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과 검찰개혁이 우선

촛불혁명 1년이 되었다. 나의 촛불은 너의 촛불이 됐고, 너의 촛불은 당신의 촛불로, 당신의 촛불은 국민의 촛불이 되어 피어올랐다. 타오른 촛불로 박근혜의 국정농단은 탄핵과 구속으로 종말을 고했다.

■앞 못 보는 멧돼지

산에서 멧돼지 공격을 받으면 절벽 쪽으로 도망치다가 막판에 싹 피하면 멧돼지가 제동을 못 하고 절벽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경험은 없지만 그럴듯한 얘기다. 미물인 멧돼지뿐이랴. 인간도 때로는 저 죽을 줄 모르는 멧돼지 짓을 한다. 국감 보이콧 하는 한국당을 보면 딱 그 짝이다. 민심이라는 절벽을 못 보고 돌진하다 추락하는 꼴이 눈에 선하다.

술꾼이 절반 남아 있는 술병을 보며 탄식한다. ‘아 이제 반병밖에 안 남았구나’ 그러나 한 친구는 ‘흐흐 아직 반이나 남았네’ 앞에 친구를 비관론자라고 한다면 뒤에 친구는 낙관론자인가. 비관론이든 낙관론이던 현실은 술이 반병밖에 안 남았다는 사실이다. 눈앞에 절벽이 있다는 것이 현실인데 안 보인다. 술은 다 마셨는데 아직도 그대로 있는 줄 안다. 착각이다.
 

ⓒ2012년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연설 영상 갈무리

자유한국당이 국정감사를 거부했다. 이유는 방통위가 사퇴한 방문진 이사 2명을 선임했다는 것이다. 법으로 방통위가 선임하게 되어 있다. 한국당은 사퇴한 이사들이 한국당이 지명했던 인물들이니 뒤를 이어서 차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산상속인 줄 아는 모양이다. 이명박 시절 ‘열린우리당’이 지명한 KBS 신태섭 이사가 해임됐을 때 한나라당 방통위는 강성철 부산대 교수를 임명했다. 까마귀 기억력도 정도 문제다.

KBS·EBS 국감을 팽개치고 과천 방통위로 몰려간 한국당 국감 위원들이 이효성 방통위원장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말끝마다 꼭두각시라니 거북하다고 항의하자 정우택이 소리치며 삿대질. “뭐가 거북해요” 정우택은 고영주·김장겸의 꼭두각시인가.

교통사고 현장에서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말이 있다. 정우택이 왜 이리 망가졌는가. 꼴이 말이 아니다. 기를 쓰는 쌈닭 같다. 옳고 그름을 분간 못 하는 정치인과 정당이 집권을 생각하는가. 국민의 생각을 읽지 못하는 정당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직도 술이 반이나 남았다’는 낙관론인지는 몰라도 백일몽은 빨리 깨는 게 좋다. 아무리 끼리끼리 모인다지만 어쩌면 요렇게 골랐단 말인가. 절벽으로 떨어진 다음에는 후회해도 소용없다.

■홍준표와 서청원, 그밖에…

매는 맞고 나면 차라리 속이 편한테 맞기 이전이 겁난다. 언제 주먹이 날라 오나. 살살 때릴 건가. 세게 때릴 건가. 요즘 홍준표의 심정이 그렇지 않을까. 성완종에게 돈을 받았느냐 아니냐. 확실한 증거가 있다는 서청원과 이용주. 차라리 확 깠으면 좋겠는데 진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홍준표의 입만 점점 더러워진다. 서청원에게 ‘깜냥도 안 되는 것이 덤비고 있다.’고 막말을 날렸는데 누가 깜냥이 안 되는지는 국민이 다 안다.

그러나저러나 제일 야당의 대표와 최다선 서청원이 물고 뜯는 성완종 리스트 폭로공방. 국민 보기 부끄럽지도 않으냐. 아예 짐승의 가죽을 뒤집어썼는가. 차라리 당을 해산하고 창당을 하는 게 어떤가. 하긴 해 봤자 거기서 거시지만 말이다.

홍준표의 천방지축이야 두말하면 잔소리다. 세상이 다 안다. 봉하 노무현 대통령 사가를 아방궁이라고 한다든지 ‘이대 계집애들 싫다’ ‘여기자 아구통 돌린다’ 등 홍준표의 막말은 항상 머리보다 앞서 나간다. 어쩌자고 한국당은 이런 사람을 당대표로 뽑았는가. 국민 무시다.

서청원만 해도 그렇다. 정치한 게 벌써 언제인가. 아직도 홍준표 정도와 싸움을 벌이고 있으니 꼴이 뭔가. 한시 빨리 홍준표 문제 매듭짓는 게 그나마 정치를 위해 마지막으로 헌신하는 길이다. 어쨌든 둘 중의 하나는 성완종 리스트에 걸려 숨이 넘어갈 것이다. 그러나 뻔뻔한 그들이 오히려 코웃음 치지 않을까. ‘거짓말 한 두 번 했냐. 호랑이 날고기 먹는 거 모르냐’ 할 말이 없다.

이제 한국당은 가야 할 목적지에 다 왔다. 뿔뿔이 헤어지는 것이 사는 길이다. 국감장에서 국민한테 세금 아깝다는 소리 듣는 의원들을 보면서 초등학교 시절 친구 놈이 한 말이 떠오른다. ‘아버지가 낙선하면 집이 망하고 당선되면 나라가 망한다.’ 엘리베이터에서 한국당 의원을 쳐다보고 있으면 눈을 돌린다. 그 속을 나는 안다.

