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도 알 것은 안다

독방에서 범죄용의자를 조사하던 형사가 벌떡 일어나 이마로 벽을 받는다. 이마가 깨져 선혈이 낭자하다. 용의자가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른다. 분명히 자해다. 왜 형사가 자해할까. 용의자가 자해의 달인이라는 것을 잘 아는 조사관이다. 늘 자해를 한 후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상습범을 기선으로 제압한 것이다. 어느 영화의 장면이다.

도주하던 소매치기 용의자가 피해자에게 잡히자 입술을 깨물어 얼굴이 피투성이가 됐다. 죄도 없는데 이렇게 맞았다고 소리쳤다. 시민들이 소매치기 편을 든다. 폭행당한 자를 돕는 보편적 인간의 심리다. 역시 자해를 이용하는 술책이다. 자해 행위는 비단 이런 범죄현장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정치판에도 자해 공갈단이 설치고 있다. 지저분한 예를 들었다.

■독재의 탄생

인간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태어난다. 행복과 불행은 팔자소관이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이 자신의 의지인가. 독재에 시달리는 것이 우리의 선택인가.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자유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런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치로부터 영향을 받는 게 인간이다. 좋은 정치는 국민을 행복하게, 못된 정치는 고통을 준다. 피해를 주는 정치는 독재정치다. 4·19혁명은 이승만 독재로부터 자유를 쟁취하려는 국민혁명이었다. 많은 국민이 피를 흘리고 죽었다. 그러나 그렇게 얻는 자유와 민주주의는 군부독재에 의해 다시 압살당했다.

자유한국당 의원 100여 명이 지난 5일'방송장악 중단'을 요구하며 청와대를 항의방문했다. ⓒ자유한국당. 편집 팩트TV.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살았던 박정희 독재. 중앙정보부의 감시 아래 숨도 못 쉬던 박정희 독재시절은 그가 부하에게 시해를 당함으로 종말을 고하는 듯했지만, 국민은 뒤를 이은 전두환이란 독재자에게 탄압을 당했다. 전두환의 독재는 도처에 피를 뿌렸다. 특히 5·18 양민학살은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잔악한 살인이었다. 심지어 무장헬기로 기총소사를 했다는 증언에는 할 말을 잃는다. 인간의 탈을 쓰고 자국민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

■자해 공갈(1)

국회의원들이 작심한 모양이다. 체면이고 체통이고 벗어 던졌다. 선두에 정진석이 섰다. 정진석이 누구인가. 내무장관을 지낸 정석모의 아들이며 원내대표를 했고 한국일보 기자 출신이다. 국민은 지난 9월 4일 방송을 통해 생생하게 목격했을 것이다. 정진석의 입에서 터져 나온 욕설을 말이다.

정진석은 같은 의원인 하태경에게 “어따 대고 지랄이냐” “이 나쁜 자식아” 등 막말을 쏟아냈다. 국회를 보이콧 하고 피켓을 든 의원들 앞에서 하태경은 ‘지랄’을 했고 ‘나쁜 자식’이 됐다. ‘지랄’이 무슨 말인가. 미쳐서 하는 행동이다. 그게 지랄이다.

그럼 하태경은 미쳤는가. 하태경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정치인은 욕을 먹어야 유명해진다는 궤변으로 넉살을 떨었다. 정진석이나 하태경이나 도토리 키 재기다. 이제 국회의원들에게 ‘지랄’이나 ‘나쁜 자식’은 욕이 아니다. 마음 놓고 해도 괜찮은 거 아닌가. 국민들에게 알려준다. 머슴인 국회의원은 하는데 주인인 국민은 왜 못하나.

정진석의 쌍욕을 홍준표도 들었을 것이다. 기분이 어땠을까. 칭찬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자유한국당은 정기국회를 보이콧 했다. 이유는 김장겸 MBC 사장이 고용노동부의 소환을 4번이나 거부해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했기 때문이다. 합법적인 법집행을 규탄하며 제1야당이 국회를 거부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소속의원 100여 명이 고용노동부를 항의 방문하고 이어서 청와대도 항의 방문했다.

홍준표는 세상이 다 아는 검사 출신 법률가다.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인기드라마 ‘모래시계’의 모델로 알려져 덕을 톡톡히 본 사람이다. 요즘 홍준표의 행태를 보면 참혹하다. 천방지축이다. 입에서 나오는 대로 토해낸다. 말이야 마음대로 할 수 있다 해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그는 제1야당의 대표고 경남지사를 지냈고 야당의 대통령 후보도 했다. 그런 홍준표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거짓말과는 인연이 없어야 한다. 그의 거짓말을 들어보자.

"노동부 특별사법경찰관(근로감독관)이 체포영장을 청구한 사례가 없을 것이다. (중략) 아마 노동부에서 여태 노동 경찰을 하며 단 한 번도 한 일이 있는가. 환노위에 계신 분들도 따져보시라. 내 기억에는 없다.“

한술 더 떴다. 김장겸 체포 영장 청구는 있을 수가 없는 짓이고 특별사법경찰이 체포영장 청구를 한 전례가 있는지 통계 수치를 보라며 이는 중대성, 긴급성도 없고 비례의 원칙에 반하는 체포영장이라고 질타했다. 

