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국가폭력 치유센터로 자리매김

“광주의 이름으로 우리 사회 아픔 쓰다듬을 것”
지난 5년간 연인원 1만1200여명 프로그램 이용

광주트라우마센터(센터장 오수성)가 18일 개소 5주년을 맞았다. 국내 최초 국가폭력 생존자 치유센터로 2012년 출범한 광주트라우마센터는 지난 5년간 5·18민주화운동 등 국가폭력 생존자의 일상으로의 회복을 돕고, 고문 방지 등 인권 증진을 위한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12년 11월 5·18구속부상자의 집단상담을 시작으로 이후 개인 상담과 가족상담, 원예·미술·몸동작·음악·사진 등 예술치유프로그램, 정형도수 물리치료, 마이데이(My Day) 등 증언치유프로그램을 제공해 왔으며, 현재는 연간 15개의 치유․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연인원 11,200여명의 5․18관련자 및 부마항쟁, 조작간첩사건 피해자, 여순사건 및 민족민주열사 유가족 등 국가폭력 생존자들이 안정적으로 센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였다.

센터는 고문․국가폭력의 직접적인 피해자뿐만 아니라 1980년 5월 광주에서 국가의 폭력을 목격한 광주 시민들의 ‘오월 증후군’을 치유하기 위해 매년 5월 심리치유이동센터를 운영하였으며, 당사자 뿐 아니라 자식과 배우자 등 가족들의 2차 트라우마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해 왔다.

올해는 국가폭력 피해자를 돕거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개입하는 과정에서 대리외상과 소진을 경험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심리지원 서비스를 시작하였으며 매년 이를 안정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센터는 치유·재활 사업 이외에도, 안전한 사회 공동체 조성을 위해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인권증진 사업을 펼쳐왔다. 매년 유엔(UN) 고문생존자 지원의 날(6.26)에 기념식과 캠페인을 진행하였으며 치유 공동체 조성과 시민들의 인권 감수성 증진을 위해 매달 대중강좌인 ‘치유의 인문학’을 개최해 오고 있다.

2013년 7월부터 개최된 치유의 인문학은 올해로 4년째를 맞았고, 매달 평균 200명 이상의 시민들이 참석하면서 광주의 대표적인 인문학 강좌로 자리 잡았다. 또한 온․오프라인 소식지를 발행하여 시민들에게 배포, 국가폭력 트라우마 치유의 필요성과 센터의 활동 내용을 공유하였다.
 

ⓒ광주인

생존자들의 트라우마 실태와 센터의 치유 과정을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한 사업도 지속적으로 진행하였다. 집단 상담(‘5월 트라우마, 치유의 첫발을 내딛다’)과 예술치유 프로그램(‘눈물도 햇살을 만나면 꽃이 됩니다’) 결과 발표회를 진행했다. 

또 서울, 대구, 부산, 광주에서 치유 사진전을 개최하였으며, 미술치유 과정을 기록한 '오월꽃 마음꽃이 피었습니다'(미술치유), 증언치유 프로그램 마이데이를 기록한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겠습니까?', 사진집 '기억의 회복'을 펴냈다. 이외에도 집단 꿈 작업 과정을 엮은 '꿈에게 길을 묻다', 강연 기록을 엮은 '치유의 인문학'등 대중서 발간을 통해 센터의 외연을 확대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활동과 노력에 힘입어 센터는 2015년 국내 최초로 국제고문생존자재활협회(IRCT) 회원 단체로 승인되었다. 국제고문생존자재활협회는 전 세계 70여 개국, 150여개의 재활센터가 고문생존자의 재활과 고문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협력하는 국제 연합 조직이다.

센터는 지난 5년간 피해생존자들과 치유적 동맹관계를 형성하고 국가폭력 치유기관으로서 ‘깊은 신뢰’를 획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광주인

개소 3년차를 맞아 2015년 2월 실시한 ‘이용자 생활실태 및 프로그램 만족도 조사’(내담자 157명 조사, 101명 자료 분석)에 따르면 응답자 중 62.4%가 프로그램에 매우 만족, 30.7%가 만족으로 답하여 93.1%가 만족 이상으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명지원 재활팀장은 “생존자들은 1980년 5월 이후 계속된 감시와 통제, 진실 왜곡과 폄훼 등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과 불신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며 살아왔으나, 센터에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과 마음을 터놓고 과거의 경험을 존중받는 과정을 통해, 자기 삶과 외상 경험의 의미를 새롭게 재인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편 지난 5년은 생존자들에게 1980년 5월이 일상으로 소환되는 고통의 세월이기도 했다. 

강문민서 부센터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금지,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 전두환 회고록 발간 등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우리는 생존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근본적인 회복을 논할 수 없음을, 사회적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 치유의 전제 조건임을 온 몸으로 배웠다”고 말했다. 강 부센터장은 “이는 센터가 생존자들과 고통의 시간을 함께 하며 깨우친 소중한 성과”라고 전했다.

오수성 광주크트라우마센터장은 “지난 5년간 센터는 광주를 5․18과 인권을 넘어선 치유의 공동체, 치유의 허브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며 “광주를 찾는 국내외의 많은 분들이 센터를 방문하고 있는 만큼, 책임감 있는 치유재활에 앞으로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개소 5주년을 맞은 센터의 가장 큰 목표는, 유엔이 정한 원칙대로 피해자 치유를 정부가 책임지고 센터를 상설기구화 하는 것이다. 지난 8월 행정안전부는 ‘국가폭력 치유센터(가칭)’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위해 국비 4억 원을 내년 정부예산에 편성하고 용역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밟기로 했다.

센터에 대한 정부의 지원 약속은 단순히 센터를 국립으로 상설기구화 한다는 차원을 넘어, 국가폭력의 피해자를 비로소 국가가 책임지고 치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데 의미를 갖는다. 이에 센터는 앞으로도 생존자들에 대한 치유재활 작업과 아울러 진실 규명과 가해자 처벌 등 정의의 실현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지난 2012년 10월 18일 광주트라우마센터 개소식 장면. ⓒ광주인

오수성 센터장은 “안전한 환경에서의 치유작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며 “정부가 책임지는 국내 최초의 국가폭력 치유센터라는 위상에 걸맞게 센터는 앞으로 5․18뿐 아니라 광주를 위해 쓰러져 간, 광주정신으로 희생하며 평생을 살아온 전국의 5․18들을 기억하고 그들을 위로하는 치유 공간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광주의 이름으로 우리 사회를 치유의 공동체로 만드는데 앞장서고자 한다”는 포부를 덧붙였다.

한편 센터는 개소 5주년을 맞아 오는 12월 성과발표회를 계획하고 있으며 5주년 기념 치유백서 발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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