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림동 산수동 동명동 계림동 골목 풍경 서정적으로 그려내

개발의 물결이 잦아들기 전 구도심 골목 풍경이 펼쳐진다. 어느 동네마다 하나쯤은 있을 것 같은 삐뚤빼뚤한 길은 어딘지 모르게 포근하고 정감이 간다. 작품에 드러나는 풍경들은 사람들의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모습들로 하나같이 담담하다.

작가 노여운은 어린 시절 추억의 장소였던 학동의 백화마을이 사라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상실감을 경험한다. 이후 그는 골목길 풍경을 그리기로 마음먹는다. 노여운은 작품의 소재를 찾기 위해 운림동, 산수동, 동명동, 계림동 등 예스러움을 간직한 동네를 거닌다. 

같은 장소를 여러 번 방문하여 시간차를 두고 관찰한 후 사진으로 기록한 풍경을 캔버스에 유화로 그린다, 그의 작품에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지만 작품을 통해 그들의 축적된 삶을 느낄 수 있다.

노여운 - 잊혀지다, 116.7×47cm, Oil on canvas, 2013

 

노여운 - 흘러가다, 91.0×91.0cm, Oil on canvas, 2014
노여운 - 잊혀지다,. 65.1×65.1cm, Oil on canvas, 2016

초기 작품에서는 돌담 너머 보이는 집집마다의 지붕들, 골목길의 시멘트벽과 흙벽으로 이어지는 길 등 골목을 걷다 마주하게 되는 모습을 주로 담았다. 2016년도 이후 작품을 살펴보면 특정한 건물에 주목하여 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골목길의 공간에서 구도심의 건물이라는 특정 개체로 작품의 소재가 점차 변화해나간다.

이 같은 소재의 변화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촬영한 사진에 의지하여 그림을 그리는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의 시점을 이용한 구도가 그대로 캔버스에 옮겨짐으로써 건물이 이미지 내에서 구성을 이루게 된 것이다. 골목이라는 장소에서 점차 개개인의 삶이 묻어나는 주거 공간에 초점이 맞추어지게 된다.

노여운의 작품은 특유의 톤으로 서정적인 분위기를 발산한다. 초기에는 삭막한 골목 풍경을 단순한 형태들로 구성하여 탁한 회색조로 그려낸다. 이후에는 앞선 작품들보다 따뜻하고 맑은 색감을 사용하여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를 띤다. 

이와 같은 색채의 구성은 누군가의 삶을 통해 우리의 삶을 떠올리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드러냄과 동시에 잊고 있던 애틋한 추억을 불러들여 현대인들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이제는 존재하지 않거나 곧 사라질 풍경을 통해 이 시대 사라져가는 골목길에 대한 시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노여운 - 남겨지다,  116.7×47cm, Oil on canvas, 2013
노여운 - 흘러가다, 116.7×40.0cm, Oil on canvas, 2014
노여운 - 쉬어가다. 162.0×60.0cm, Oil on canvas, 2016

프로필

노여운은 전남대학교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대학시절부터 관심 있던 골목 풍경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2013년부터 서울, 광주, 전주에서 개인전을 꾸준히 개최해왔으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무등미술대전 대상(2009), 어등미술제 어등미술상(2014), 광주신세계미술제 신진작가상(2014)을 수상한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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