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가는 신작로, 퇴비증산, 새마을 운동 등 담아
19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구례의 사람 자연 풍경 재기록
'이 사진집은 먹을 것이 없었던 시절 피눈물 나는 삶을 온몸으로 헤쳐 나오신 구례 어른들의 고단한 기록이기도하다'
<과거 보러 가는 길 - 1968년부터 1990년까지 지리산 섬진강의 다붓한 구례연대기> 사진집이 최근 구례군청 김인호 홍보담당과 정동묵 시인(전 모닝캄 편집장)의 손길을 거쳐 나왔다.
<과거 보러 가는 길>을 펼치면 화엄사 가는 신작로를 달리는 코로나 택시와 그 옆 보리 익는 논, 아스팔트 포장 이전 19번 국도길 옆 주막집과 사람들, 교복을 입고 식량증산을 위해 잡초 제거에 나선 구례농고 학생들, 지게와 경운기에 풀을 담아 퇴비증산대회에 참가하는 농민들과 풀을 베는 아낙들, 새마을 운동과 반상회 모습을 마주한다.
또 소담하고 단아했던 화엄사와 연곡사의 옛 모습, 노고단 산장과 헐린 선교사 별장, 초가집 민가와 지리산 약수제에 참여한 여고생들과 줄다리기하는 군민들, 구례읍 옛 간판과 구례군청 조회 모습, 섬진강의 홍수와 가뭄을 극복하는 군민들, 망건을 쓴 노인의 시멘트 담장쌓기, 가마니 짜기 등 이제는 사라진 구례의 옛 일상과 들녘 그리고 자연을 만날 수 있다.
<과거 보러 가는 길>에 등장한 사진들은 지난 1968년부터 1990년까지 전남 구례군청 문화홍보실에서 사진을 담당했던 고 김용권 선생이 발품을 팔아 촬영한 것이다.
편집 책임을 맡았던 정동묵 시인은 "사진집의 시대적 배경인 196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는 '제발 먹고 살자', '제발 먹고는 살자'는 눈물 나는 상황이었다"며 "'정말 먹을 것이 없었다'는 피눈물 나는 삶을 온몸으로 헤쳐 나오신 구례 어르신들의 고단한 기록"이라고 밝혔다.
사진집은 총 256페이지 분량에 200여펀의 사진들을 食(식) 住(주) 行(행) 樂(락) 然(연)으로 나누어 엮었다. 식(食)에는 '먹고 살기 빠듯했던 그 시절의 땀결'을, 주(住)에는 '그래도 잘 살고 싶었던 그 시절의 숨결'을, 행(行)에는 '주민과 하나로 울고 웃던 행정'을, 락(樂)에는 '가난해도 즐길 줄 하는 넉넉한 마음'을, 연(然)에는 '앞으로도 그 자리에 있을 그 때 그 강산'이라는 부제를 달아 관련 사진들을 배열했다.
정동묵 시인은 "처음 구례군으로부터 사진집 발간 제안을 받았을 때 행정의 시선으로 바라본 군정계도용 사진 쯤으로 건방진 생각을 했었다"면서 "그러나 사진을 보고 또 보는 과정에서 구례 어르신들의 오롯한 삶이 어떤 형태로든 사진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사진의 행간' 속에서 당시 시대를 힘겹게 살아내던 구례사람들의 고운 숨결을 느낀, 정 시인은 8년 전 구례사람들과 자리산 섬진강이 좋아 서울 도회의 삶을 정리하고 귀촌하여 지리산 아래 마산면 마산리에서 글을 쓰면서 살고 있다.
편집에 참여했던 김인호 구례군 홍보담당은 "부친이 직접 촬영한 사진을 바라보면서 이제는 잊혀지고 사라져 가는 고향 구례의 옛 모습을 회고하고 모두가 힘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공동체를 이루며 오붓하게 살았던 추억들을 되새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제는 흐릿한 기억의 단편으로 남은 고향의 풍경이 그리운 사람들은 구례군에서 발간한 <과거 보러 가는 길>을 만나 함께 울고 웃고 부대꼈던 추억의 그 시절로 돌아가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