멀쩡한 거짓말이다. 이 소식을 접한 강병원 의원(민주당)이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홍 대표 기억은 틀렸다"고 '팩트 가격'을 했다. 이어 "노동부에 따르면 근로감독관이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청구해 발부된 체포영장 건수만 지난해 기준 1,459건"이라고 했다. "하루 평균 4건, 올해 8월 말 기준으로는 872건"이라고도 했다. 

강병원 의원은 "제1야당 대표가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고 노동부의 정당한 행정력 행사와 법 집행을 부당한 행위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거 홍준표는 정연주 KBS 사장의 경우, ‘소한 장 두세 번 발부했으면 다음에는 법절차에 따라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홍준표는 원래 그런 사람인가?

■자해 공갈(2)

국회에서의 당 대표 연설은 정당이 국민에게 정책을 설명하고 자기 당의 철학을 호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당의 대표는 연설을 준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이런 기회를 한국당은 용감무쌍하게 포기했다. 이유는 국회포기, 정치포기를 했기 때문이다. 포기한 이유는 김장겸의 체포영장 발부 때문이다. 

피를 토하듯 국가안보를 강조하는 한국당과 홍준표가 할 수 있는 일인가. 그러나 했다. 국민의 질타가 쏟아졌지만 ‘까이꺼’다. 손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 자행하는 행동을 ‘자해’라고 한다. 입술에 선혈이 낭자한 소매치기가 떠오른다. 국회를 보이콧 한 용기로 배지를 떼는 용기는 발휘할 수 없는가.

국회 보이콧에 이어 떼로 몰려 고용노동부와 청와대 항의 방문을 했는데 아뿔싸 김장겸이 고용노동부에 출두했다. 김장겸 체포를 막겠다고 국회 보이콧을 했는데 김장겸이 제 발로 찾아갔으니 명분은 사라지고 완전히 김이 샜다. 이걸 어쩌지. 상관없다. 작심했는데 무슨 짓인들 못 하겠는가. 더구나 안보가 있다. 안보에 매달리자. 안보는 만병통치가 아닌가.

한국당은 입만 열면 국가안보다. 누가 이를 탓하랴. 그러나 말과 행동이 같아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얼마나 엄중한 안보위기 상태인가. 이럴 때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머리를 맞대고 안보에 대처해야 한다. 도대체 법을 위반한 MBC 김장겸의 체포영장이 국가안보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김장겸 체포영장 발부가 국회 보이콧 명분이 될 수 있는가. 정상적인 사고라면 머리를 저을 것이다.

■자해 공갈(3)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비장한 선언을 했다. 비장을 넘어 비참한 선언이며 자유한국당의 미래를 예고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한국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홍준표는 더 이상 한국당의 지지율이 내려갈 수가 없다고 했다.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비장한 결의를 해야 하고 그게 바로 목숨을 건 대여투쟁이라는 것이다. 국회 보이콧, 고용노동부 청와대 항의 방문. 국민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이 없다. 욕을 해라 먹겠다. 어디까지 갈 것인가.

무서운 생각이 든다. 피해를 당하는 대상이 누군가. 국민이다. 왜 국민이 자유한국당의 자해공갈에 희생자가 되어야 하느냔 말이다. 지금 한국당이 하는 일이 안보에 도움이 되는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지랄’과 ‘이 자식’의 정우택의 말을 되새겨 보자. 자기가 배운 정치는 야당이 의사일정에 참여하지 않으면 여당이 여러 가지 보따리를 갖고 와서 야당과 협상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를 보이콧 하고 장외로 뛰쳐나갔는데 무슨 협상을 한단 말인가. 또한, 협상에도 한계가 있다. 법을 어긴 김장겸을 어쩌란 말인가.

홍준표 역시 다르지 않다. ‘장외투쟁을 하는 것은 야성을 키우기 위한 것이며 앞으로 4년 반 동안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단련을 해야 하는 그런 시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수정하고 방송장악 음모를 중단할 수 있도록 결집된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원내투쟁이 옳지 않으냐고 하는데 원내투쟁을 한들 들러리가 된다며 가열 차게 방송장악과 대북정책 수정 등 두 가지를 목표로 장외투쟁을 이어 가겠다고 했다.

언론탄압의 주범은 이명박근혜 정권의 뿌리를 둔 한국당이다. 그들이 휘두른 칼날에는 언론인들의 피가 묻어 있다. 무슨 염치로 김장겸을 두둔하며 언론탄압을 입에 올리는가. 정치는 국민을 떠나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국민은 무엇을 원하는가.

리얼미터 조사결과 국민 3명 중 2명은 KBS·MBC 총파업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감한다’가 66.4%로 조사됐다. 믿지 못하는가. 그럼 직접 조사를 해 보라.

국민의 이름으로 권한다. 왜 좋은 집을 두고 길 잃은 강아지처럼 헤매는가.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