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오늘 이렇게 편지를 드리게 된 것은 이번 남북회담 관련해서 전해드릴 이야기가 있어서입니다. 저는 대한민주주의공화국 광주에 살고 있는 스물다섯의 청년입니다.

1950년 6.25 전쟁 발발 이후로 남북은 첨예하게 갈린 채로 살아왔습니다. 서로의 정부가 서로의 적으로 간주하며 각종 군사 분쟁을 일으켜 온지 벌써 68년째입니다.
 

남북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학원 주최로 열린 남북정상회담 성공기원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가면을 쓴 참석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갈무리


앞서 진행된 두 번의 남북회담을 어린 마음에 지켜보고 통일의 염원을 품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살아오면서 통일은 정말 먼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의 남북회담도 사실 통일과는 커다란 격차가 있겠지요.

회담에서는 각 국의 이해관계가 바탕이 되어 물밑협상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남북회담 기저에 어떠한 거래와 합의가 오가는지에 대해서는 저와 같은 민중들이 알 수 없습니다.

우리들의 삶은 너무도 작고 고려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청년으로써 이번 남북회담은 전에 있었던 회담과 달랐으면 합니다. 표면뿐인 회담의 결과를 발표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정권유지와 이해관계에 따른 분쟁에서 민중들의 상흔은 여전합니다. 여러 무력분쟁들에서 나타난 양측의 국방력 손실 수치는 사실 살펴보면 저와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소모되었는지 볼 수 있습니다.

민중은 숫자가 아닙니다. 한 명의 죽음은 숫자로 ‘1’일 뿐일지라도 그와 관계된 많은 사람들에게 상실의 아픔으로 나타납니다. 서로 소모하고 적대하며 상실해가는 많은 것을 멈췄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더 이상 북쪽으로 총을 겨누고 싶지 않습니다. 저와 비슷한 얼굴을 가진 또래들에게 총을 겨눈다는 상상이 들 때마다 살인미수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금의 세대에겐 북한에 대한 적대감이 팽배합니다.

종전을 하고 서로가 서로의 주적이 되지 않는다면 이렇게까지 적대할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서로의 청년들에게 총을 들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북한과 남한의 청년들은 분쟁이 일어날 때마다 총을 겨누고 각 전선에 투입됩니다. 사실 우리가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죽어갑니다. 지뢰를 밟고, 차가 뒤집히고, 실제로 전쟁을 하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이번 기회에 전쟁을 멈추고 더불어 살아갔으면 합니다. 물론 미국과 중국은 이러한 선택이 탐탁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미국, 중국과 잘 이야기해서 ‘국가’로 인정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불신을 너무 많이 쌓았습니다. 미국 본토까지 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6차 핵실험, 미국과 안보리의 강력한 경제적 제제.

이러한 불신들은 너무 많습니다. 매년 대대적으로 하는 한미연합훈련, 미국에서는 사드가 대한민국에 들어왔습니다. 서로에 대한 조금의 오판이 전쟁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전쟁의 결과가 결코 대한민국과 북한에는 이득이 아님을 잘 알고 계셨겠지요. 이제 위험과 위협을 서로 거두고 이야기를 할 때입니다. 남한과 북한 서로에 대한 프레임을 없애나갈 때입니다. 그리고 그런 자리에 동참해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이 땅 한반도에 살아가는 청년으로써 저는 언제나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며 서로 다른 나라의 청년들이지만 소통할 수 있는 사회가 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저의 다음세대, 또 다음세대는 통일에 대한 꿈을 품을 수 있는 국면이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18년 4월 26일

대한민국 청년 김산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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