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천, 당 대표 선출 앞두고 호남 구애

천정배 "(안철수는) 당의 신뢰위기를 불러온 가장 책임있는, 일종의 '방화범'"
안철수 "집에 불이 났는데 한사람이라도 더 불을 끄는 데 힘을 보태야"

안철수 전 대표와 천정배 전 대표가 국민의당 당권을 놓고 10일 광주에서 설전을 주고 받으며 격돌했다.

천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광역시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안 전 대표를 향해 "당의 신뢰위기를 불러온 가장 책임있는, 일종의 '방화범'"이라며 "국민의당의 지금 위기는 신뢰의 위기다. 저도 책임이 있다"고 밝히고 안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날 오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연 안 전 대표는  "집에 불이 났는데 한사람이라도 더 불을 끄는 데 힘을 보태야 하지 않겠느냐"고 이른바 '기의 소방수론'으로 맞받아쳤다.

천정배 국민의당 전 대표가 10일 오전 광주광역시의회에서 당권 도전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정배 의원 SNS갈무리. 이날 오후 같은 장소에서 안철수 전 대표도 기자회견을 열어 지지를 호소했다. ⓒ안철수 전 대표 누리집 갈무리.

천 전 대표는 "가장 큰 책임있는 분은 뭐니뭐니해도 우리 당 최고 지도자였고 대선후보였던 안 전 후보다. 그런 분이 이제 와서 불을 끄겠다고 나오니 거의 남아있지 않은 신뢰마저도 제로(0)가 될 위기에 있다"고 안 전 대표의 당권도전을 '책임론'으로 비판했다.

천 전 대표는 대선 패배 원인으로 "△국민의당이 추구하는 목표와 가치의 불분명 △ 역량을 인정받지 못한 점 △국민의당 핵심 기반인 호남에서 지지를 얻지 못했다"고 짚었다.

이어 '국민의당 위기 극복의 길'로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당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당 위기 극복과 지지율 회복의 시작을 호남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천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는 국민의당과 다당제가 존립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갈림길"이라며 "당대표가 되면 곧바로 당 안팎 최고의 전문가들로 ‘지방선거기획단’을 발족시켜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안철수 전 대표도 이날 광주에서 '보수지향' 비판에 대해  "처음 당을 만들 때부터 지향했던 '극중주의'에서 '중'은 중도를 말한다. 우리는 합리적인 중도개혁정당이 되겠다는 뜻"이라며 "제가 그걸 부르짓는데 보수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용어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안 전 대표는 “당 대표는 (당의)얼굴이다. 당원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라며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과연 민주당과 대결할 때 ‘정동영 대 추미애’ ‘천정배 대 추미애’ ‘안철수 대 추미애’ 구도 중 어떤 구도가 1명이라도 많은 기초의원을 당선시킬 수 있을지, 그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자신의 당 대표론을 강조했다.

천정배·정동영 후보에 대해서는 “우리 당의 정체성인 중도 개혁 노선을 주장하는 것으로는 상대방을 설득하지 못한다. 구체적 사안에서 토론하며 드러나게 돼 있다”고 자신의 '극중주의'를 옹호했다. 
 
‘탈호남' 비판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 그것이야 말로 당을 분열시키는 책동이다. 우리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세워주신 정당"이라며 "안주하지 말고 전국으로 뻗어나가라고 신뢰를 보내주셨다. 그런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은 안 된다”고 반박했다.  

'호남지역의 지지 실패'에 대해서는 “정권교체 확률이 높은 곳에 힘을 보태주자는 의견이 많았다. 무엇보다 제가 부족했다. 그래서 저부터 바뀌고 달라진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당권 도전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천정배 당대표 후보 광주 기자회견문 [전문]

사랑하고 존경하는 광주시민 여러분, 국민의당 당원 여러분, 그리고 언론인 여러분.