■국정원·검찰 개혁

이 나라 정치를 누가 이 지경으로 만들었느냐고 했을 때 검찰과 국정원이라고 지적하는 국민이 많다. 지금 적폐청산의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모르는 정치인은 불행하다.

"국정원의 적폐는 겉으로 드러난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는 정치화된 쓰레기들이다. 이들에 대한 처리와 개혁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종기에 대한 무서움은 눈에 보이는 노란 부분이 아니라 속에 숨어있는 뿌리다. 조용하게 그러나 철저하게 발본색원하여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만 국민과 국가가 살 것이다."
 

ⓒ2012년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연설 영상 갈무리

전직 국정원 간부가 들려준 말이다. 맞다. 뿌리를 뽑지 않으면 다시 살아난다. 국민이 눈을 크게 부릅뜨고 감시해야 할 것이다. 박원동·김진홍이 구속됐다. 국정원의 국익정보국장과 심리전단장이다. 그들이 국익을 위해 어떻게 헌신했는지 드러날 것이다.

남재준은 군에서 원칙을 존중한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국정원장으로 발탁했나. 그가 한 일은 무엇인가. 불법행위다.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 댓글 공작사건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가짜 심리전단 사무실을 꾸몄다. 사기꾼 소굴이다. 거기서 허위 서류를 제출하고 증언을 조작했다.

더욱이 불법으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NLL 대화록 발췌본을 공개했다. 그리고 한다는 소리가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서”라고 했다. 이러니 국정원이 ‘걱정원’이 된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까지 한 남재준은 출국금지가 됐다. 구속해야 된다는 여론이 부당한가. 국정원과 검찰개혁을 국민은 절대적으로 지지한다.

검찰도 속이 탈 것이다. 지금까지 국민의 지지를 받은 적이 없음은 스스로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더욱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 2013년 국정원 사건에 대한 수사 방해 사건과 관련해 서울지검은 장호중 부산지검장과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 이제영 의정부지검 형사5부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모두가 현직이다. 박범계 의원이 말했다.

“현직 검찰총장으로서는 부하, 동료라고 할 수 있는, 부하, 후배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허가해야 하고. 또 피의자로서 소환 조사해야 하는 그 아픔을 토로했지만,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어쩌면 반듯한 검찰,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검찰을 만들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여기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검찰은 과연 개혁될 수가 있는가. 국민은 믿는가. 우병우는 왜 아직도 집에서 잠을 자는가. 국민은 검찰개혁과 적폐청산은 우병우로 시작해 우병우로 끝이 난다고 믿는다. 박근혜 정권에서 검찰의 어느 누가 우병우 라인의 지시를 거역할 수 있었을까. 정치적 문제라면 명시적 지시가 아니라도 은밀한 눈짓 한 번만 줘도 알아서 기지 않았을까. 검찰적폐의 뿌리는 우병우라고 믿는 국민에게 아니라고 할 검찰이 있는가.

검찰적폐의 두 번째 과제는 수사·기소권의 독점 배제다. 말 타면 견마 잡히고 싶은 게 인간이다. 이걸 막아야 한다. 검찰과 경찰이 권한을 나눈다면 검찰의 독선은 개선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실력으로 취업하는 세상
 

ⓒ2012년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연설 영상 갈무리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응시했다가 실패한 청년들이 땅을 치는 통곡이 가슴을 찢는다. 얼마나 분하랴. 망국병 중에서도 가장 큰 망국병이다. 기회는 고르게 주어져야 하고 경쟁은 공정해야 하고 결과는 투명해야 한다. 518명의 강원랜드 취업자는 모두 빽이 있었다고 한다. 빽이 없으면 취업 불가다. 말이 안 나온다. 권성동이 법사위원장이다.

불법청탁으로 공기업에 취업한 자들을 잡아낸다고 한다. 1,000개의 공기업을 전수조사한다고 한다. 취업한 자와 압력을 넣은 자를 실명 공개한다고 한다. 불법취업자는 당연히 잘라야 한다. 이번 조처야말로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할 중요한 조치다. 취업지망생들의 눈이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볼 것이다.

빽의 가장 비극적인 현장이 어디인 줄 아는가. 6·2 5때 빽이 없어 일선에 간 졸병이 총 맞고 쓰러질 때 지르는 소리는 ‘어머니’가 아니라 ‘빽’이였다고 한다. 청탁취업으로 자식이 취직을 못 했다고 생각하는 어머니들은 이제 정한 수 떠 놓고 청탁한 놈들 벼락 맞아 죽으라고 빌고 또 빌 것이다. 나라 꼴이 되겠는가.

문재인 정권은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정치를 한다고 약속했다. 신뢰를 잃었다고 판단이 되면 선거가 아닌 스스로의 결단으로 정권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정권은 존재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역사를 새로 쓴다는 신념으로 출발한 문재인 정권이다.

촛불 혁명 1년. 무엇이 달라졌는가. 많이 달라졌다. 부패한 세력들이 사라져 간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며 그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이 적화된다”는 고영주 같은 인간이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있다. 국민이 공산주의자를 대통령으로 뽑았단 말인가. 정신병원이 만원인가.

부패척결의 거대한 강물은 도도히 흘러간다. 촛불을 들고 맨손으로 혁명을 이루어 낸 우리 국민은 위대한 혁명의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우리 자식들에게는 더러운 정치를 물려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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