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전국에서는 약 4,000개의 축제가 열린다. 일본은 매년 2만개가 넘는 축제를 열고, 한국보다 작은 유럽의 나라들도 매년 1만개 이상의 축제를 여는 실정이니 한국의 축제 수는 과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 많은 축제가 열린다고 생각한다. 4,000여개의 축제가 비슷비슷한 콘텐츠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유명 혹은 무명 가수의 공연을 관람하고, 기념품을 사고, 지저분한 먹거리 장터에서 배를 채우는 것은 어느새 축제 즐기기의 메뉴얼이 되었다.
 

지난 10월 열린 2017광주충장축제 모습. ⓒ광주 동구청 제공

전국의 축제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중구난방으로 늘어난 것은 지방자치제와 관련이 있다. 1995년 7월 지방자치제가 시작된 후 자치단체장들은 각종 축제를 만들어 치적 쌓기에 열을 올렸고, 기존의 축제들마저 성과 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시켰다.

축제의 성패를 방문객 수와 매출로만 판단하는 자치단체장들로 인해 축제는 상업화되어갔고, 그 과정에서 축제는 본연의 기능과 개성을 상실하고 획일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

지난달(18일~22일) 열린 ‘추억의 충장축제’(이하 충장축제) 역시 획일화된 축제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올해로 14회를 맞이한 충장축제는 매년 콘텐츠 부족으로 인해 적지 않은 비난을 받아왔다.

축제기간 두 차례 현장을 방문한 필자의 관찰이 틀리지 않다면 올해의 충장축제 역시 ‘그 밥에 그 나물이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14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동안 축제가 지속되고 있고,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3년 연속(2013년~2015년) 최우수축제에 등극했으니 충장축제는 분명 저력 있는 축제다.

충장축제의 저력은 무엇보다도 7080세대의 활발한 참여에 있다. 70~80년대에 젊음을 발산하며 충장로를 활보하던 주인공들은 이제 50대 혹은 60대가 되어 후속세대에게 충장로를 내주었다. 하지만 충장축제에서 만큼은 다시 충장로의 주인공이 된다.
 

ⓒ광주 동구청 제공

7080세대에게 시리도록 그립고 꽃처럼 아름다웠던 시절로 돌아가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시간여행의 문이 열리는 곳이 바로 충장축제다. 여기에 옛 공연(음악, 연극)과 의상 그리고 먹을거리는 7080세대의 의식을 자극해 과거로 돌아가는 일탈의 경험을 돕는다.

7080세대가 열성으로 충장축제에 모이는 것은 그만큼 7080세대가 누릴 만한 문화가 부족함을 뜻하기도 한다. 당연하다. 지금껏 7080세대에게는 여가를 누릴 만한 여유가 없었다. 7080세대는 한국전쟁 이후에 태어나 궁핍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아픈 근현대사를 거치며 유례없는 경제 호황기를 맞아 돈 버는 데에 청춘을 쏟았다. 그리고 장년 혹은 노년이 된 지금도 자식들 뒷바라지에 마음 편할 날이 없다.

그나마 7080세대가 누릴 수 있었던 여가(휴식)란 맡은 일에 차질이 없도록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빠른 시간 안에 해소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7080세대 고유의 문화는 싹틀만한 시간을 갖지 못했고, 지금의 7080세대가 즐길 수 있는 문화란 과거의 재현에서 크게 벗어나기 힘들게 되었다.

또한 7080세대를 위한 과거의 재현마저도 자주 일어나지 않기에 충장축제처럼 거대하고, 집단적이고, 멀티플렉스적인 과거 재현은 7080세대의 호응을 얻을 수밖에 없다.

현실이 힘들수록 과거를 찾게 마련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유행을 시작으로 몇 년 새 불어 닥친 복고열풍은 뜬금없는 현상이 아니다. 프로이트는 인간이 과거를 그리워하는 이유가 현재에서 오는 불안 때문이라고 말했다.
 

ⓒ광주 동구청 제공

상실감으로 인해 인간은 현재를 불안해하고 과거에는 있었지만 현재에는 없는 상실된 무엇을 찾으려는 욕망 때문에 과거를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향수마케팅은 불황을 모르며, 시절이 어려울수록 호황을 누린다.

충장축제는 70~80년대 번성했던 충장로를 소재로 쇠락해져가는 충장로 일대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기획된 향수마케팅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방문객 또한 적지 않은 실정이다. 어린이, 청소년, 청년 그리고 노인을 위한 문화사업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7080세대를 위한 문화사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간 충장축제는 과거를 충분히 재현해 왔다.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충장축제가 7080세대의 문화부족을 해소할 문화생산의 장으로 도약할 때다.

** 이 글은 <광주 아트가이드> 96호(2017년 11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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