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본부 5·18학술대회에 관련하여 초래된 분쟁에 대한 하나의 성찰적 제안

이 글의 목적은, 비록 싸움이 역사 발전에 불가피한 것이지만, 그 자체로 끝나기 않고 그것을 넘어서 화해*상생의 진리에 이르는 길을 함께 고민해보자는 데 있다. 

국내외에 큰 관심을 끌었던 유엔본부의 5·18국제학술대회와 관련하여 지난 6월 이후 조지 카치아피카스(이하에서 조지로 약칭함) 교수와 이 학술회의를 주도했던 이들 사이에 제기된 분쟁이 아직 어떤 결말 없이 시중에 떠도는 과정에서 의혹은 증폭되고, 그 결과 관련자들은 물론 5·18 자체에 상처가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에게 이 사안에 관한 질문과 요구가 거듭되었던 바, 필자는 이러한 질문이 시민의 정당한 요구이면서 동시에 광주공동체의 자율적 윤리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고 본다. 또한 이제 세계적 차원의 역사가 된 5·18의 명예와 존엄을 위해서도 이에 대한 진지하고 엄정한 성찰이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옛 전남도청 복원을 위한 범시도민대책위원회가 23일 5.18민주광장에서 '1980년 5.18 당시 공군 전투기의 광주폭격 계획'과 관련 정부와 국회에 '5.18특별법 제정',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옛 전남도청 복원을 위한 범시도민대책위원회 제공

문제의 발단은 이 5.18국제학술대회(5/27)에 대한 조지 교수의 비판적 논평(6/13)이었다. 이 논평에 대하여 5·18기념재단과 3개 유공자단체가 공동으로 반박 성명을 발표했고(7/3), 이 성명에 대한 조지 교수의 해명과 질문(7/11), 그리고 뒤 이은 김양래 상임이사의 해명과 응답이 이어졌다(7. 14). 그 과정에서 논란의 쟁점은 학술회의를 넘어서 광주인권상, 방콕학술대회, 표절, 번역문제 등 매우 광범한 주제로 확산되었고, 조지 교수를 공격하는 한국인들이 합세하면서 합리적 토론의 형태를 넘어 감정적 비방과 극언을 포함하는 수준으로 추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여기에서 8월에도 이어진 이 문제를 전반적으로 다룰 수는 없다. 초기 상태에 집중하여 사태의 진전양상을 살펴 그 적절성을 논평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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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의 계기가 된 조지 교수 논평의 핵심은 CIA서울지국장과 한국주재 미국대사를 역임한 도널드 그레그를 학술대회에 토론자로 초청한 것이 ‘광주시민의 진심어린 투쟁의 세월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미국이 광주항쟁을 알지 못한다고 되풀이해서 주장했으며, 광주시민법정(2002. 5. 18)이 그를 ‘인륜에 반하는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진정으로 사과하고 자신과 미국의 역할을 진심으로 밝히는 경우에만 그를 초청했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5·18기념재단과 3단체의 공동성명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그레그는 광주시민법정에서 인륜범죄자로 판결받지 않았다는 점, 둘째는 그레그는 귀빈으로 초대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전체적인 차원에서 이 학술대회를 통해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보편적 입장을 확인하고 5·18의 진실에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는 점 등을 주장했다. 

또한 이 성명은 조지 교수가 5·18기념재단과 5·18민주유공자들을 공격하는 행위를 멈추고 잘못된 사실을 공표한 것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공개요구에 대하여 조지 교수는 해명과 아울러 자신의 입장을 천명했다. 첫째, 도널드 그레그가 광주시민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말한 것은 자기가 사실을 잘못 인식한 실수로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했고 이 사실을 김양래 상임이사 등에게 이메일로 알렸다(6. 17).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사실을 회의에서 알리지 않았고, 이미 사과한 그 사실을 알면서도 나의 사과를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5·18관련 4개 단체의 명의로 발표했다(6. 29). 김양래 이사의 이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함과 아울러 관련 단체가 그 경위를 조사해 줄 것을 요구했다. 

둘째, 유죄판결 여부와 관계없이 그레그를 초청한 결정은 적절치 못했다는 점과 그 사유를 밝혔다. 그는 광주진압을 결정했던 백악관 회의(1980. 5. 22)에 참석했으며, 그가 사과한 것은 자신의 ‘침묵’과 ‘한국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 것’일 뿐 그 당시 미국이 취한 행동의 진실을 밝히지도 않았고 미국의 책임에 대해 사과하지도 않았다. 그것은 불성실한 사과이며, “사과”라고 부를 가치조차 없다.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조지 교수는 이 밖에도 2016년 광주인권상 수상자 결정과정의 문제, 재단이 주관한 방콕 학술대회에서의 기조발표 초청을 거부한 문제, 더 나아가 김양래 이사의 사임을 공개적으로 요구 등 개인에 초점을 맞춰 더 적극적인 비판과 공격을 펼쳤다.

