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목숨은 공짜가 아니다

적이 나타났다. 방아쇠를 당겼다. ‘찰칵’ 소리뿐 총알이 발사 안 된다. 적이 총을 겨눈다. 전쟁터라면 죽었다. 그러나 살았다. 훈련소 사격연습장이었기 때문이다. 실탄사격 연습장에서 총기결함은 수시로 발생했다. 55년 전 논산훈련소 경험이다.

■방산비리는 이적행위

무기는 군인의 목숨과 같다. 목숨을 지켜야 나라도 지킨다. 방산비리는 살인행위다. 방산비리가 터질 때마다 국민들은 가슴을 치며 분노하고 슬퍼한다. 방산비리로 인해 죽을지도 모르는 자식들 때문이다. 전투에 참가한 기동헬기 ‘수리온’의 날개가 동체에 부딪혀 추락한다면 누가 죽는가. 내 자식이고 우리 국민이다.

죽음은 사람 골라서 찾아오지 않는다. 방사청장의 자식도 재벌과 민정수석의 자식도 KAI 사장의 자식도 심지어 대통령의 자식도 가리지 않는다. 무엇으로 막는가. 죽고 사는 것은 운명이라고 하지만 방산비리로 비명횡사하는 것은 인간의 능력으로 막을 수 있다. 방산비리를 없애는 것이다.

빗물 새는 '명품헬기'란 오명을 받고있는 '수리온' 헬기의 모습. ⓒ국방부 누리집 갈무리

1945년도 ‘US ARMY’가 찍힌 수통. 물이 새는 군화로부터 뚫리는 방탄복. 포탄이 나가지 않는 탱크. 어군탐지기를 탑재한 구축함. 온갖 결함으로 제 역할을 못 하는 무기들은 적을 이롭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선 자신을 보호하지 못한다. 자신도 보호하지 못하는 무기를 들고 누가 목숨 바쳐 싸우겠는가. 애국심도 중요하지만 내가 살아야 애국도 한다. 물새는 군화 신고 자존심을 어디서 찾는가.

방산비리의 원흉 같은 ‘수리온’은 ‘국산 명품 헬기’로 관심을 모았다. “작년에 박근혜가 사천의 KAI를 직접 방문해서 티(T)-50이라는 훈련기에 대해 치켜세우며 수리온은 ‘국방연구개발의 결정체다’고 입술에 침이 말랐다. 그러나 감사결과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 덩어리’임이 드러났다. 청와대에도 보고됐다. 그러나 감사결과 공개에서는 수리온의 결함과 관련한 대목은 뺐다. 왜 뺐는가. 우병우의 함께 대통령의 대학동창이라는 방사청장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행위다.

한국전쟁 당시 수십만 명의 청년을 굶겨 죽인 국민방위군 사건으로 사령관이 총살당했다. 군량미를 팔아먹었다. 지금 생각하면 원시적이지만 ‘국방비리’의 원조다. 그 같은 비리는 질긴 목숨을 이어가 이제 수리온 비리로 발전한 것이다.

F-35A 사업은 무려 7조 4,000억 원. KFX(대한민국 차세대 전투기 사업)는 무려 18조 3,000억 원의 돈이 들어간다. 2013년 9월에 기술이전이 가능했던 보잉사의 F-15가 처음부터 기술이전이 불가한 록히드마틴사의 F-35A로 기종변경이 되는데 당시 김관진 국방은 방위사업추진회의에서 정무적 판단에 의한 기종 변경이었다고 했다. 정무적 판단이 무엇인가. 조사해서 밝혀야 한다. 

■적폐·부패청산은 아무나 하는가

입만 열 면 자주국방을 말하는데 ‘수리온’ 비리를 보면 아득해진다. 자주국방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항상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말이 있다. 친구 아들 녀석이 일선에서 휴가를 나왔다. 너희들 전쟁 나면 이길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씨익 웃더니 하는 말이 기막히다. ‘전쟁 나면 장교들이 제일 먼저 도망갈걸요.’ 불신이다. 기막히지 않은가.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매일 터지는 방산비리를 듣고 보면서 사병들 가슴속에 무슨 애국심이 살아 있겠는가. 맞다. 34개월 20일을 군대 밥 먹은 나도 내 인생에서 그 날짜만큼 빼 버린다. 그만큼 군대는 썩었었다. 이제 방산비리를 척결한다고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했다. 실패한다면 국민의 애국심도 끝이다.

애국심을 버린 국민과 더불어 무슨 정치를 하는가. 정치한다고 성공할 수 있는가.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의사를 믿지 못한다면 병원에 못 간다. 신뢰란 하루 이틀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개혁은 국민이 정권을 믿을 때 성공할 수 있다.

문재인의 신뢰는 오랜 검증의 결과다. 문재인 정부가 신뢰를 잃는다면 무엇이 남는가. 절망이다. 방산 비리는 서로 뒤엉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할 것이다. 더구나 비리에 연루된 기득권 세력들의 방해도 집요하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임명을 결사적으로 반대한 배경에는 이들 비리 기득권세력들의 죽기 살기 식 저항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는다.

국방부가 국군사이버사령부와 기무사령부의 기능을 대폭 조정하는 고강도의 개혁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사령부는 ‘정치댓글’을 달았고 기무사는 '사찰'에 가까운 군 인사 정보와 동향을 수집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는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며 송영무 아니면 할 수 없는 개혁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100대 과제 이행상황을 직접 챙긴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다. 국정과제의 첫 번째가 적폐청산이고 둘째가 부패정산이다. 미리 약속하는 것이다. 국민은 눈 크게 뜨고 감시할 것이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임기 중이라도 퇴출당해야 할 것이다.

국민은 대통령을 믿고 그 이유는 정직이다. 국민은 대통령의 공약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한데 야당은 또 꼬투리다. 죽어도 못 버릴 버릇이다. 한국당은 그렇다 치고 국민의당은 뭐하는 짓인가. 김동철은 뭐 하는 사람인가. 박지원·박주선·김동철은 지금 국민에게 못 할 짓을 하고 있다.

그들은 존재 이유를 오로지 문재인을 망가트리는 데서 찾는 것 같다. 당당하게 경쟁을 해야지 발목이나 잡아 집권하려고 한다면 국민이 용서 안 한다. 대통령은 야당 대표들과 소통을 하자는데 홍준표는 수해지구에 봉사한다고 청주로 내려갔다. 1시간 봉사를 했다는데 국민의 기억에는 발만 내밀어 주민이 장화를 신겨 주는 모습이다. 한 번이라도 좋으니 진심을 보여라.

청문회로 발목을 잡고 추경으로 뒷덜미를 움켜 쥔 야당의 못된 버릇을 고치는 것은 국민의 힘밖에 없다. 촛불로 세운 정권이다. 홍준표가 아무리 못됐어도 국민을 이기지 못한다. 홍준표도 방위산업의 비리를 알 것이다. 방위산업 비리를 척결하지 못하면 국민은 국방을 포기할 것이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방위산업 비리는 반드시 이 땅에서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

물이 새는 군화에서부터 뚫리는 방탄복, 수리온 기동헬기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군인은 우리 자식이다. 이들은 나라를 지키고 부모를 지킨다. 그리고 이들을 지켜야 할 책임은 국민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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