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산 진성영의 섬이야기

어머니의 마지막 선물 중에는 참깨도 들어 있었다.   ​

서울 누나들이 어머니 면회를 하기 위해 목포에 내려왔을 때 참기름 2병도 함께 가지고 왔다.

지난 가을, 참깨를 수확하는 어머니(강복덕 님) 모습 (전남 진도군 조도면 신전길 소재)

지난가을, 어머니와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심었던 참깨를 수확했었다.  

매일 아침이면 어머니와 나는 참깨 나무를 베어 일부는 밭에 건조하고 남은 참깨는 집 근처 마을 공동 건조장에 널고 털기를 반복하면서 가을을 보냈다.   

​어머니의 일 사랑은 무식할 정도로 심취한 채 정작 본인의 몸은 돌보지 않았다. 해가 서산에 걸릴 때까지 어머니는 손에서 일을 놓지 않았고, 매일 반복되는 상황은 계속되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미리 수확한 참깨를 꺼내어 하루 종일 쭉정이를 골라내는데 소일하셨다.  

“어머니, 힘들지 않으세요?”라고 물으면  

​“가만히 앉아서 하는 일인데 뭐가 힘드냐” 하시며 가벼운 웃음으로 넘기곤 하셨다.   

​그래서 2병의 참기름을 본 순간!

어머니와 함께 했던 지난 가을날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시간들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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