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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제발 할복만은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 승인 2018.03.0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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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한 장면이다. 전쟁에서 패한 일본군 장교가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손에는 단도(칼)가 들려 있다. 잠시 후 그는 선혈이 낭자한 채 쓰러졌다. 할복이다.

전쟁에 패해 항복하느니 차라리 할복하겠다는 것이다. 할복 전에 천황폐하를 향해 절을 했다. 충성에 또 다른 표현이다. 어떤 학자는 할복의 미학을 말하기도 했다. 일본인이 독종이라 할복을 한다고도 했다. 알아서 생각해라.

■오죽하면 할복인가?

동물의 농장은 즐겨보는 TV프로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동물은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 절대 자살을 하지 않는다. 순리를 따른다고 할 것이다.

‘온시노 다바코’(일왕이 하사한 담배)한 대 피우고 ‘온시노 사케’(일왕이 하사한 정종) 한 잔 마시고 신풍돌격대(가미가제 독고다이)몰고 미 군함에 돌진해 죽는 일본 청소년들은 영웅으로 묘사됐다. 결사전투기는 딱 적의 군함까지만 가는 연료가 공급된다. 자살의 강요다.

"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선다면 아아 이슬같이 죽겠노라."

우리 군가에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을 아는 청소년들이 있을까. 국군창설자의 대부분이 일본군 장교 출신이라는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기막힌 애국심이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인가. 조국은 내 나라다. 내 부모 내 자식이 살고 살아 갈 땅이다. 목숨을 바친다는 것을 어느 누가 비난할 것인가. 그러나 놀라지 말라. ‘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선다면’의 원래 가사를 아는가.

양양가(襄陽歌)

인생(人生)의 목숨은 초로(草露)와 같고
(이씨조선 오백년) 양양(襄陽)하도다
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선다면
아~! 아~! 이슬 같이 죽겠노라.

이씨조선 5백 년을 위해서 죽는다? 이게 애국심이냐.

■김성태의 할복의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깜짝 놀랐다. 아 드디어 한국에서도 나라를 위해 배를 갈라 할복하는 정치인이 나오겠구나. 도대체 그런 불세출의 애국자가 누구냐. 눈을 씻고 크게 뜨고 보았다.

바로 한국당 원내 대표 김성태다. 그는 할복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애국을 외치고 정권을 질타하는 김성태의 얼굴이 떠오른다. 흔히 죽고 싶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그러나 딱 ‘할복’이라고 죽는 방법까지 밝히는 예는 드물다.

그런 할복을 김성태가 입에 담은 것이다. 할복자살은 단행했는가. 아니다.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천만다행이다. 김성태는 서울 강서(을)에서 당선됐다. 나도 거기 산다.

그는 한국노총 출신의 정치인이다. 노동운동을 하다가 제2회 지방선거에서 새정치국민회의 비례대표로 서울시의원이 됐다. 족보를 따지면 민주당인 셈이다.

지금은 한나라당의 후예인 한국당의 원내 대표다. 원내 대표가 되더니 홍준표는 저리 가라다. 초강경이다. TV에 비친 그의 얼굴은 너무 무섭다. 내가 할복 얘기만 듣고도 깜짝 놀란 것도 그의 평소 행동을 보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김성태가 할복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 북한의 김영철의 방남 때문이다. 김영철이 오면 한국이 망하기라도 한단 말인가. 그렇게 허약한 대한민국이 아니다. 한 가지 충고를 한다. 말조심해야 한다. 말이 씨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말뿐이지 할복을 아무나 하는가.

■정치는 결사적인가

나이를 먹은 탓에 정치를 오래 봤다. 정치라는 것이 칭찬보다는 욕을 많이 먹는 것이지만 요즘 너무 많이 욕을 먹는다. 참으려고 해도 견디기가 힘들다. 철없는 애들도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는 안다.

박정희가 총칼로 뒤엎은 민주당 정권은 무능했다. 부정부패와 기근을 없앤다는 쿠데타는 최소한의 명분은 있었다. 그러나 종신 독재를 꿈꾸며 미인들의 품속을 헤매든 그가 비명에 목숨을 잃으면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도 함께 매장해 버렸다. 전두환 독재가 시작됐다. 죽기 살기가 됐다.

