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 봤자 부처님 손바닥

■손오공의 한계

천하의 개망나니 손오공은 근두운을 타고 순식간에 10만 8천리를 날고 털을 뽑아 불면 수십 마리의 손오공을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다. 마음대로 늘였다 줄였다 하는 여의봉은 ICBM이다.

옥황상제 앞에서도 큰소리를 빵빵 친다. 세상에서 지가 제일이라며 기고만장, 제동이 안 된다. 천상이 난장판이 됐다. 질서를 유지하는 신선들에게 연탄가스니 바퀴벌레니 광견병에 걸린 미친개라고 했다. 할 수 없이 부처님이 나섰다.

오공아. 니가 그렇게 재주가 좋다니 어디 내 손바닥에서 벗어나 보거라. 그럼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겠다.

손오공이 코웃음을 치며 근두운을 타고 날랐다. 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이제 끝에 도착했구나. 오공이 벽에다 썼다. ‘제천대성 손오공이 다녀가시다’ 그런데 부처님이 웃으며 나타나시더니 손바닥을 보여 준다.

어 어. 손바닥에 쓰여 있는 오공의 글씨. ‘제천대성이 어쩌고저쩌고’ 어이쿠. 손오공이 도망치려고 했지만 어림없다.

오공아. 넌 오행산에서 500년 감옥살이다.

500면 동안 오행산에 콩밥을 먹어야 할 손오공. 그는 도리 없이 부처님 손바닥 안에 오공이 되고 만 것이다.

■대장을 잘 만나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갈무리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중대장으로 월남전에 참전했던 친구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은 전쟁에서 중대장을 잘 만나야 죽음을 면한다고 했다. 

한 마디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지휘관의 판단력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6·25전쟁을 겪은 우리 청년들은 자신들을 버리고 도망치는 장군들을 보면서 목숨을 잃어야 했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얼마나 결함투성이인가. 인간은 말이라고 하는 특별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 말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짐승이 따로 없을 것이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말이 가져오는 온갖 폐해를 인간은 얼마나 반성하고 있을까.

화가 나면 못할 말이 없다. 하지만 지도자쯤 되면 얘기가 다르다. 지도자로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중대장의 말 한마디로 목숨을 잃는 전쟁터는 아니더라도 지도자가 쏟아내는 말이 국민의 가슴을 도려낸다.

한국당의 홍준표 당대표나 김성태 원내대표 장제원 대변인이 인간 대접을 받고 있는가. 그들에게 ‘광견병에 걸린 미친개’나 ‘연탄가스’나 ‘바퀴벌레’로 보이는 국민과 경찰이 있을지 모르나 국민들은 아니다. 나라의 치안과 국민의 안위를 위해 존재하는 경찰을 ‘미친개’라는 야당 대변인에게 분노를 느끼지 않는다면 경찰 이전에 사람이 아니다.

장제원이 사과를 했다. 경찰 모두에게 한 말이 아니며 자신은 경찰을 사랑한다고 했다. 14만 경찰과 그의 가족, 그리고 150만 경우회 회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모르나 그것이 한국당의 진정한 사과였던가. 홍지만 대변인은 장제원의 사과가 채 침도 마르기 전에 다시 망발했다.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한 부역자들은 모조리 석고대죄해야 한다" 세월호 7시간 의혹 규명을 요구한 촛불집회를 '광란의 시간'으로 규정했다.

"권력의 정점에 있으면서도 그런 광풍을 저지하지 못해 수모를 당하고 결국 국정농단이라는 죄목으로 자리에서 끌려 내려온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불쌍하다"고 했다.

지금 자신이 저지른 잘못은 반성하지 않고 재판마저 거부하는 박근혜, 그리고 이명박의 머릿속에 국민은 어떤 존재인가. 홍지만의 머리는 어떻게 돌아가는가.

대통령 얘기가 나왔으니 말 좀 하자. 대통령 복이 지지리도 없는 국민이라면 아니라고 할 국민이 몇이나 될 것인가. 일일이 다 들먹일 필요도 없고 지금도 국민들은 끓는 속을 달래고 있다. 재임 기간의 잘못으로 국민들 가슴에 지울 수 없는 멍을 들게 하고 탄핵이 되고 구속이 됐다.

