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산 진성영의 섬이야기

어머니는 팔십 평생을 살면서 끊임없는 일과의 전쟁을 치르다 패배해 쓰러졌지만, 결코 포기하지는 않았다.
 

어머니(강복덕 님)께서 아들(캘리그래피 석산 진성영씨)의 손을 어루 만지고 있는 모습(목포 H요양병원 소재) ⓒ석산 진성영

지난 새섬의 9월 한 낮은 여름처럼 더웠다. 아침 일찍 어머니를 모시고 밭일을 시작했다. 도시생활에 익숙한 나에게는 시골의 소일거리도 힘겨워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달랐다. 12시 점심시간이 되어도 어머니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어머니, 점심 먹고 하게요?”
“난! 생각 없다. 아들이나 먹고 오렴.”

잠시 나는 집으로 와 냉장고에서 신선한 왕배를 꺼내어 믹서기에 갈아 어머니께 갔다 드렸다. 치아가 하나밖에 남아있지 않아 모든 과일과 음식은 손수 갈아서 때를 놓치지 않게 해드렸다.

어머니는 오직! 일밖에 모르셨다.

그렇게 어머니의 식단과 일들을 조금씩 분산하고 조절해 드리면서 늘 함께 했었다.

이제는 3개월간의 추억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어머니를 병실에서 지키고 있다. 뇌경색으로 수족, 언어마비 판정을 받았지만, 20여 일이 경과된 지금 어머니는 계속 꿈틀 내며 일어나려는 의지력을 보이고 있다.

H병원 주치의는 현재 어머니 상태를 블랙아웃(Blackout: 의식 상실, 기억 상실)이라고 했다. 왼쪽 중뇌 혈관이 괴사 된 상태다 보니 회생 가능성은 5% 미만으로 희망이 없다고 하셨다. 그러나, 5%의 소생 확률은 여전히 남아있고, 현재 어머니의 의지력은 5%를 뛰어넘을 것이라 확신한다.

매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어제는 어머니가 내 손을 잡고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무의식 중에서 그런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은 들지만, 그렇다고 의식이 전혀 없다고 단언하기에는 너무나 또렷한 어머니의 행동이라 계속 추이를 지켜봐야 할 듯하다.

뇌졸중(뇌경색, 뇌출혈) 당사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부터 의식을 찾는 과정, 그리고 병이 완쾌된 후 당사자가 이야기한 사례를 인터넷에서 검색한 내용이다. 뇌경색 환자가 언어, 수족 장애에서 의식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말이 들리면 눈을 깜박여 보라고 하는 것” 과 “호흡이 막힌 고통을 느꼈고, 주변의 말도 다 들을 수 있었다 “ 고 했다.

환자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는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말하는 내용을 어머니도 들을 수 있겠다는 ‘희망’을 찾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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