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 당당한 정의로운 청년 도시 광주!

정의당 나경채 광주광역시장 출마 선언문 [전문]


존경하는 광주 시민 여러분,

작년 6월에 한 젊은 작가가 광주를 찾았습니다. 그녀가 대학에 진학할때 가난한 노동자였던 그녀의 아버지는 그 동안 모아두었던 전부인 천 만원이 든 통장을 내주었습니다.

그 돈을 종잣돈 삼아 대학 4년 동안 그리고 대학원을 마칠 동안 온갖 종류의 알바를 전전해야 했던 그 청년은 책을 한 권 품고 광주에 왔었습니다.

그 책의 제목이 우리의 가슴을 후벼 팝니다. 천주희씨가 자신의 책 제목에서 우리에게 던진 질문은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 지는가’ 였습니다.
 

오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주광역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있는 나경채 전 정의당 공동대표. ⓒ정의당 광주시당 제공


광주 청년들의 33.8%는 부채를 갖고 사회에 발을 내디딥니다. 광주청년 한 사람의 평균부채액은 1,054만원인데, 이것을 부채를 갖고 있는 청년으로 한정하면 1인당 부채액은 4,031만원이나 됩니다.

이 청년들은 부모와 사회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열심히 미래를 꿈꾸고 준비해 왔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이들이 짊어진 부채의 무게는 이들의 게으름, 도덕적 해이, 방만함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이 청년들에게 미래를 선물해야 할 부모의 탓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도 안됩니다. 청년들이 가난한 부모를 원망하도록 내버려 두는 대신, 이것은 우리의 탓이오, 우리의 책임이오 하고 누군가 나서야 합니다. 저는 광주광역시와 그 시장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작년 8월말 장성의 한 저수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모녀의 이야기를 접하고 저는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무너졌습니다. 모녀가 돌아가신 시각은 딸이 다니던 광주 한 대학의 등록금 마감일이었습니다.

대학 등록금 500만원을 구할 길 없어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선택을 하기까지 이 모녀는 얼마나 막막했을까요? 500만원만 빌려달라는 부탁을 듣고도 당장 가진 것이 없어 내줄 게 없었던 친척들은 얼마나 참담했을까요?

저는 이 막막함과 참담함은 이제 광주시민 모두의 것이어야 하고, 누구보다도 광주시장의 마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랑하는 광주 시민 여러분,

저는 오늘 광주광역시장 선거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힙니다. 빛고을에서 가장 빛나야 할 존재인 청년들에게 무채색 미래가 아니라 청춘의 빛깔을 돌려주기 위해서 출마합니다. 노동이 당당한 정의로운 청년도시, 저 나경채와 정의당이 만들겠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촛불시민혁명의 결과 만들어진 정권교체 후의 첫 선거입니다. 또 지난 대선의 주요후보들이 모두 약속했던 헌법개정과 함께 하는 선거이기도 합니다.

지역권력만을 다투는 선거가 아니라 앞으로 수십년 동안 우리 사회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가 하는 개혁적 상상력이 넘치는 선거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상상합니다.

일하는 노동자가 당당하고, 청년들이 총천연색 미래를 마음껏 그리는 도시! 성소수자와 여성이 차별받지 않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도시의 성취를 함께 누리는 도시, 땅을 일궈온 농민들과 상권을 가꿔온 중소상공인의 땀방울이 침해받지 않는 도시, 청소년들이 미래의 행복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의 행복을 말하는 도시, 뿌연 하늘의 광프리카가 아니라 시원한 바람길이 소통하는 빛고을 광주를 상상합니다.

저는 청소노동자가 당당한 광주를 상상합니다.

추위가 시작되던 지난 11월 광주 남구와 서구청 소속의 두 청소노동자가 새벽노동과 격무를 이기지 못하고 작업중 사망하셨습니다. 광주 광산구청과 남구청에서는 가로청소 노동자들의 출퇴근을 얼굴인식기로 통제하려다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소수의 인원에게 과로를 요구하면서도 그 비용은 줄이려다 보니 최저가입찰에 기반한 민간위탁이 이루어졌고, 적은 비용으로 격무를 지시하려다 보니 청소노동자들에게만 감시의 굴레를 씌웠던 것입니다.