오늘의 정치를 보자. 옳고 그른 것이 문제가 아니다. 우선 반대부터 하고 본다. 평창 올림픽은 국민의 84%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여론조사가 아니라도 국민들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한다.

평창올림픽의 성공은 또 다른 의미에서 평가해야 한다. 남과 북이 한자리에 모여서 ‘우리는 하나’라는 것을 전 세계에 알렸다는 사실이다. IOC는 물론이고 유엔에서도 한국의 평창올림픽을 칭찬했다. 어깨가 으쓱해 질만 하다.

평창올림픽의 성공은 한반도 평화라는 민족의 염원이 구호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도록 했다. 얼마나 중요한 성과인가. 꿈은 이루기 위해서 꾸는 것이며 평창올림픽이 꿈을 이루는 계기가 된 것이다.

■길바닥에 누워서 뭐 하는 짓인가

좋은 일에는 마가 끼는 것인가. 남 잘되는 일은 죽어도 못 보는가. 전 세계의 시선이 대한민국 평창으로 몰렸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냐. 평창올림픽에는 북한도 참여했고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과 북한의 상징적 수반이라는 김영남,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김영철이 왔다. 원래 잔칫집에 오는 손님은 환영하는 게 미덕이다. 설사 마음에 안 든다 해도 말이다.

한국당이 벌컥 뒤집혔다. 김영철의 방남을 반대하는 것이다. 이유는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에 주범이라는 것이다. 살벌했다. 사살해야 한다고 했다. 다행인 것은 초일류 국인 미국처럼 아무나 총을 들고 다닐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한국당의 주장처럼 사살한다면 어떻게 되는가. 언급하면 바보다.

올림픽 기간 벌어진 반대세력들의 행동은 국민들이 모두 봤다. 사살해야 한다던 한국당 의원들이 김영철과 불과 몇 미터 거리에 있어도 욕 한마디 못했다. 그런 사람들이다. 이불 속 대장이다. 이제 허세 좀 버려야 한다. 통일로 차디찬 아스팔트 길 위에 벌렁 누워 있는 모습이 그렇게 자랑스러운가.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3개월 남은 지방자치 선거가 대답을 줄 것이다.

■파괴된 세월호 추모 조형물과 불타버린 촛불기념물

사람이면 할 짓이 있고 못 할 짓이 있다. 3월 1일. 국민들은 일제 억압 속에서 궐기한 3·1 독립운동을 기념하고 있었다. 그러나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사람들과 일장기를 든 또 다른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광화문 광장에 모여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조형물과 국정농단을 규탄하고 민주의 새 역사를 창조한 <촛불 기념조형물>을 파괴하고 불을 질렀다. 경찰에게 폭행을 가했다. 어느 나라 국민들인가.

이제 대통령의 특사가 북한을 방문한다. 어떤 반대시위가 벌어질지 모른다. 그야말로 할복을 하는 사람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묻자. 인간은 서로 만나야 한다. 원수를 갚으려고 해도 만나야 갚는다. 평창올림픽 개막식 때 단상에 자리한 남북의 지도자들 얼굴에서 살기를 느꼈는가. 서로 만나야 하는 것이다.

아이스하키 팀의 남북 여성 선수들이 이별이 서러워 울면서 서로 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어떤가? 눈물이 나지 않던가.

휘영청 대 보름달은 잘도 떴다. 남과 북의 국민들이 모두 저 달을 볼 것이다. 보름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했다. 평창올림픽에서 ‘우리는 하나’라고 외친 국민들은 무엇을 원할까. 북으로 가는 특사를 반대하기 위해 공항활주로에 누워 시위하기를 원할까. 머리 좀 식혀라.

홍준표 김성태 두 정치지도자에게 부탁한다. 제발 국민의 평화 염원에 한국당의 이은재 의원이 말하는 소위 ‘겐세이’는 놓지 말기 바란다.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kmlee3612@fact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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