조지 교수의 이와 같이 강경하고 확장된 공격에 대하여 김양래 이사는 다음과 같이 대응했다(7. 14). 첫째, 그레그가 시민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주장에 대한 조지 교수의 공식사과메일에 대해서 알지 못했으며, 나중에는 메일확인과정에서 간과한 것으로 말했다. 

둘째, 조지 교수는 2016년 광주인권상 수장자 결정과정에 대해서도 잘못된 정보를 이용했고 가톨릭 교회의 이해관계와 연계하는 듯한 인식도 잘못된 것임을 지적했다. 이밖에 태국학술회의 참가거부 사유에 대한 진설성, 재단과 그레그 간의 연계 의혹에 대하여 조지 교수이 언행을 비판했다. 

또한 필자와의 면담에서 김 이사는 5월단체 이름으로 발표된 해명요구에 대헤서 갑자기 김양래 개인 실명에 대한 공격과 비난으로 대응한 점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두 사람 간의 이메일을 통한 논란이 거듭되는 가운데 미국 현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실질적으로 주관했던 설갑수 씨가 여기기 개입하여 조지 교수를 극단적인 언사로 비하하는 공세를 전개했다. 조지 교수에 의하면 적어도 26회의 인신모독적 공격과 폭언-거짓말, 병적인, 표절의혹, 불쌍한 인간 등-을 거듭했다는 것이다.

김양래 이사도 조지 교수에 대하여 거짓말쟁이, 무책임한 학자 등 치명적인 인격모독의 언사를 거듭했다. 이들은 조지 교수에게 수여된 명예시민증과 후광학술상을 치탈해야 한다는 극언도 불사했다. 

그리고 이러한 잔혹한 폭언으로 조지 교수는 극심한 정신적 상처에 고뇌하고 있음을 알려왔다. 조지 교수의 적극적인 화해 제안과 필자의 상호 직접 소통을 통한 화해 및 중재 제안에 대하여 김 이사는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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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평 >

이상의 사실적 진전과정을 지켜보면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

1. 발단이 된 조지교수의 대응과 관련하여:

*우선 그레그를 초청을 비판한 그의 논평은 시민사회의 공론장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매우 자연스러운 토론이었다. 사회는 이러한 토론을 통해서 지적, 윤리적 수준을 심화하고 고도화하는 것이다. 다만, 학술대회 주관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 대회를 통해서 5·18항쟁에 대한 국제적 인식 확장, 전 지구적 홍보효과 등의 긍정적 측면에 대한 호의적 평가가 함께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있었던 것 같다. 

말하자면, ‘다된 밥에 제뿌리기’라고 인식하여 결과적으로 학술대회의 성과를 훼손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러나 이 비판이 5.18의 역사적 무게를 높였으면 높였지 훼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전두환 사면을 생각해보면 안다.

*더 나아가 4개 5월단체의 공동성명에 대한 조지 교수의 반박문은 상당히 강경한 공격성을 보여주었고 이것이 김 상임이사의 마음에 큰 충격을 주었지 않나 생각된다. 특히 김 이사에 대한 조사요구, 김이사 개인성명을 거명하여 시민사회와 연계된 공격, 쟁점을 학술대회에서 인권상 문제 등 이전의 문제로 확대시킨 점 등은 조지 교수에게 책임이 있다고 본다.

*분쟁의 진전과정에서 조지 교수가 상호 직접 소통과 화해를 제안한 점은 유의할 사항이다. 필자에게도 그러한 의도를 표명했고, 다른 사람을 통해서도 김 이사에게 의사를 전달했으나 그는 한사코 거부했다.

2. 다음으로 김 상임이사와 설갑수 씨의 대응자세와 관련하여:

1980년 5.18광주민중항쟁 당시 시민군의 최후 격전지였던 엣 전남도청 전경.

*우선 이 학술대회의 실질적 주관자로서 매우 집중적이고 큰 활동을 성공시킨 점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많은 시민들이 노고를 찬하고 격려한 것이 사실이다.

*이 분쟁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점은 김 이사가 6월 17일에 보낸 조지 교수의 공개사과 메일을 확인하지 못하고, 또 공동성명을 논의할 때 이를 5월단체 대표들에게 알려주지 않은 사실에서 연유한다. 

