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산 진성영의 섬이야기
지난 성탄절에는 눈 대신 강풍을 동반한 너울성 풍랑주의보로 팽목항에서 새섬으로 들어가는 모든 항로의 차도선에 발이 묶였다. 새섬을 떠나온 지 한 달 만에 다시 들어가는 길이다.
다음날, 다시 팽목항을 찾았다. 진도 팽목항의 존재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널리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아직도 그날의 흔적들이 여기저기에 고스란히 남아 있어 늘 이곳을 찾을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지금까지 새섬으로 들어가는 뱃길은 늘 설렘으로 다가왔지만, 어머니가 계시지 않는 새섬은 나에게 한 장의 추억사진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30여분 남짓 새섬으로 들어가는 길은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했다. 무인도 사이로 수줍어하는 바다 안개, 고깃배와 새들의 노래.., 하나같이 보는 이에게 행복한 마음 풍경을 전해주는 바다의 금쪽같은 선물이다.
마을에 들어가기 전, 수많은 추억이 남아있는 어머니의 놀이터가 있다. 지금이야 무거운 마음으로 이곳을 지나치지만, 훗날 아름다웠던 시간으로 간직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로 조성되리라 확신한다.
시골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잠시 멈췄다.
어머니는 이곳을 오를 때마다 힘겨워했었다. 경사가 심해 늘 어머니 보행보조기 뒤를 따르며 등을 밀어드렸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영차, 영차!"
힘겹게 집으로 들어오면 어머니는 꼭 혼잣말을 하셨다.
"오살 놈들! 먼 놈의 입구 진입로를 이따이로 높이 만들어서 사람 애간장을 녹이는지"
그래도 다행인 것은 겨울철 눈 내리고 미끄러운 진입로를 밟지 않고 편안하게 병실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다는 것에 위로 아닌 위안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