>가 있다.
/도서출판 에코미디어·1만2000원.
 

<쉼표가 있는 두 도시 이야기>
▣목 차

프롤로그 ———— 014

제1부 : 쉼표가 있는 프라하

아름다운 풍광 속 그날의 뜨거운 열기 ———— 025

: 바츨라프 광장

소원을 들어주는 프라하의 수호성인 얀 네포무츠키 ———— 033

: 카렐교와 얀 네포무츠키

시원(始原)의 몸짓과 같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 ———— 041

: 비셰흐라드

존재의 떨림 ———— 053

: 카렐교

삶의 기준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여유 ———— 061

: 니콜라스 윈턴

사랑이라는 예술 ———— 075

: 체스키 크룸로프의 이발사의 다리

기억할 수 있는 시간 ———— 085

: 리디체 추모기념관

내 존재를 가장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곳 ———— 097

: 독일 드레스덴과 카페듀

내 안에 상주하는 악마와 천사 ———— 109

: 테레진 유대인 강제 수용소

변수의 묘미를 즐기는 그들만의 새벽 ———— 123

: 베트남 사람들의 미니 슈퍼마켓

무의식적인 이데올로기 ———— 141

: 성 키릴과 메소디우스 교회

영혼이라는 장식 ———— 155

: 쿠트나 호라의 세들레츠 납골당

또 만나기 위한 의식 ———— 171

: 프라하 구왕궁

제2부 : 쉼표가 있는 부다페스트

프로들일수록 짐은 가볍게 ———— 191

: 라이언에어

그들이 사는 모습 ———— 201

: 중앙 시장

안개에 싸인 그 불확실함 ———— 213

: 선상 파티

혁명이라는 젊은 피 ———— 225

: 부다페스트 공과대학

그들의 현재 ———— 237

: 도하니 거리의 시너고그

역사 그리고 자유 ———— 247

: 영웅 광장의 안익태 동상

흔들리는 황금빛 풍경 ———— 259

: 부다 왕궁으로 가는 길

길 위의 발자국 ———— 275

: 엘리자베스 워치 타워

에필로그 ———— 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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