저는 국민의당이 죽느냐 사느냐의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이 신뢰하는 정당, 지난 총선보다 더 큰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어떻게 하면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구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국민의당이 처한 위기는 대선 패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국민의당은 거대양당의 패권주의와 극단적 대립구도를 타파하고자 하는 국민들께서 상생과 화합의 정치로 나아가라, 다당제 합의제 민주주의를 통해 생산적인 정치를 하라는 뜻으로 만들어 주시고 생명을 불어넣어주신 정당입니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 시작되면서 안철수 후보는 빠른 속도로 지지율이 상승했습니다.

거대양당 주도의 기득권·패권정치를 끝장내 보자는 국민적 여망이 지지율을 끌어올렸습니다.

그러나 국민의당과 안철수 후보는 국민의 여망을 온전히 받아 안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한 때 당선이 유력했던 안 후보는 국정농단세력의 홍준표 후보에게조차 밀려 3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고 말았습니다.

대선 패배의 장본인인 대선 후보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당대표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염치없고 몰상식한 일에 모두가 할 말을 잃었습니다.

국민들은 안철수 전 후보가 어떤 반성과 성찰을 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당원들은 우리 국민의당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안 전 후보에게 더 많은 자숙과 성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상처를 입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안 전 후보는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안 전 후보는 민심을 거스르는 정치인에게 미래가 없다는 교훈을 똑똑히 새겨야 합니다.

국민의당이 대선에서 패배한 핵심 원인은 3가지입니다.

첫째, 국민의당이 추구하는 목표와 가치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당의 대선공약은 일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전반적으로 빈약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햇볕정책입니다. ‘햇볕정책에 공(功)과 과(過)가 있다’는 어정쩡한 자세로 진보의 마음도 보수의 호응도 얻지 못했습니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지도 뛰어넘지도 못했습니다.

둘째, 역량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국회의원 40명의 신생정당이 과연 국정을 이끌어갈 능력이 있겠느냐에 대한 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대통령선거에서 국민들은 후보를 통해 당의 역량을 평가합니다. 국민들은 TV토론을 보고 안철수 후보가 자질과 역량 면에서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리셨습니다.

셋째, 국민의당 핵심 기반인 호남에서 지지를 얻지 못했습니다. 불과 1년 전 총선에서 국민의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주셨던 호남이 이번 대선에서 안 후보에게 문재인 후보의 절반에 불과한 지지를 보내주셨습니다. 호남은 강력한 개혁과 적폐청산의 의지를 가지고 정권교체를 이룰 적임자를 원했습니다. 호남의 정당한 이익을 지켜줄 수 있는 정치세력을 원했습니다. 아쉽게도 국민의당과 안 후보는 호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호남의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대선 패배의 원인에서 국민의당 위기 극복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첫째,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도전략으로는 공감을 얻을 수 없습니다. 안철수 전 후보가 주장하는 ‘극중주의’는 중도노선을 치열하게 추진하겠다는 결의를 뜻하는 것으로는 수긍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극중’은 정체성과 가치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안철수 전 후보가 한 때는 샌더스를 이제는 마크롱을 내세우며 좌우를 왔다갔다 하는 것은 스스로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줄 뿐입니다.

국민의당은 진보와 보수, 호남과 비호남이 공존하는 정당입니다.
하지만 안 후보의 ‘극중주의’는 확실하게 보수로 가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안 후보의 본심은 호남 없는 국민의당으로 보입니다.
안철수 후보에게 묻습니다.
두 날개로 어렵게 날고 있는 국민의당의 한 쪽 날개마저 꺾어버리겠다는 것입니까?
한 쪽 날개가 꺾인 국민의당이 바닥 모르게 떨어지기를 바랍니까?
저는 모든 정치생명을 걸고 호남 없는 국민의당, 호남이 들러리서는 국민의당을 막겠습니다. 진보와 보수가 공존하지 않는, 진보가 배제된 보수 일변도를 반드시 막겠습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보수도 진보도 아닙니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고 뛰어넘는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개혁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당은 개혁적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개혁은 촛불혁명이 요구하는 시대정신과 맞닿아 있습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정치개혁, 검찰개혁, 재벌개혁, 적폐청산과 일자리·주거·교육 등 민생개혁을 성공시켜야 합니다.
저는 정부가 개혁을 꿋꿋하게 밀고 나가면 협조하고, 눈치 보거나 주저앉으면 강력하게 채찍을 가하겠습니다.
2015년 광주 보궐선거에서 문재인 민주당에 맞서 압승을 거두었던 제가 문재인 정부에 당당하게 맞서겠습니다.

