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산 진성영의 섬이야기

새섬으로 내려와 지금껏 어머니와 오래도록 추억이 담겨 있는 곳이 '어머니의 놀이터'다. 그곳에서 난 '돌담'을 쌓았다.

어머니의 밭 어귀에 건축 잔해물이 쌓여 있어 차를 타고 지나면서 늘 눈살을 찌푸린 곳이기도 하다.​
 

어머니(강복덕님) 밭에 돌담을 쌓고 있는 모습 (진도군 조도면 신전길) ⓒ석산 진성영

처음부터 어머니가 일하는 밭에 건축 잔해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존 시골집을 헐고 그곳에 새집을 지었는데 잔해물을 딱히 둘 곳이 없어서 이곳에 임시로 쌓아 두었던 것인데 주변에서는 굴삭기를 이용해서 손쉽게 건축 폐기장으로 옮기라고 했지만, 어머니는 잔해물 속에 예전부터 사용했던 농기구들이 있을 거라며 조심스럽게 우리 손으로 치우자고 했다. 

나 역시 돌이 많이 나오는 잔해물을 언덕에 돌담을 쌓아 어머니의 놀이터에 조형미를 살리고자 했다.

​2017년 11월 20일, 어머니께서 뇌경색으로 쓰러지기 하루 전.. 그날도 어머니는 밭에 잡초를 매고, 나는 돌담 쌓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21일 어머니는 밭에서 쓰러졌다. (이 부분은 '어머니의 놀이터 2'에 자세히 설명된 관계로 생략함.)

​지체할 시간도 없이 어머니 숨결이 묻어 있는 놀이터로 향했다. 잘 정돈된 밭고랑이며, 마늘밭이며 여기저기 둘러보다 돌담을 쌓기 시작했다. 1시간 넘게 잔해를 풀어헤치고 흙속에 파묻힌 돌을 걷어내려는 순간! 어머니 말대로 잔해 속에서 구부러진 쇠스랑과 녹슨 호미와 낫, 멀쩡한 곡괭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선견지명(先見之明)이 적중했다. 

​평상시 어머니께서는 늘 나에게 “염병할 놈들이 쓰던 농기구도 다 버려버렸다”라고 속상해 하셨다. “대대로 쓰던 농기구, 생활용 구들이 하나도 남아난 게 없다”라고 말이다.

​이렇듯 모든 어머니들은 생활 속의 지혜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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