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유력정치인, 국내기업 끝내 밝히지 않고 해외매각으로"

"노조, 밀실 협상이 아닌 대중적인 힘으로 공개 협상 했어야"

금호타이어가 노조의 찬반투표 결과 60.4% 찬성으로 결국 중국의 더블스타자본에게 넘어갔다. 수개월 동안 ‘해외매각 반대’를 외쳐온 노조와 지역사회의 바람과는 정반대의 결말이다. 노조는 투쟁과정에 등장했던 문제들로 인해 후폭풍의 격랑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막판 일주일전 ‘더불스타자본 유치 외에 다른 길은 없다’는 산업은행의 고강도 압박 속에 노조는 ‘유력정치인’의 전언을 내세워 국내기업의 금호타이어 인수 가능성을 제시했고 때 맞춰 타이어뱅크와 미국 투자사 S2C가 등장, 노조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하는 듯 했다.
 

ⓒ금호타이어지회 제공


그러나 산업은행 측은 타이어뱅크의 인수 여력 부족과 S2C의 정체불명을 반박했고 더블스타 회장과 노조 측과의 비밀 만남까지 공개했다. 3개월째 임금 체불로 하루하루 피가 말라가는 금타 노동자들은 과연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추어야할지 혼란은 극에 달했다.

“인수하겠다는 국내 기업과 이 말을 전달해준 유력정치인이 누군지를 밝히라”는 요구가 노조원들은 물론 지역사회에 쇄도했고 노조 측이 “밝힐 수 없다”며 함구하자 이에 대해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투표 공고 직전까지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촉각을 곤두세웠으나 노조 측은 유력정치인과 국내기업을 끝내 밝히지 않았고 금호타이어는 결국 더블스타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

중국 더블스타 인수 일단락... 구조조정, 먹튀, 장기발전 계획 세워야 

더블스타가 인수함으로써 외형적으로는 일단락되었지만 향후 구조조정과 먹튀 방지 그리고 장기발전계획 등 또 다른 출발선이 기다리고 있다.

아직 투쟁이 끝난 것이 아니어서 평가와 진단이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노동운동과 지역사회에 큰 논란을 불러온 몇 가지 사안에 대해 짧게나마 논해보고자 한다.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조합원 찬반투표가 지난 1일 오전 광주 광산구 소촌동 광주공장 인근 금호타이어 운동장에서 실시된 가운데 한 조합원이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이날 조합원들은 60.5% 찬성으로 해외매각을 결정했다. ⓒ광주인
지난달 30일 저녁 법정관리를 코앞에 두고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를 위한 긴급 간담회가 광주시청 비지니스룸에서 이뤄져 4시간 마라톤 협상 끝에 노조와 채권단 그리고 정부 , 광주시 등이 '해외매각'에 합의하고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문성현 노사정위원장,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조삼수 금호타이어 대표지회장,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이동걸 산업은행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광주시청 제공


첫째, ‘유력정치인 파동’과 민주노조의 기본에 관한 문제다. 금타 구성원 전체가 생사의 갈림길에 처해있는 중차대한 시기에 익명을 요구하는 정치인과의 밀약이 진정 필요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겉으로는 노동자 민중의 이익을 대변한 척 하지만 일신의 안일과 당선이라는 정치적 욕망을 채우고자 했던 것이 소위 제도권 정치인들이었다. 그래서 금타의 현 집행부 세력은 그런 정치인들과는 근본이 다른 ‘민중당’을 지지해오고 있지 않던가?

그런데 그런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 수천 명의 생존권을 내 맡겼으니 이 얼마나 쪽팔리는 자기 부정이 아닌가? 애초 그런 접촉에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었고 오히려 “당신이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시간이 없으니 빨리 기업이 나서서 인수계획을 밝히게하라”고 닦달을 했어야할 일이다.

결론이 아무 것도 없는 데 시도민이 함께하는 대중 집회에서 ‘모정치인에 의한 모모기업’이라며 마치 뭐라도 될 것처럼 신비감을 던져주는 크나 큰 우를 범하고 말았다.

