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영의 음악 칼럼] 집시 바이올린
[정수영의 음악 칼럼] 집시 바이올린
  • 정수영 광주아트가이드 편집위원(문학박사)
  • 승인 2018.02.09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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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민담 전집- 집시편에는 집시 바이올린에 관련한 재미있는 유래가 하나 실려있다. 집시 바이올린을 흔히 ‘악마의 바이올린’이라고 부르는데, 악마와 연결되는 집시 바이올린의 슬픈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다.

이웃집의 잘생긴 청년을 남몰래 사모하던 집시소녀가 간절히 사랑을 갈구하자 악마가 나타나 제안을 한다. 소녀에게는 부모와 형제 네 명이 있었는데, 그 모두를 자기에게 바치면 사랑을 이루어지게 해주겠다는 악마의 제안이었던 것이다.
 

집시 바이올린.


소녀는 결국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악마의 제안에 응낙하는데, 악마는 소녀의 아버지를 바이올린으로, 어머니는 활로, 네 명의 형제를 현으로 삼는다. 

훗날 숲속에 버려진 이 바이올린이 발견되어 악기소리가 울려 퍼지자, 새들이 노래를 멈추고 바람이 잠잠해지며, 슬픈 음악이 울려 퍼지면 사람들 모두가 슬퍼했고, 즐거운 음악이 울려 퍼지면 모두 기뻐했다고 하여 집시 바이올린을 ‘악마의 바이올린’이라고 한다.

민담이라고는 하지만 어떻게 보면 참 잔인하게 들리는 소재의 이야기다. 하지만 민담은 환상적인 흔적을 보이면서도 현실은 실재의 세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백설공주를 비롯하여 라푼첼, 헨젤과 그레텔, 빨강모자 소녀 등, 그림형제가 만들어 낸 그림동화의 실제내용 또한 현시대에 출판되어지고 있는 내용과는 달리 잔혹하기 그지없는데 그 밑바탕도 민담에 의한다.

즉 그림동화의 배경이 되는 17·18세기의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를 보더라도 당시의 농민들의 삶은 빈곤으로 인해 실제로 잔인하고 외설적이었기에 그들의 생활을 반영하고 있는 민담이라고 하는 것이 잔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슬픈 집시 바이올린

로비 라카토시(Roby Lakatos)는 헝가리 집시음악 정통의 명문 가문인 야노슈 비하리집안의 7대손으로, 베토벤이 존경했고 브람스가 헝가리 무곡을 작곡함에 있어서 그 선율의 조언을 얻었다고 할 정도로 유명한 집시가문의 후손으로서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집시 바이올리니스트이다.

그가 곧잘 연주하는 ‘차르다시’는 헝가리의 민속음악 및 무용으로 원래는 집시 음악이며 무용인데 집시음악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곡으로 손꼽히고 있다.

안단테 라르고(Andante Largo)의 느릿한 움직임으로 시작하는 첫 선율은 비장함마저 느껴질 정도로 비애(悲愛)를 띠며 우아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를 보이지만 점점 정열적으로 곡조가 바뀌면서 야성적이고 광적인 멜로디를 보여주다가 잠시 숨을 고르듯 느릿한 선율로 돌아오지만 다시금 격정적으로 휘몰아치듯이 강렬하게 끝을 맺는다.

로비 라카토시가 연주하는 차르다시는 그러기에 참으로 더할 나위 없이 슬프고 기쁘면서 격정적이다.

악마가 소녀의 부모와 형제들을 바이올린으로 삼아 건네받았을 때의 소녀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차르다시가 소녀의 애달픈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 듯 보인다.

첫 악절 선율은 소녀가 부모와 형제를 잃고 너무나도 슬프고 가슴이 저미는 마음을 비애의 선율이 표현하는 듯 하고, 그러다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점점 미친 듯이 자신을 잃어가는 상황을 곡조가 바뀌어 격정적이고 광적인 멜로디가 소녀의 모습을 대변하듯 흐른다.

이후 잠시 정신이 되돌아오는 듯 보이지만 결국은 그 슬픈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미친 듯이 헤매는 모습이 차르다시의 마지막 부분인 격정적으로 휘몰아치듯이 끝을 맺는 선율에 소녀의 애달픈 환상이 보인다.

‘악마의 바이올린’ 이야기는 환상적인 소재를 가진 민담이긴 하지만 소녀가 이룰 수 없는 짝사랑에 대한 절실한 마음을 현실에서 간절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소망에서 나쁜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악마를 통해 이루진 않았을까.

하지만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마음을 뒤로한 채 악마의 바이올린은 훗날 숲속에서 발견된다. ‘악마의 바이올린’이 슬픔과 아픔을 표현하고 기쁨의 선율마저도 슬픔을 자아내는 것은 소녀의 이런 가슴 저미는 사연이 스며들어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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