저와 정의당의 노력으로 새벽노동폐지와 청소차량의 현대화를 약속받았습니다. 얼굴인식기는 모두 철거되었습니다.

공공부문의 민간위탁을 모두 재검토하여 꼭 필요한 부문을 제외하고는 직영으로 운영하겠습니다. 노동업무를 전담하는 노동정책국을 신설하여 노동이 당당한 광주의 청사진을 그리겠습니다.

전국 평균에도 미달하는 노동조합의 조직율을 임기중 2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시정의 목표로 삼겠습니다. 5000여명의 아파트 경비, 청소노동자들에게 문화생활 지원을 실시하겠습니다.

임기마감이 다가오는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 노동자들을 위한 대책을 시급하게 마련하겠습니다. 가장 위대한 환경운동가이기도 했던 두 청소노동자의 죽음이 노동이 당당한 광주의 교훈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성소수자와 여성이 차별받지 않는 도시를 상상합니다.

광주의 상징인 무등산은 원래 무돌산이었습니다. 무돌은 무지개빛이 나는 돌이라는 뜻입니다. 무지개는 다양성의 상징입니다. 성소수자들에게 일본의 6개 도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동성파트너 인증제도를 실시해 인권도시의 실질을 더하겠습니다.

여성의 생리는 더이상 개인적인 일이거나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학교와 공공시설물에 생리대를 무상으로 비치하는 정책을 세계 최초로 시행중인 뉴욕시의 경우처럼 광주도 여성의 생리를 공공이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초경을 시작하는 청소녀들에게 월경축하키트를 제공하고 수영장 생리할인율 10%를 20%로 확대하겠습니다. 도시의 24시간은 안타깝게도 모두에게 평등한 시간이 아닙니다. 밤이 평등한 광주를 만들겠습니다.

광주의 모든 장소가 우리 모두에게 편안함을 주지 못하고 있다면 우리들의 공간은 평등하지 않습니다. 성평등 화장실을 도입하고 평등한 귀가, 평등한 택배, 평등한 주거환경 정책을 도입하겠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광주의 발전과 성취를 함께 누리는 것을 상상합니다.

임기를 마칠때까지 전체 시내버스의 40%를 저상버스로 교체하겠다는 현 시장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시외버스와 고속버스에 저상버스를 도입하여 명절 때 장애인들도 평등하게 고향에 가고 싶다는 바람은 시작도 하지 못했습니다.

저와 정의당이 시작하겠습니다. ‘모두를 위한 도시디자인 조례’를 만들어 무엇보다 평등한 이동권이 보장되는 광주를 만들겠습니다.

땅을 일구는 농민들과 상권을 가꿔온 중소상인들의 땀방울을 함께 지키는 도시를 상상합니다.

기초노령연금을 수령하지 않는 17,000여명의 65세 이하 농민들에게 농민기본소득 10만원을 지급하여 농가소득에 보탬이 되겠습니다. 지역화폐를 개발하여 농가와 중소상인과 지역경제를 지키겠습니다.

무엇보다 지역의 실핏줄을 형성하고 있는 중소상인들과 소농들을 지키기 위해 복합쇼핑몰과 대형마트를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규제해야 합니다.

저는 또한 광주의 청소년들이 미래의 행복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더 행복해지는 광주를 상상합니다.

담양의 한 식당에서 알바하던 광주 청소년들이 믿을 수 없는 정도의 시달림을 당하고 있을 때 광주광역시와 의회, 광주시교육청은 그 고난의 자리에 함께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합니다.

어린이•청소년 의회의 권한을 실질화 하는 방안을 찾겠습니다. 어린이 청소년 의회가 광주광역시에 조례제정과 정책사업을 제안할 권리를 인정하고 이런 제안이 있는 경우 광주시는 의무적으로 제도마련에 대한 답변을 제출하도록 하겠습니다.

무상급식은 시장과 교육감의 은사가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들의 권리입니다. 광주시 조례가 청소년 정책을 시행할때는 이들의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지난 무상급식 논란에서 청소년들에게 의견을 묻는 정치인은 없었습니다.