둘째, 당의 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당이 국정을 주도하는 선도정당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당내 소통이 매우 중요합니다. 토론은 활발하게 하되 결정된 당론은 일사불란하게 밀고 나가야 합니다.
‘신 4당체제’는 국민의당이 국회 운영을 주도할 수 있도록 짜여 있습니다. 국민의당 40명 의원이 똘똘 뭉쳐 일을 하여 전체 국회를 끌고 가는 선도정당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6선 국회의원, 원내대표, 당대표, 법무부장관을 두루 거치며 쌓은 경륜으로 국민의당을 선도정당, 정책정당으로 만들고 이끌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셋째, 당 위기 극복과 지지율 회복의 시작을 호남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호남은 국민의당의 모태입니다. ‘탈호남’을 말하는 사람은 정치의 A,B,C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은혜도 도리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내 집이 튼튼해야 확장도 가능합니다. 내 집에서 인정받아야 밖에서도 행세를 하는 법입니다. 호남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대상이 아닙니다. 국민의당이 호남을 외면한다면 이는 정치적 패륜입니다.
제가 국민의당이 호남의 지지 회복을 시작으로 전국정당으로 나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광주시민 여러분,

시민들께서 2015년 광주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의 호남지역 일당독점에 맞서 출마한 저를 압도적으로 당선시켜주시면서 국민의당 창당과 다당제의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다당제가 정착되어야 정당이 국민을 위한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됩니다. 거대양당의 기득권 담합이 깨지고 소통과 협치의 정치가 이루어집니다.
다당제형 선거제도는 국민의당이 호남에 뿌리를 내리고 전국정당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확실한 보증수표입니다. 민심그대로 선거제도, 다당제형 선거제도가 내년 지방선거부터 도입되도록 저의 모든 것을 걸겠습니다.

광주 시민과 실시간 소통하고, 시민의 뜻을 하늘같이 받드는 '민심싱크로율 100% 정당'을 만들겠습니다. '상생과 대동’의 광주정신을 전국화하겠습니다. 5.18정신을 헌법전문에 수록하겠습니다. 5.18진상규명 특별법을 제정해 역사왜곡 세력을 엄단하겠습니다.

광주의 새로운 미래를 열겠습니다. 문화수도 광주를 ‘자동차·에너지·문화’ 3대 미래산업이 상호 시너지를 발휘하는 ‘4차 산업혁명’의 수도로 육성하겠습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활성화, 친환경 미래에너지와 미래형 자동차 산업 지원 등에 앞장서겠습니다.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습니다.
내년 지방선거는 국민의당과 다당제가 존립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갈림길입니다.

저는 당의 모든 자산과 역량을 총동원하여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겠습니다.
당대표가 되면 곧바로 당 안팎 최고의 전문가들로 ‘지방선거기획단’을 발족시키겠습니다. 당내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겠습니다. 특히 여성이 남성과 같은 비율로 등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청년이 진정한 주역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저 천정배, 국민의당 위기 극복과 지방선거 승리에 자신 있습니다.
2002년 국민참여경선을 도입하고 홀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여 정권재창출에 성공했습니다. 2015년 광주 보궐선거에서 골리앗 민주당에 홀홀단신 맞서 압승을 거두었습니다.
저에게는 승리의 DNA가 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실전경험이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과 함께 국민의당을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당원 여러분과 함께 국민의당을 반드시 살리겠습니다.
그리고 함께 승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8월 10일
국회의원 천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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