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라크전,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국의 끊임없는 충돌 등으로 `세계의 화약고'라고 할 수 있는 불안한 중동지역에 그래도 돈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중동에서 가장 눈부신 경제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두바이엔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HSBC, 바클레이캐피털 등 세계적인 금융회사의 중동지역 본부가 이미 들어섰다.

두바이의 경제 호황이 건설부문을 원동력으로 한 거품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들 외국 금융ㆍ투자사의 러시는 멈추지 않고 있다.

10개 중동국가의 50개 대표 종목 주가 변동을 나타내는 `다우존스 DIFC 아라비아 타이탄 50지수'는 지난 3년간 2배 이상으로 뛰었다.

두바이증시(DFM)의 상장업체는 거래가 시작된 2000년 7개였다가 현재 43개로 늘었고 사우디 아라비아는 지난 10년간 한 해 주식거래 건수가 4억6천만 건에서 960억 건으로 200여 배 증가했다.

중동 부호 가운데 최고 자산 보유자 중 한 사람인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는 지난해 사우디 주식시장에 27억달러를 투자했다. 이 기간 이라크전, 레바논 전쟁, 9ㆍ11테러 등 중동 경제의 악재가 터졌음을 감안할 때 적어도 외형적으론 의외의 성과다.

이에 대해 오히려 이런 중동의 안보 위기가 중동 증시를 활성화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9ㆍ11 테러가 일어나자 미국과 서방 정부가 테러 지원을 이유로 자신의 해외 자산을 동결할 것을 우려한 아랍권의 석유 부호들이 오히려 중동지역에 돈을 쏟아 부었다는 것이다.

두바이의 슈라 캐피털의 자산관리 담당 하이삼 아라비는 "2003년 이라크전 발발은 아랍의 투자가 세력이 서방에서 자산을 빼내 두바이 같은 중동 지역으로 자금의 흐름을 돌리는 투자 결정을 부채질했다"고 분석했다. 중동 경제로선 이런 정세 불안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지난해 지속한 고유가로 아랍 산유국이 5천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도 중동 경제의 불을 지피는 `원료'가 됐다.
이스라엘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발발하는 이 지역의 전쟁의 경제에 대한 영향력도 미미하다는 평가다.

블룸버그 통신은 쿠웨이트 중앙은행 중동ㆍ북아프리카 투자담당 알리 타키의 분석을 인용, "정치적인 위험성은 해당 국가에만 영향을 끼친다"고 전했다. 물리적 충돌이 종종 일어나지만 중동 전체로 확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카타르나 오만, 쿠웨이트, 바레인 등 걸프지역 국가가 두바이를 `역할 모델'로 삼아 외국에 투자 시장을 개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지역의 왕족 역시 큰 혼란 없이 권력을 승계하며 외부에서 보기에 불안정한 모습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중동지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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