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간 진행...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 강의로 마쳐

"내년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에게 '광주형 청년보장' 요구해야"

광주청년유니온(위원장 문정은)은 지난 28일 광주 동구 동명동 IPLEX 스타트업빌에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의 강의를 끝으로 4주 간에 걸친 <청년노동연속기획강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청년에 대한 부당노동 행위와 체불임금 문제 등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청년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청년 노동조합의 사례를 살펴보고 청년 노동운동의 전망을 탐색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지난 28일 광주청년유니온(위원장 문정은)이 광주 동구 동명동 IPLEX 스타트업빌에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의 청년노동 강의를 열고 있다. ⓒ광주청년유니온 제공

4주에 걸쳐 진행된 이번 강연에는 광주 청년 약 100여명이 참석하여 광주 청년들의 일‧노동 문제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등 열띤 강의와 토론이 이어졌다.

김 위원은 한국 사회의 열악한 노동 실태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먼저 배달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활성화되고 있는 플랫폼 노동을 이야기하며 "배달 노동자들은 근로자가 아니라 자영업자로 인식되고 있어 일하다 다쳐도 산재 보상을 받지 못한다"며 "이제는 저임금이나 비정규직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은 작년 서울 구의역 사망 사건과 최근 제주도 현장실습생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왜 19살 청년이 스크린도어 작업을 해야 했는가?"면서 "기업에서는 임금을 아끼기 위해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을 점점 더 많이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광주의 노동 실태에 대해서도 김 위원은 "전국 특광역시 중에서 최저임금 위반율이 가장 높은 도시가 광주다"라면서 "노동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는 광주가 과연 5.18의 도시, 인권의 도시가 맞느냐"고 질문했다.

김 위원은 프랑스와 한국의 노동 실태를 비교하며 "장기근속자 비율이 프랑스는 42.7%이지만 한국은 15.7%에 불과하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스펙 좋고 대기업 다녀도 40대가 되면 내려와야 한다"면서 "퇴직한 사람들이 하청업체 사장이나 프랜차이즈 사장이 되서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청년정책의 대상과 관련해서는 "청년들의 이행기 노동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아르바이트 노동과 니트(NEET)다"라면서 "현재 니트는 전세계에서 가장 화두가 되고 있다. 니트를 대상으로 한 일자리 정책, 창업 정책, 의무고용 정책은 모두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김 위원은 니트를 대상으로 한 대표적인 정책인 서울의 청년 수당의 사례를 이야기하며 "청년 수당은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정책이다. 당시 공무원들도 청년들에게 수당을 주면 술먹고 모텔간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다"면서 "이제는 청년수당과 같은 청년 보장 정책이 다른 지자체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은 광주에 대학교가 많고 고학력 니트가 많은 편이라며 "조사 결과 광주 청년 니트는 적게 잡아도 전체의 13%, 많게는 20%까지도 볼 수 있다"면서 "통계에 잘 잡히지 않는 니트에 대해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근 진행된 광주 청년 계층별 실태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광주 청년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구직하는 기간이 평균 12.7개월, 생활비는 40만원 정도 쓰고 있다"면서 "광주에서도 청년 수당 정책을 시행한다면 최소 40만원씩 6개월 이상은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위원은 청년수당에 대해 "청년들에게 취업이나 창업을 강요하는 기존 정책들과 패러다임이 다르다"면서 "당장 공장에서 최저임금 받으며 일하지 말고, 최소 6개월 이상은 자신의 길을 탐색해보라는 뜻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광주청년유니온 제공

김 위원은 청년 정책의 조기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주요 선진국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장기 실업이다. 청년들이 오랫동안 방치되지 않도록 졸업 후 1년 미만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장기 실업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청년들이 사회와 단절될 경우 제2, 제3의 피해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의 청년 수당 이후의 청년 정책에 대해서는 유럽의 사례를 언급하며 "이제는 단순히 수당만 지급하는 게 아니라 청년의 주거, 환경, 보건 등에 이르는 종합적인 보장제도가 필요하다"면서 프랑스의 청년보장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김 위원은 프랑스의 청년보장제도를 담당하는 중간지원조직인 미션 로컬에 대해 소개하며 "인구 40만 도시에 미션 로컬이라는 기관이 6개가 있다"면서 "광주 정도의 도시라면 이런 센터가 최소한 구별로 하나씩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션 로컬의 슬로건이 '삶의 여정'이다. 청년 삶의 여정을 책임지는 기관이라는 뜻이다"라면서 "이런 기관이 프랑스 전역에 400개가 넘게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위원은 "청년 수당에만 매몰되어서는 안된다. 청년보장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면서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나서서 내년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에게 '광주형 청년보장'을 시행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연속 강연은 광주청년유니온과 광주광역시비정규직지원센터 주관으로 이달 8일부터 매주 1강씩 총 4강으로 청년 노동 활동가와 전문가들을 초청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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