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달라졌다. 언론도 변해야

■홍종학 ‘때리는 골목’

‘우는 골목’이라는 우스개가 있다. 옛날 까막눈이 편지를 받고 길 가는 사람에게 읽어 달라고 했는데 편지를 받아 든 자가 눈물을 흘린다. 안 좋은 소식이라 짐작하고 운다. 남이 울면 자신도 슬퍼진다. 지나던 사람들도 운다. 처음 운 친구에게 무슨 편지였느냐고 물으니 그 친구 왈 자신도 까막눈이라 그게 서러워서 울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왜 울었을까. 모두 우니까 ‘우는 골목’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 할머님이 들려준 얘긴데 그땐 많이 웃었다. 지금 아무도 안 웃는다면 내가 울어야 하는 게 아닌가. 진짜 말하고 싶은 건 덩달아 쏠려 다니는 인간에 대한 일침이다. 지금 언론은 ‘우는 골목’이 됐다. 아니 ‘홍종학 때리는 골목’이 됐다.

■홍종학이 지은 죄?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SNS 갈무리

세 사람이 떠들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난다고 한다. 요즘 난도질을 당하는 장관 후보가 있다. 난도질이란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무차별 구타다. ‘몰매’라는 폭력이 있다. 집단 구타를 말하는 것이다. 일본 말로 ‘후꾸로다다끼’란 폭력이 있는데 한 놈을 보자기로 씌우고 패는 것이다. 보자기를 씌웠으니 누가 때린 줄도 모른다. 마음 놓고 팬다. 들통이 난다 해도 왜 나만 때렸냐.

요즘에 언론은 너 나 할 것 없이 서로 부등켜안고 우는 ‘우는 골목’이다. 홍종학이 집단폭행을 당해도 좋은가. 그들은 검증이라고 할 것이다. 이게 검증인가. 이건 집단 폭행이고 ‘후꾸로다다끼’다. 불법행위를 했다면 법으로 처리하면 된다. 전 국민이 보는 청문회도 있다.

우선 국민정서법이다. 중학교 2년생이 외할머니로부터 8억6천 상당의 재산을 증여받았다. 국민정서로 따진다면 판결은 뻔하다. 아니 어린 게 그런 재산을 받았어? 물어보면 잔소리다. 이건 ‘조져’야 한다. 불법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고 그러나 방법은 있다. 국민정서법이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조·중·동이야 이제 입에 담기도 역겹지만,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는 격으로 국민정서법에 편승해서 폭력을 휘두르는 언론을 보면 딱하다. 우선 하나 알려 줄 일이 있다. 홍종학 후보가 세금을 적게 내려고 편법을 썼다는 주장에 한 마디 하면 국세청이 공식으로 발간한 ‘세금절약 가이드’에 지금 편법이라 비난하는 세금절약 방법이 총 226페이지에 걸쳐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읽어 봤는가. 공부해라.

■언론, 왜 이러느냐

아무리 억만장자라도 세금 내는 거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만만한 게 삼성이냐고 할지 모르나 삼성을 비롯한 재벌들이 탈세로 혼 줄이 나는 이유도 별거 아니다. 세금 내기 싫은 것이다. 국세청 공무원들을 ‘세금쟁이’라고 한다. ‘쟁이’가 붙으면 별로 존경하는 게 아니나 만약에 세금쟁이가 없으면 나라 살림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단 탈세 같은 것은 하지 말아야 하고 탈세는 추상같이 처벌해야 할 것이다.

홍종학의 딸이 탈세했는가. 어린애가 탈세를 알 리도 없고 했다면 홍종학이 했을 것이다. 국민정서법이 아니라 인간정서법으로 접근해 보자. 홍종학의 장모는 재산이 많은데 건강이 안 좋다. 죽으면 가져갈 재산도 아닌데 이뻐하는 손녀한테 주고 싶다. 세금걱정을 왜 안 했겠는가. 사위한테 의논했을 것이다. 많이 생각했을 것이다. 불법도 아니다. 합법적으로 증여가 됐다. 언론이 떠드는 것을 봐도 불법이나 탈세를 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계를 지켜야지.

국민정서법을 들이대고 이렇게 난도질을 해도 되는가. 삼수해서라도 서울대 가라고 했다는 옛날 고리짝 얘기도 등장했다. 삼수는 약과다. 서울대 아니면 대학 안 간다는 애들은 쌔고 쌨다. 왜들 이러는가. 왜 언론이 이러는가. 비판은 냉정하게 해야 한다. 그게 언론이다. 지금 냉정한 비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자신들이 잘 알 것이다.