이명박·박근혜는 재판을 거부한다. 이 무슨 뻔뻔함인가. 조사와 재판을 거부하면 그대로 끝나는가. 이명박의 거부로 조사도 못 하고 빈손으로 나오는 검사들을 보면서 세상에서 둘도 없는 착한 검사라고 탄복한다.

■6·13 지방선거

정치인들은 선거가 있어야 살맛이 날지 모르나 모두는 아니다. 공천을 둘러싼 치사하고 추악한 작태는 국민으로 하여금 다시 한번 정치 혐오를 배가시킨다. 그 중심에 정치지도자들이 있다.
요즘 한국당 내부의 치사한 싸움은 지도자의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느끼게 한다. 나폴레옹을 영웅이라지만 판단 잘못으로 50만의 장병을 러시아에서 얼어 죽게 했다. 히틀러 역시 인류의 적이 됐다. 월남전에서 겪은 우리 국군의 경험도 좋은 교훈이다.

여야는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이미 승패는 판가름이 난 것이나 다름없다. 후보자가 없어 후보 구걸을 하는 정당. 지원자가 넘쳐흘러 고민인 정당. 왜 이 지경인가. 한국당의 지도부를 보면 알 수가 있다.

어떻게 그렇게도 민심 잃을 소리를 골라가며 할 수가 있단 말인가. 당대표나 원내 대표나 다를 것이 없다. 거기에 당의 입이라는 대변인의 말을 들으면 풍비박산 콩가루 집안이라는 것이 바로 한국당이다.

노빠 문빠라서가 아니라 국민의 생각이다. 뜻 있는 한국당의 당원이라면 지도부의 입을 보며 ‘스카치테이프’를 생각할 것이다.

■정치 포기하지 않고는 이럴 수가

칼럼을 시작하며 손오공을 얘기했다. 손오공이 삼장법사의 구제로 오행산에서 풀려나 불경을 구하러 천축국으로 갈 때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말썽이 난무다. 삼장법사는 관음보살로부터 ‘긴고주’라는 주문을 받아 말썽을 피울 때마다 긴고주를 외워 손오공을 꼼짝 못 하게 한다.

한국당의 지도부가 민심을 외면하고 멋대로 지껄일 때 국민이 긴고주를 외우고 싶을 것이다. 홍준표 김성태가 아무리 기고만장해도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고는 생존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명심하면 답은 나와 있다. 정치의 정도를 가야 한다.

T.S 엘리엇은 시 ‘황무지(The Waste Land)’에서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4월은 우리에게도 잔인한 달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도 4월을 평화의 달로 키워내자. 북한에서 남한 태권도 시범단의 기합 소리와 예술단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판문점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난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한 일이다. 평창올림픽에서 ‘우리는 하나’를 외치며 눈물을 뿌리던 감동은 4월에도 이어 간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도 만난다. 만나면 하나가 된다. 하지만 국내정치는 어떤가. 원수도 그런 원수가 없을 것이다. 전생에 무슨 원수를 졌을까.

묻는다. 진정으로 개헌은 필요 없는가. 진정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마음을 열어보라. 4월의 봄바람은 인간의 마음에도 꽃씨를 심어준다.

생각이야 다를 수도 있지만,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후 남북의 긴장이 완화된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유가 있다. 정직과 신뢰다. 신뢰가 뚫지 못할 벽은 없다. 정치인들은 그것을 알아야 한다.

개헌안은 반드시 통과된다. 이유는 하나다. 국민의 다수가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요 없는 정쟁으로 국력을 낭비하지 말자.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손오공이 아무리 재주가 좋아도 한계는 부처님 손바닥이다.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 좀 해라. 국민이 가엾지도 않은가. 인정머리 없는 사람들아.

우리 정치인들도 국민의 손바닥 위에 손오공임을 명심하자. 국민에게 버림받으면 논두렁 베고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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