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산 진성영의 섬이야기

어머니께서 뇌경색으로 쓰러진 지 한 달이 지났다. 병상에 누워있는 어머니의 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모습이다. 

평소에 몸도 가누기 힘든 어머니를 생각하면 지금의 상황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의식 없는 어머니를 보고 있노라면 자꾸 눈물이 난다.
 

힘없이 야위어가는 어머니(강복덕 님)를 보며 망연자실하는 캘리그래피 작가 진성영씨. ⓒ석산 진성영


3개월 전 어머니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막내아들과 늘 함께 있으니, 이별의 눈물을 흘릴 필요가 없어 너무나 좋구나" 하셨다.

매년 여름휴가 때마다 시골에서 1주일 정도 머무르다 막상 서울로 올라가려 하면 차창밖으로 늘 어머니는 눈시울을 적시곤 했었다. 모든 부모 자식 간의 이별은 이렇듯 눈물로 시작해 눈물로 끝이 난다.

그래서 어머니는 더 이상 막내아들과는 이별의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내게 하고자 하는 것으로 기억이 된다.

매일 병원을 찾을 때마다 어머니께 인공눈물을 주입해 드린다. 그럴 때마다 눈이 개운한지 잠시 눈을 뜨신다. 초점 없는 눈동자는 아들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이런 시간은 어머니의 또 다른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남겨진 자식들이 마지막으로 어머니께 바라는 것은 비록! 말은 못 하실망정, 누군지를 알아보고 무언의 대답을 해주는 상태까지다.

어젯밤 나는 어머니와 다시 새섬으로 내려가는 꿈을 꾸었다. 3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일어난 일들에 대해 서로 묻고 답해주며, 병원생활의 아픔과 자식들이 병문안 와서 하던 말들을 생생하게 기억해 내며 내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너무나 현실 같은 꿈이었다.

다음날 아침, 비가 내렸다.

어머니와 함께하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나는 다시 새섬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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