저와 정의당은 전면무상급식을 넘어 고교무상교육의 시행을 위해 광주광역시가 더욱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뿌연 하늘의 광프리카가 아니라 시원한 바람이 오가는 빛고을 광주를 상상합니다.

광주의 주요 도시공원에 대한 개발사업이 눈앞에 있는데도 광주시는 이렇다할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일곡, 중앙, 중외공원이 개발되어 수천 세대의 초고층 아파트가 된다면 우리 도시의 바람길은 더욱 막히게 되고 지난 여름 열대야 광프리카 현상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입니다.

이미 광주는 전체 주택 10채 중 7채가 아파트로 전국 최고비율입니다. 더 이상의 고층아파트 건설은 규제해야 하며, 도시공원에 대한 매입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습지를 보존하고 복개된 하천의 복원에 나서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150여개가 넘는 광주습지의 보존계획을 세우고 하천 복원계획을 수립하겠습니다.

청년이 자신들의 일상을 청춘이라고 말하는 도시를 상상합니다.

광주의 청년들은 더 이상 자신들의 삶을 청춘이라 말하지 않습니다. 무채색 미래가 빤히 보이는 현실 앞에서 이들의 젊음은 청춘을 잃었습니다.

왜 우리는 공부할 수록 가난해 지는가 하고 묻는 청년들에게, 등록금 500만원을 구하지 못해 내몰리는 청년들에게 저와 정의당의 약속을 말씀드립니다.

부와 빈곤의 대물림은 우리 사회를 절망으로 내모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청년들이 부모의 재산과 관계없이 최소한의 기초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는 것이야 말로 광주시가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일입니다.

광주형 사회상속제를 제안합니다.

성년이 되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때에 청년 1인당 500만원을 지급하겠습니다. 아동양육시설에 입소중이거나 퇴소한 청년에게는 1,000만원을 지급하겠습니다. 이것이 삶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지만 적어도 광주청년들이 미래를 고민하는데 우리 도시가 함께 하고 있다는 작은 버팀목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청년수당을 확대하겠습니다.

월 40만원씩 12개월, 2,000명에게 지급을 확대하겠습니다. 광주광역시의 재산세 수입이 연간 100억원이므로 이 재원을 동원하면 충분히 실시할 수 있습니다.

청년부시장제도를 실시하겠습니다.

광주를 떠나 다른 도시로 옮겨가는 인구의 절반이 20대인 현실에서 청년부시장은 다른 누구보다 광주 청년의 삶을 돌보고 구상하는 시의 핵심적인 위치에 서게 될 것입니다.

전체 예산의 5%를 청년예산으로 배치하고 광주청년센터를 청년재단으로 그 위상을 격상하겠습니다.

부채가 있는 광주의 청년 10명 중 3명은 돌려막기를 위해 대출을 하고 있습니다. 금융복지를 더욱 강화하되, 파산면책의 대상 채무에서 청년들의 등록금 채무가 제외되어 있는 현행제도의 개선을 위해 적극 나서겠습니다.

존경하는 광주시민 여러분,

광주는 달라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꽉 막힌 소통의 창을 열고 오늘의 광주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대선 즈음에 시장님은 이제 광주의 시간이 왔다고 말했지만, 저는 감히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립니다. 이제 광주를 돌아볼 시간이 온 것입니다.

1995년 민선 시장 선거가 실시된 이래 광주는 오늘까지 23년 동안 하나의 정당만이 시장을 배출했고, 하나의 정당만이 예외없이 의회 다수를 구성했습니다.

지난 지방선거의 결과 당선된 시의원의 95%는 민주당 후보들이었습니다.  청년들의 미래뿐 아니라 광주의 정신과 광주의 미래가 무채색인 이유는 단 한번도 중심정치세력이 교체된 없기 때문입니다. 고인 물은 늘 부패하기 마련입니다.

