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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존재는 흔적을 남긴다' - 김우중 작가[정채경이 만난 미술2040]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는 펜으로 글을 쓰기보다는 키보드를 두드려 스스로의 생각을 전달한다. 우리의 생각은 종이에 쓰인 글자에서 이제는 모니터에 나타나는 텍스트로 가시화된다.

어떤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텍스트를 생산하고 나면 우리가 했던 행위는 사라지고 그 자취만이 남게 된다. 작가 김우중은 이 점에 주목한다. <검은 타원들>시리즈는 그에게 의미 있는 혹은 무의미한 언어를 무채색의 점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왼쪽) 김우중 - 검은 타원(Black ellipse ; left a trace), 90×315cm, 현수막위에 프린팅, 2017. (오른쪽) 김우중 - 검은 타원(Black ellipse ; left a trace), 53.0×45.5cm, 순지 위에 연필, 2017.

그는 키보드를 두드린 자리를 시각화함으로써 의식적·의도적인 동작을 드러낸다. 또한 이와 같은 흔적을 통해 시각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을 상기시킨다. 작품에 나타나는 무수한 점들, 중첩된 점들은 흔적으로 그 행위를 증명하고 있다.

무채색의 중첩을 통해 존재의 부재를 드러내는 <검은 풍경 시리즈>는 그가 자주 다니는 길가 옆 화단과 우거진 숲에서의 심상을 나타냈다. 이는 옅은 색이 중첩되어 근거리와 원거리의 사물이 투명하게 드러나 원근법적 공간을 해체하고 무수히 쌓인 레이어를 바탕으로 평면 안에서 새로운 공간을 형성한다.

<검은 천>시리즈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자연을 천이라는 사물을 통해 인지하게 한다. 미지의 공간 속에서 무언가에 의해 팔랑거리는 천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천과 천이 중첩되어 나타나는 명암의 정도가 우리가 지각하지 못하는 존재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김우중 - 검은 풍경 3, 70×162.2cm, 캔버스 위에 아크릴, 2017.
(왼쪽) 김우중 - 검은 천 2, 60.6×50.0cm, 캔버스 위에 아크릴, 2016. (오른쪽) 김우중 - 검은 천, 53.0×45.5cm, 캔버스 위에 아크릴, 2016.

그는 자주 다니는 길, 인상 깊었던 장면, 읽고 있는 책의 한 구절과 같이 그의 일상 속 어느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들을 작품에 녹여낸다. 이를 바탕으로 그의 작품에는 작가가 작품 활동을 하면서 체감한 현실, 그의 예술적 성찰, 현대 사회의 가치에 대한 견해 등이 담겨있다.

작가 김우중은 우리가 지각할 수 없는 것들 역시 존재함을 의식하여 그들을 증명하기 위한 방법으로 흔적을 제시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존재를 증명하며 이를 통해 지각 작용에 의해 드러나는 외양에 물음을 던지고 있다.

‘<예술은 아름답지 않다>(2014), <가장 쓸모없는 짓>(2015), <예술이란 무엇인가>(2015)… ….’

그의 주요 작품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그는 예술의 무의미함, 허무함, 비고정성 등에 주목하여 기존의 가치에 물음을 던지는 작업을 해왔다. 다양한 매체와 공간을 활용하여 존재가 남기고 간 흔적을 통해 인간의 삶을 투영한다. 현재 그는 이와 같은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

프로필
내일 모래 계란 한판을 채우는 작가 김우중은 예술의 본질에 관심을 가지고 존재를 흔적으로 드러내는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는 전남대학교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현재 홍익대학교 조소과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서울, 부산, 광주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미술인공동체 [공(供) 아트스튜디오]의 일원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김우중’하면 떠오르는 작품이 없다고 하지만 작품에 관한 진지한 고민과 이에 임하는 확고한 그의 의지가 이후 기대하는 작가이다. Email: woojungsky@naver.com


정채경 기자  gjin201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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