■자신들을 돌아보라

지금 언론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언론이 가야 할 길을 한 참 벗어난 MBC를 제 자리로 돌아오게 하려는 운동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과 김장겸 사장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국민이 빤히 보고 있다. 방문진 이사 사퇴와 관련해 국정감사를 팽개친 한국당이 풀 방구리 쥐 드나들 듯 국회를 드나든다. 국회가 놀이터냐. 그 못된 버릇을 고칠 힘을 언론만이 갖고 있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권이 언론장악을 기도한다고 아우성이다. 맞는 말인가. 언론을 장악하려고 안달을 한 것은 이명박과 박근혜다. 지금 모두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까마귀가 울 노릇이다.

언론은 자신들의 영향력이 줄어든다고 속이 상할지 모른다. MBC나 조·중·동의 영향력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아쉬울 것 없다. 그들의 영향력은 현재로서 적을수록 좋다. JTBC도 있고 교통방송도 있다. 손석희가 있고 김어준도 있다. 이들 방송이 왜 높은 시청률과 지지를 받는가. 공정하기 때문이다. 언론의 생명을 지키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들이 지금까지 부려왔던 행태는 언론에 대한 불신은 물론이고 정치 불신의 원인이 됐다. 이들의 횡포는 국민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고 고분고분하지 않은 정치인은 가차 없이 짓밟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정치인이 언론의 밥이냐

초선인 노무현 의원이 조선일보 종로보급소 배달 청소년들로부터 부탁을 받았다. 보급소장의 착취가 심하다는 것이다. 한 번 와주기만 해 달라는 것이었다. 노무현의원이 보급소 배달원 소년들과 대화를 하고 있을 때 조선일보 기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왜 애들 선동하느냐는 것이다. 정치나 잘 하라고 했다. 노 의원은 기사나 잘 쓰라고 응대했다. 노무현을 죽인다는 말을 공공연히 했다. 노무현의 시련은 시작됐다.

주간조선의 우종창이라는 기자는 ‘노무현의원은 과연 재산가인기’라는 제목을 표지에 건 기사를 실었다. 표지는 망측했다. 거의 벗은 모습이었다. 다음 선거 때 민정당의 허삼수는 주간조선 한 권 들고 선거운동을 했다. 노무현은 낙선했다.

그러나 법정은 노무현의 손을 들어줬다. 조선일보 간부가 사과했다. 그러나 그들의 집요한 복수는 노무현이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계속됐다. 아방궁이 등장하고 논두렁시계도 등장했다. 이제 법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 심판받기 이전에 참회하고 속죄의 길을 찾아야 한다. 언론의 갈 길을 제대로 가면 된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망한다

눈이 돌아갈 지경으로 세상이 변한다. 나는 새도 떨어트릴 것 같았던 문고리 3인방인 이재만·안봉근·정호성도 이제 죗값을 기다리고 있다. 자신들의 운명이 이토록 기구하게 추락할 줄 꿈이나 꾸었겠는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적폐세력의 추한 모습을 보게 될지 안타깝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아래서 국정원장을 지낸 인물들은 하나 같이 말년이 비참하다. 그중에서도 남재준을 보면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강직한 군인이라고 거들먹거렸으니 말이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땅에서 존경받는 언론인이 몇이나 될까. 우리가 젊었을 때는 선생님 하면서 무릎을 꿇고 싶은 분들이 있었다. 지금 젊은 기자들에게 물어보면 웃는다. ‘기레기’란 비하가 고유명사가 되어 버린 오늘의 언론을 보며 언론이 하루라도 빨리 제 자리를 찾기를 기원한다. 언론만 제대로 꼿꼿이 서 있으면 엉터리 정치는 발을 붙이지 못한다.

정당의 목표가 집권이라고 하지만 정도를 가지 않으면 한국당은 영원한 야당이다. 총칼로 집권하던 때는 다시 오지 않는다. 언론도 같다. 정도를 가야 한다. 존경받는 언론인이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지난 1일 아침 MBC 이용마 기자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했다. 목소리가 밝다. 건강한 이용마를 볼 날을 기다린다.

몰염치가 판치는 언론이다. 영화 ‘친구’의 명대사다. “고마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