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산 진성영의 섬이야기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 “어머니”
여든일곱의 어머니는 아침이 되면 평생을 같이한 분신들을 주섬주섬 챙긴다. 헐거워 바늘로 수십 번을 꿰맨 빨간 양말이며, 누더기가 된 몸배바지, 구멍 난 목장갑, 그리고 가장 중요한 호미에 이르기까지..., 어머니의 놀이터에 밭을 매러 가시기 위한 도구들이다.
내가 이곳 새섬에 내려오기 전까지는 보행보조기를 끌고 1킬로가 넘는 밭을 매러 오고 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지금이야, 매일 내 차로 모시고 가고, 오지만 말이다.
자식들은 다들 한결같이 고생한다고 일 좀 그만하시라고 하지만, 난 반대다. 시골 부모님들 고생한답시고 도시로 모셔와 적응 못하고 아파하고, 끝내 수명 단축의 원인제공에 이르는 사례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고 있지 않는가?
어느 날, 어머니께 여쭤봤다.
'어머니! 이렇게 매일 밭을 가꾸는 일이 힘들지 않으세요?' 어머니 왈.. "뭐가 힘들어.. 즐겁지, 너네 7남매 먹고, 입히고, 공부시킨 땅인데 내 살아있는 동안 이 밭을 돌보지 않으면 벌 받는다"라고 하셨다.
세상의 부모들은 모두가 이렇게 한결같다.
양심적이고, 정직한 땅을 일구고 살아가는 우리네 부모님께 경의를 표하고 싶다.
비록, 오늘도 밭을 일구고 집에 돌아와서는 여기저기 아픈 곳에 처방약으로 대신하지만, 어머니의 깊은 가을밤은 쉽사리 잠을 청하지 못한 채 뜬눈으로 밤을 새운다. 그리고, 내일 또다시 어머니는 놀이터로 향할 것이다.
석산 진성영 캘리그래퍼
jsuks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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