또한 이를 밝히라는 수많은 요구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함구했던 것은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기 싫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민주노조의 잣대로 보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노조의 잘못된 정보독점이 조합원 투쟁의지를 상쇄시켜
 
오늘날 노동조합 간부들은 많은 정보들을 선점한다. 조합원들로부터 입수되는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회사 측 관리자들이나 외부 언론과 정치인으로부터 수집된다. 덩치가 큰 노동조합일수록 이러저러한 접촉들이 많아지고 일반 조합원들은 결코 접할 수 없는 소위 고급 정보들과 마주하게 된다.

문제는 이 정보들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이다. 노동조합은 당연히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공장담벼락을 뛰어넘어 사회활동을 벌여야 한다. 그러나 어용노조나 조합원 위에 군림하는 관료적인 노조들은 자신들만이 정보를 독점하고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서만 이 정보를 사용한다.

당연히 이 정보는 조합원들의 투쟁의지에 찬물을 끼얹게 되고 반대파를 제거하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된다. 그야말로 이들에게 고급정보는 없어서는 안 될 약방의 감초와 같다.
 

조삼수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 대표지회장(왼쪽)과 정송강 곡성지회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광주광역시의회 소회의실에서 채권단의 자율협약 D-1을 앞두고 중국 더블스타 해외매각. 법정관리 반대, 그리고 국내 인수기업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광주인


그러나 민주노조는 모든 정보를 낱낱이 공개하고 조합원과 함께 호흡하며 해결 대안을 모색한다. 투쟁시기 특히 생사를 넘나들어야할 판국에는 더더욱 그렇다. 노동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고 투쟁의 주체는 소수 간부가 아닌 조합원들이기 때문에 특정 정보를 독점해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혹시 사정이 생겨 공유하지 못한 경우라도 조합원들이 요구하면 지체 없이 알린다. 제대로 된 민주노조라면 이번과 같은 ‘유력정치인’ 파동이 등장 할레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번의 경우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기에 “그냥 무시”했어야 했고 등장하면 그때 가서 볼 일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파동에 대해 “집행부가 조합원을 상대로 사기 친 것 아니냐?”는 심한 말까지 들린다. 노동조합 활동은 오로지 진실만을 말해야하며 진실에 기초해야 한다.

왜곡이나 허위 가공은 썩은 부루주아문화이고 약장수들의 전유물이지 노동자운동과 민주노조 진영이 결단코 해서도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해외매각만은 막아야 하기에 ‘너무도 절박해서’라는 이유를 댈 수도 있겠으나 이는 오히려 대중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하여 자멸을 의미할 뿐 아무 것도 해낼 수 없다.

그럴 때일수록 더욱 더 진실에 입각해야하며 대중의 가슴에 다가서도록 파나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바로 민주노조인 것이다. 물론 노조집행부가 사기 쳤을 리 없다고 보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파동을 통해 노동운동의 진실과 민주노조의 기본에 대해 반드시 뼈저린 각성이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해외매각 반대 투쟁방향, 초국적 자본의 본질 놓쳐 
 

지난 3월 2일부터 14일까지 13일간 '해외매각 반대와 체불임금 해결'을 촉구하며 조삼수 대표지회장(왼쪽)과 정송강 곡성지회장이 광주 광산구 소촌동 광주공장 인근 송신탑에서 고공농성 투쟁을 벌이고 있다. ⓒ금호타이어지회


둘째, 해외매각 반대라는 투쟁방향에 대한 문제이다. 글로벌화 된 세계 자본 시장은 한 나라나 민족이라는 울타리 따위들을 걷어 찬지 오래다.

현대기아, 삼성, LG, 롯데 우리나라 대기업 상당수는 외국에 큰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법정관리에 내몰렸던 금타도 중국과 미국 시장을 노리며 해외 공장에 열을 올렸다. 국내시장에만 국한하면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며 다른 나라 초국적 자본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자본주의가 장악한 지구는 오로지 힘 센 자본만이 살아남는 양육강식 전쟁터이며 여러 나라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한다. 이에 맞선 노동자의 길은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이다. 자본은 국가와 민족을 뛰어넘어 전 지구를 헤집고 다니는데 노동자는 반대로 해외반대 국내찬성을 외친다.