조지 교수가 사과한 사실을 알았다면 공동성명 발표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한 5월단체 대표의 말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김 이사는 이에 대한 진실된 사실해명과 정중한 사과를 공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건강한 시민의 기본 상식이다.

*김 이사는 과격하고 인격모독적인 언사로 조지 교수를 공격했다. 거짓말쟁이라는 표현이나 사실 확인도 하지 않는 무책임한 학자 등의 언사는 양심적인 학자에 대한 치명적인 언어폭력이고 인격모독이다. 

필자가 아는 한, 그는 의도적으로 거짓을 말한 적이 없으며, 사실 확인에 태만한 지식인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김 이사가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더구나 거짓말이나 사실확인을 않했다고 공격하는 김 이사 자신이 메일확인도 않는 점에 대해서 무어라 설명할 것인가? 서로 양보하여 소통하는 길이 진리이다.

*특히 설갑수 씨 역시 더욱 인격모독적인 언사로 조지 교수를 공격했다. 특히 그의 비판과 공격에는 자가당착적 문제가 보인다. 이를 테면, 설 씨는 ‘자기를 CIA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고 조지 교수가 단정해서 공격했다고 비판했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보면 ‘CIA 대원인 그레그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잘못 해석한 것이었다. 

조지 교수를 표절자로 지목하여 이 사실을 해당 출판사에 조사요청을 한 결과 그 출판사에서 ‘표절의혹 없음’이라는 회신을 보내자 오히려 출판사를 폄훼하는 듯한 언사를 보인 것은 그의 공격이 갖는 한계를 알 수 있게 한다. 실제로 조지 교수가 표절했다는 문제의 자료는 필자도 기록관 자료실에서 조지 교수에게 직접 보여준 것이었다.

3. 5월관련 단체의 대응과 관련하여:

*5·18기념재단과 유가족, 부상자, 구속부상자의 3개 민주화유공자 단체는 공동의 명의로 조지 교수에게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의 성명을 발표했다. 두 가지 의견을 제시한다.

첫째는 그 공동성명의 말미에는 조지 교수가 ‘5·18민주유공자들을 공격하는 행위를 멈추고 잘못된 사실을 공표한 것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조지 교수의 논평은 단체나 유공자들을 공격한 것이 아니라 국제학술회의의 초청인사 문제로 한정하여 거론했다는 점을 지적해둔다. 대상을 확대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는 표현이다. 그리고 이는 적대적 공격이라기보다는 진정성 있는 비판이다.

*둘째는 일단 단체 대표들이 조지의 공식사과 메일을 김 이사에게 보낸 사실과 공식적으로 사과한 사실을 모른 상태에서 그에 모순되는 문제의 성명이 발표되었다면, 당연히 이 성명은 수정되거나 철회되는 것이 책임성 있는 공공기관으로서 합당한 자세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더 나아가 착오로 발표된 성명에 대하여 공적인 사과도 있어야 한다. 단체의 명예와 존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로 인해 상처받은 개인이 있다면, 이는 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이러한 견해를 필자는 각 단체 대표를 면담한 자리에서 직접 전했다. 그러나 아직 이에 대한 응답을 필자는 알지 못한다.

4. 결어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조지 교수와 김 이사 두 분이 직접 소통하기를 다시 제안한다. 필자가 중재할 용의가 있다. 그러면 대다수 오해는 해소되리라 믿는다. 많은 부분이 언어 소통에서 과장되거나 잘못 해석된 결과에서 초래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 길이 상호간의 상처를 치유하는 길이고 더 나아가 5·18이 입은 상처도 치유되는 길이다. 망설여진다면 공동체를 위해 몸 바친 열사 ‘윤상원에게 물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간채 전남대 명예교수.

*필자는 양측을 아는 편이지만, 특히 조지 교수는 근 20년을 함께 연구하고 소통해온 가까운 관계이다. 그 동안 조지 교수는 수 십 회의 해외학술대회에서 5·18연구 결과를 발표하여 5·18의 국제화에 기여했다. 외국인으로 5·18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이고 그의 광주사랑, 5·18사랑은 광주시민에 못지않다. 

따라서 그의 명예시민증은 치탈되어서는 안돼고 오히려 그의 업적과 5·18에 관한 지식은 광주공동체의 값진 자산으로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물론 이 밖에 그에 대한 폭언들도 거두어들여져야 한다.

*나는 토론문을 쓰면서 가능하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관점을 가지려 노력했다. 그러나 독자에 따라서 달리 이해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토론문과 관련하여 이견이나 질문을 환영한다. 이를 통해서 스스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간채 전남대 명예교수(전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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