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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탐방] 김희상 조각가사람 꽃- 세상 속으로 나오다
  • 범현이 문화전문 기자
  • 승인 2018.04.1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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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개의 사람 꽃을 만나려하는 작가 김 희 상

작가를 만난 건 10여 년 전의 일이다. 스스로 걸어 들어가 자기만의 감옥에 갇혀 인내했다, 지나간 흔적과 수많은 바늘을 머금은 상처들이 서로 부딪히고 모난 곳이 닳아져 둥글어진 선들이 작업으로 형상화 된 이유가 될 것이다.

눈물과 깊이를 잴 수 없는 쓰린 아픔들이 순간순간 보인다. “많은 책들을 읽었고, 살아가는 것에 많이 고민했다. 스스로 걸어들어 온 만큼 결과물을 내고 싶었고, 시간에 맡기기 보다는 고민 속에서 해결해내고 싶었다”고 작가는 심경을 밝혔다.

안으로 삭히니 부드러워진 밖

사람꽃 - 김희상. ⓒ광주아트가이드


사람에게는 마음의 표정이 있다. 작가의 사람 꽃의 이야기이다. 높지 않은 천장 아래 일정의 사이를 두고 앉아 있는 조각들은 우울하게 가라앉아 있다. 웃고 울고 웃으며, 때로는 침묵, 깊게 가라앉은 표정들은 만져지는 부드러운 살결이 없어도 삶의 충분한 고통이 느껴진다.

한 가마 안에서 같은 시간에 태어났다. 하지만 하나는 울고 있고 하나는 깊은 침묵이다. 모두가 앉아서 무언가를 깊이 희망하거나 호소한다. 나를 키워낸 것은 세상의 모든 바람과 흙이었다고 말한다.

작가는 “대학 재학 중 만난 미술운동은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었다. 치열한 시간들을 보내고 다시 새로운 시간들을 맞았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작업들은 없었다. 공동 작업과 토론에 익숙해 진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다시 시간을 가지고 내 작업을 찾아내는 시간이 내게 고통과 슬픔을 같이하게 만들었고 지금의 표정들을 갖게 한 것이다”고 작업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

무릎을 꿇거나 한 쪽 다리만을 구부린 채로 조각들은 벽을 등지고 앉아있다. 아직은 일어설 수 없다. 밤낮으로 앉아서 온전하게 생각만 해야 할 때다. 더 이상은 쏟아 낼 눈물이 없을 만큼 눈물을 쏟고 세상의 중심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낼 때 비로소 다리를 가질 수 있다. 두 다리로 일어설 수 있다.

180점의 사람 꽃은 500점을 향하고

작업은 삶을 더 숙성시키고 차오르게 했다. 방식은 도자기이지만 외향적인 조형은 인물도조이다. 동글납작하게 만들어진 흙을 통째로 사용해 형상을 만들어낸다. 통으로 만들어진 조각들은 적당이 말려진 다음 세 토막으로 분리되고 작가는 다시 분리된 조형물들의 안을 일일이 파낸다.

통으로 만들어진 작품의 무게와 가마 안에서 소성되는 동안 무리가 갈 여지를 미리 예방하는 것이다. 파진 세 토막은 굽기 전 다시 잇고 말리기를 반복한 다음 비로소 가마 안으로 들어가 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작가는 “가마를 열기 전까지는 작품이 어떻게 나올 것인 지를 가늠할 수 없다. 힘들어 만들어 놓은 형상들이 건조과정에서 줄어들고, 다시 가마 안에서 소성되는 순간 줄어들어가는 것도 맘 아프다. 느낌 자체가 달라지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가마를 여는 순간, 작가의 마음은 더 부끄럽고 아파진다. 제 속살을 내보이는 아픔이다.

작은 날개 짓이 세상을 바꾼다

“지금까지의 시간들이 내 작품을 위한 숙성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매일 일정하게 출퇴근을 반복하며 멀리 알리고 싶지도 않았고, 남들이 알아주기를 기다린 시간도 아니었다. 고통을 스스로 가지며 내 작품에 대한 색깔을 찾아가는 길이라 생각하면 훨씬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작가의 작업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밝아진 표정들이 다가왔다.

김희상 조각가. ⓒ광주아트가이드

작가는 또,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 속의 사람이야기를 하고 싶다. 현대의 경쟁과 속도만이 전부인 세상살이가 아닌 서로 더불어 살아가고 따뜻한 눈빛과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이루어가는 세상. 슬플 땐 울고 기쁠 땐 웃는 희노애락(喜老哀樂)을 표현할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다”고 500점의 사람 꽃을 향해가는 이유에 대해 설명을 곁들었다.

스스로를 시간 속에서 채찍질만 거듭하던 시간도 이제는 더 견고하게 다가온다. 흙으로 만들어지는 세상 안으로 작가는 서슴없이 들어섰다. 그가 꿈꾸었던 세상이다.

스스로를 가둔지 20여 년을 훌쩍 넘어 이제야 접었던 날개를 편다. 익숙해진 자신의 모습으로 세상을 향해 날개 짓을 시작한다. 이제는 날아오를 일만 남았다.

이 글은 <광주 아트가이드> 101호(2018년 4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http://cafe.naver.com/gwangjuartguide

범현이 문화전문 기자  baram816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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