광주시장과 광산구청장의 핵심측근이 비리로 구속되었거나 검찰조사를 받았습니다. 광주시의원의 18%에 달하는 의원들이 부패문제와 관련한 형사사건에 연루되었습니다. 한 정당 내부의 예선이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본선을 사실상 결정해 왔던 이 부끄러운 구조는 청산해야 합니다.

저 나경채와 정의당으로 광주의 중심 정치세력을 이번에는 제대로 교체해 주십시오.

하나의 정당이 정치를 독식한 결과 역대 광주시의원 119명 중 40세 이하의 청년은 5%가 되지 않았고, 여성의원의 비율은 16% 미만입니다. 다양한 정치가 뿌리를 내리지 못한 결과는 무책임한 정당정치입니다.

지하철 2호선을 추진하는 사람도 이것을 강행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도 하나의 정당에 속해 있고, 복합쇼핑몰을 유치하려는 정치인과 이것은 문제라고 주장하는 정치인도 한 정당 소속입니다. 더민주당은 광주의 현안에 대해 어떤 당론도 없는 것 처럼 보입니다.

광주 정치는 더 젊어져야 하고 더 다양해 져야 합니다.

세계의 여러 나라 여러 도시는 젊은 정치인을 통해 혁신에 나서고 있습니다. 스페인의 총리를 노리고 있는 포데모스라는 야당의 대표는 30대 후반의 정치인입니다.

남녀 동수내각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캐나다 트뤼도 총리도 40대의 젊은 정치인입니다. 칠레에서 대학무상교육을 이끌었던 한 국회의원은 20대 여성 청년리더였습니다.

저 나경채가 속한 정의당은 당원의 절반 이상이 청년에 속하는 젊은 정당입니다. 광주의 중심 정치세력의 교체뿐 아니라, 광주정치의 중심세대를 동시에 교체해야 합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광주 시민 여러분,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기 위해 아껴두었던 말이 있습니다.

윤장현 시장께서는 기어이 임기중 지하철 2호선 공사를 착공하겠다 합니다. 저는 여기에 단호히 반대합니다.

혈세 2조원이 투입되는 매머드급 토목공사를 시행하는 일에 착오나 후회를 남겨서는 안되기 때문에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친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임기 6개월도 안남은 시장이 선거를 앞두고 착공하겠는 것은 선거를 앞둔 정치인의 과욕입니다.

대중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하철 2호선이 아니라 도로 위를 달리는 버스의 증차와 완전 공영화가 필요합니다. 도로위의 트램이나 BRT같은 수단도 검토되어야 합니다.

자전거 도시를 만드는 구상도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좋은 제안들도 많습니다. 좋은 대중교통수단의 완비는 자가용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 분담 비율을 높이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혈세 2조원 중 8천억원은 광주시의 예산에서 충당할 예정입니다. 저와 정의당은 8천억원의 예산이 확보가능하다면 그 예산을 어디에 쓰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인지 기쁜 마음으로 토론했습니다.

청년들에게 청춘의 빛을 돌려주는 사업에 그 예산을 쓸 수 있다면 광주의 미래를 한 층 더 빛나게 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사랑하는 광주시민 여러분,

저는 광주에서 태어나 20대까지를 광주에서 자랐습니다. 고교시절부터 청소년 인권운동에 앞장섰고, 남들과 달리 군대를 마치고 뒤늦게 대학에 갔습니다. 저의 부모님은 월남전 참전용사셨고, 떡볶이 장사를 하셨고, 회사원이셨습니다.

식당에서 일을 하며 뒷바라지를 해주셨고, 아파트 경비일과 온갖 궂은 일을 하며 노동자로 살아 오셨습니다. 저의 30대의 무대는 서울이었습니다. 지방의원으로 일을 하며 사회진보와 개혁의 길을 배웠습니다.

저는 다시 광주로 돌아온 청년정치인입니다. 대한민국이 바뀌기 위해서는 모든 개혁의 중심이었던 광주정치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10년이 걸렸습니다.

존경하는 광주시민 여러분,

저와 정의당을 주목해 주십시오. 저와 함께 노동이 당당한 정의로운 청년도시로 광주를 바꿔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18년 1월 31일

광주광역시장 출마자 정의당 전 공동대표 나경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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