자본은 전 지구를 대상으로 하는데 노동자는 고립의 벽을 쌓는 것이다. 공장 담을 넘고 업종을 뛰어넘어 하나로 단결해야 하는 데 자기 공장 자신들만의 문제에 국한하여 이웃 공장 노동자들 문제에 무관심하고 배타적이 되어가는 형국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글로벌화 되어있는 자본에 맞서 노동자도 글로벌하게 대응하는 것, 이는 노동운동의 핵심 원칙중 하나인 노동자 국제주의이다.

이번 금타 과정에 더불스타자본이 5년 전 인수 협상 결과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 점과 그 때보다 인수가격이 훨씬 낮아진 점 그리고 먹튀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나 양육강식 자본의 운동은 국내자본이라 해서 비켜가고 해외지본은 그렇지 않는다는 것은 자본운동에 대한 민족주의적 몰이해에 불과하다고 본다. IMF 이후 공중 분해되고 사멸한 기업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지난 24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중단과 구조조정 반대 1차 범시도민대회 참가자들이 '해외매각 철회하라'는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광주인


대우, 한보, 해태, 한진해운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며 지금 이 순간에도 조선 산업에는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국내자본이라고 해서 영구불멸은 존재하지 않는다. 돈이 되는 곳이라면 자본은 벽지산간은 물론 시궁창에도 뛰어든다.

그러다가 돈이 되지 않으면 피도 눈물도 없이 철수한다. 부채가 4~5조에 육박하는 부실 덩어리 금타를 인수할 자본이 누구이겠는가? 경제학의 초보라도 일정한 부실을 떠안아야 하고 부실의 원천인 중국공장을 살려낼 수 있는 자본임은 쉽게 알 수 있다.

일부 국내 대기업들 또한 고심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이유들과 노동조합문제를 제기하며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부실기업의 채권과 신규투자는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 결국 가격문제로 귀결된다.

국내자본은 '선' 해외자본은 '악' 이분법적 인식의 오류 

구더 큰 자본이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기 전까지 저가 매각은 불가피 하며 채권단이 그런 자본을 찾지 못한 결과이기에 5년 전 협상은 아무런 제약 요소가 되지 않는다. 여기까지의 문제는 자본들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노동자의 관점은 어떠해야 했는가? 노동자들의 답변은 명확하다. “어떤 자본이든 들어와라 그러나 노동조건과 일자리 미래에 대해 대책을 내놔라!”며 투쟁전선을 가다듬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노동자가 자신을 착취하는 주인을 찾아다녀야 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자본의 부실기업 인수는 노동자를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보다 많은 이윤을 착취하기 위함이다. 누차 밝히지만 부실기업 인수 과정에서 자본은 노동자에게 임금삭감, 노조와해, 정리해고 등 엄청난 공격을 가해오며 이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세계 모든 자본의 공통된 운동 양식이다.

특정 국내자본이 노동자와 한 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노동운동의 어불성설인 것이다.

그러나 금타 투쟁은 ‘해외매각 반대’를 핵심 슬로건으로 내세우면서 결국 국내자본은 ‘선’, 해외자본은 ‘악’이라는 인식을 낳게 했고 이는 ‘유력정치인과 국내기업 인수설’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금호타이 해외매각 반대와 구조조정 중단 1차 범시도민대회. ⓒ광주인


만약 노동자의 관점에 입각한 투쟁을 했더라면 더블스타 회장과의 비공개 밀실협상이 아니라 대중적인 힘에 기초하여 공개협상을 벌여 더 많은 요구를 쟁점화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흘러 조합원은 지쳐갔고 유력정치인의 등장에 진실 공방까지 노동조합은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뻔 한 결과를 강요받고 말았다.

이번 금타 투쟁이 구조조정이라는 새로운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만큼 노조와 지역운동은 평가와 반성을 통해 심기일전해야만 한다. 노동조합의 과오나 문제들은 눈을 감는다 해서 결코 사라지는 것들이 아니다.

비록 이 글이 두서없기는 하나 노동조합의 올바른 투쟁방향과 노동자의 길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데 작은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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