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근육병장애인 재활협회 회장의 권유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봉사를 하면 무슨 대단한 긍지나 보람을 얻을 것이란 생각은 없었지만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된다면 괜찮겠다는 생각으로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게 처음으로 맡겨진 임무는 몸이 불편하여 잘 걷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목욕 시켜드리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차량을 소유하고 있던 저는 그 분들을 태우고 가서 목욕을 시키고 다시 집까지 모셔다 드리는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일을 인연으로 지금도 한 가정 4명 모두 근육병 장애로 고생을 하는 담양군 대치면에 살고 있는 댁을 찾아가 해마다 김장도 해주고 텃밭에 고추도 따주고 고추지주대도 뽑아주고 합니다.

이 댁의 엄마는 걸음을 못 걷고 손마저 자유스럽지 못하며 남편은 오직 한 손만 쓸 수 있고, 딸은 근육병으로 몸이 굳어가고 있는 상태였으며, 하나 있는 아들은 장애로 인해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는 그야말로 힘겨운 집안이었습니다.

그 분들, 제가 가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힘든 환경에서도 밝은 얼굴로 웃음으로 대하는 그 얼굴들을 볼 때면 내 마음까지 즐거워졌습니다.

뜻이 있으면 통한다는 말도 이 때 알았습니다. 어차피 시작한 일, 간병에 대한 지식을 좀 알고 있으면 좋겠구나 싶었는데 마침 광주시 남구청에서 ‘간병인전문 교육과정’을 시작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망설임 없이 접수를 했습니다.

4주 동안의 교육이수를 하고 관계자의 안내로 보건소 방문 보건팀을 소개받아 우리 1기생들은 조를 나누어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 댁에서 봉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백운동 전 아무개 할머니가 첫 봉사 대상이었습니다. 월, 수, 금 일주일에 3번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첫 방문 한 날 집안풍경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앞을 못 보시고 누워 계셨는데 몸은 시커멓게 때가 끼어있고 이불에서 냄새가 나서 코를 찔렀습니다. 우선 할아버지 목욕을 먼저 시키려고 마루로 모시고 나오는데 몸집은 얼마나 크던지 방에서 마루까지 나오는데 어깨가 뻐근했습니다. 목욕탕도 없어 마루에서 목욕을 시키고 집안 구석구석 치워드리고 왔습니다. 그렇게 2개월이 지났을 무렵 우리팀은 백운동 임 아무개 할머니를 또 소개받았습니다.

할머니는 욕창이 심하고 요도담석이 있어 소변이 밖으로 새어나와 냄새가 나서 코를 찌르는데 남구청 소속 방문 간호사 정주연씨는 인상한번 찡그리지 않고 두말없이 "할머니 저 왔어요." 하고 들어가 욕창을 치료해 주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얼굴은 아직 어리고 그런 일을 보면 소리부터 지르고 나갈 것 같은데 어떻게 웃는 얼굴로 부드럽게 해 드릴 수 있는지…….

그런 마음가짐이 아니면 방문간호사도 못하겠구나 생각하며 정 간호사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가장 가슴 아픈 것은 할머니가 김치 한 가지에 식사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무더운 여름에 선풍기 한 대 없이 손녀딸이 지내고 있고 쌀이 떨어져 언젠가 싸다 준 누룽지를 끓여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곤 눈물이 났습니다.

나 역시 넉넉한 것은 아니지만 옆 사람의 도움으로 선풍기도 사다주고 쌀도 20kg 팔아주고 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아프고 시렸습니다. 어느 날 부모도 버리고 떠난 자신을 갓난아이 적부터 돌보아온 손녀딸이 생일 한번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봉사자들이 의논한 끝에 미역국 끓이고 나물하고 밥과 케이크를 준비해 생일 축하를 해 주었더니 이런 생일이 처음이라고 하면서 눈물을 흘리더군요. 오로지 자신이 할머니를 돌보아야 한다는 의무로 입원시키지 않던 손녀딸을 설득해 입원을 시켜드리고 우린 그 댁에 다시 못 갔습니다.

봉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많았습니다. 광주 모병원에서 도시락을 받아 독거노인들에게 배달하는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 일로 유 아무개 할머니(치매환자)를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도시락이 끝나고 나면 할머니 댁의 가사일 돕고 안마도 해드리고 말동무 해주고 온천에 목욕도 가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말에는 우리도 뜻 깊은 일을 해보자는 의미로 남구청 간병인 1기생모임에서 5천원 회비를 점심값으로 2천5백원을 쓰고, 나머지를 갹출하여 쌀 20kg 10포를 구입, 광주시 남구 주월동 백 아무개 할머니 댁 등 십여 댁에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봉사활동을 시작한지 5년, 봉사는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곧 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대단한 게 아니라 조금만 마음 쓰고 작은 시간이나마 투자를 한다면 그것은 바로 나를 위한 투자라는 걸 알았습니다. 또한 봉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적으로 봉사를 하기 힘들면 경제적인 작은 도움도 큰 봉사가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처음엔 이런 일은 혼자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 동안 활동을 하면서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간병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신 남구청 관계자들과 방문간호사들께 감사드립니다.


송순임님의 글은 광주시 남구청에서 발행하는 구소식지에도 게재된바 있습니다. 이웃과 더불어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있는 자원봉사자의 아름다운 마음이 묻어나는 글이라서 본지에 재 게재합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와 소개를 기다립니다.






송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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