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나카<키프로스>=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1년 여의 방황을 끝내고 프로축구 대전 시티즌에 새로 둥지를 튼 고종수(29)가 착실히 부활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연봉도 백지위임하고 11일 출국해 키프로스 라나카에서 전지훈련 중인 고종수는 연일 강도높은 체력훈련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미 변화는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반신반의의 눈길 속에서 희망이 점점 싹트고 있다.

▲고종수가 달라졌다

이달 초 대전 입단 당시 고종수의 몸무게는 81㎏이었다. 31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체중계는 78㎏을 가리켰다. 지난 주말 77.5㎏까지 빠졌다가 다시 조금 붙었지만 20일 만에 3㎏을 줄였다.

단내나는 훈련의 결과다. 고종수는 전훈 내내 하루 네 차례씩 5시간 여의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오전, 오후 두 차례 팀 훈련 외에 기상하자마자 숙소 인근 해변 모래사장을 30∼40분 간 달리고, 저녁 식사 후에도 1시간 가량 숙소 내 헬스클럽에서 러닝머신에 오른다. 고종수는 "이렇게 많이 훈련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당장 전훈 초반 몸에 이상이 생기기도 했다. 예전에 전방십자인대 수술을 받았던 오른 무릎에 물이 차 부어올랐다. 지금은 괜찮아졌다. 몸도 혹독한 훈련을 이겨내기 시작했다.

고종수의 변화는 체중 뿐이 아니다. 신인 같은 자세로 팀에 녹아들려고 부단히 애쓰는 모습이다. "강팀들은 선수끼리도 서로 견제가 심하다"는 그는 "대전 선수들은 모두 순수하다"고 했다.

코칭스태프의 지시로 자신이 가진 능력을 조금이나마 후배들과 나누고자 노력도 한다. '잘 나가던 고종수'는 잊었다.

▲1차 관문은 75㎏이다

"짜증이 날 때가 있다. 내가 무슨 권투 선수도 아닌데..."

3㎏을 줄였어도 고종수에게 체중은 여전히 스트레스다. 최윤겸 감독은 고종수의 정상 체중을 75㎏으로 잡았다. 이후 사람들의 관심사가 온통 자신의 체중이 돼버린 것 같다.

그래서 코칭스태프에게 사정을 얘기하기도 했다. "키가 172㎝ 정도였던 고교 1,2학년 때 71㎏이 나갔고, 한창 날아다녔던 1998년 프랑스월드컵 때가 75㎏쯤이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 부임 초기인 2001년 대표팀에서 뛸 때도 77-78㎏이었다"
결론은 빨리 공 좀 차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 감독의 의지는 확고하다. 한창 젊었을 때의 이야기고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언제 복귀하느냐가 아니라 복귀 후 어떤 플레이를 할 것이냐를 생각하면 체중 감량은 필수적이다.

고종수도 이젠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마음을 굳혔다. 고종수는 식사 시간에 가장 먼저 자리를 뜬다. 토마토 등 야채 샐러드나 간혹 나오는 생선만 먹는다. 자리에 더 있어봤자 유혹만 늘 뿐이다. 고종수는 "여기 와서 쌀 한 톨, 깻잎 한 장 안 먹었다"고 했다.

고종수는 체력 훈련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2월15일까지의 키프로스 전훈 기간에는 싫든 좋든 계속해야 할 훈련이다. 최근에는 간단한 5대2 볼 뺏기 게임은 하고 있다. 하지만 이어 전술훈련이 시작되면 고종수는 다시 체력훈련이다.

최 감독은 다음 주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을 병행시키며 근력도 점차 끌어 올린 뒤 국내에서 훈련을 재개할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공을 만지게 할 생각이다.

▲복귀 시기 빨라질 수 있다

고종수는 몸 상태에 대해 정상의 50∼60% 수준이라고 말했다. 복귀 목표 시기를 묻자 "감독님이 결정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조심스레 "4월 중순쯤이면 가능할 것도 같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빨라야 후반기, 그것도 조커로나 가능할 것 같다던 최 감독도 생각이 바뀌었다. "고종수가 예상 외로 빠르게 회복해 가고 있다"며 "전반기 말미, 아니면 그보다도 빨리 그라운드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하지만 최 감독은 고종수와 약속했다. "동료가 인정할 때, 네 스스로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생각이 들 때, 그리고 감독인 나도 수긍할 수 있을 때 그라운드에 내보내겠다"고.

이 세 가지가 일치할 때만이 관중으로부터 '역시 고종수야'라는 말을 이끌어낼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고종수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몸 상태가 올라오면 예전에 버금가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각오를 다지면서.
hosu1@yna.co.kr
(끝)
연합뉴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