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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아의 미얀마 편지] '초심으로 다시 도전'연재 마지막 회, "광주- 미얀마 여성네트워크 구축 나설 것"
  • 황정아 전 광주전남여연 대표
  • 승인 2017.06.1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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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부터 연재해온 <황정아의 미얀마 편지>가 이번 회를 끝으로 마칩니다. 지난 일 년 동안 미얀마 바간을 중심으로 봉사활동을 펼치면서 생생한 현장감과 때로는 미얀마의 정치 사회문화 모순을 가감없이 비판한 연재는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광주- 미얀마 여성네트워크'를 통해 양국의 여성인권신장과 정치적 권리확보에 나선 황 전 대표의 새로운 길을 응원합니다. /편집자 주.

난생처음 경험하는 45도를 웃도는 더위와 다종다양한 벌레들, 높디높은 언어 장벽을 안고 지냈던 미얀마에서의 1년이 훌쩍 지나가 버리고 집에 돌아 온지 3개월이 되었습니다.

개발활동을 오래 했던 어떤 선배가(나보다 훨씬 젊은) 한국으로 돌아온 후 역적응이 더 어렵다고 하더니만 한국의 추위(?)도 힘들고 참 느리고 천천히 가는 미얀마 시계에 비해 두 배는 빨리도는 듯한 한국 시계에 몸을 적응시키는 것도 정신없더니 지금은 그럭저럭 한국식 생활로 되돌아온 듯 합니다.

ⓒ황정아

그러나 가끔씩 미얀마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마무리를 다 못 한 미얀마 여성단체들의 현황조사도 아쉽고 거의 날마다 자전거 타고 다니던 바간의 파고다들, 9시간 밤 버스타고 다니던 양곤의 차이나타운과 레단 센터 부근의 생동감 넘치는 번잡함들, 즐겨 다니던 5천원 짜리 맛사지 샵, 말은 잘 안통해도 언제나 반겨주던 내 친구 모조와 네린쪼, 싼싸가 그리울 때가 많습니다.

가고 싶다고 훌쩍 다녀오기엔 참 먼 곳임을 다시 실감하기도 하고 이러다 어디도 정착하지 못 한 채, 부유하는 인생이 되믄 안되지 싶기도 하고 아직은 두어 갈래 길에서 서성이고 있는 나의 맘을 보기도 합니다.

요즘, 이제 무엇을 할 것인지를 물어보는 지인들의 질문도 그렇고 저 역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자문과 자답을 하는 시간을 갖는 중입니다.

ⓒ황정아
ⓒ황정아

아직 ‘그래 이거야’ 싶은 답을 찾지는 못 했지만 한 가지 분명한건 영어도 안되는 50초입의 아줌마가 도전했던 미얀마 해외봉사가 그냥 개인의 특별한 경험으로 남겨지기보다 이 경험이 지역사회에 공유되고 재환원될 수 있는 길을 찾아봐야 겠다는 것입니다.

거창하게 세계 시민으로서의 책무, 가난한 나라의 빈곤한 국민들 이런 구도가 아닌 용감하고 정의로웠던 미얀마의 여성운동 활동가들, 순박하고 다정했던 이웃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알리고 이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광주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찾고 함께 모색해 보려고 합니다.

그것이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무모하게 미얀마로 떠날 결심을 했던 것처럼 다시 도전하고 부딪히며, 깨질때 깨지더라도 한번 길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동안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소신 있게, 맨 바닥에 헤딩하기

2년 전 쯤, 대학원에 진학해 늦깎이 공부를 할 때, ‘국제기구란 무엇인가’에 대한 수업을 받을 때였던 것 같다. 이 수업은 전라도를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는 우물안 개구리인 나에게 국제 관계나 개발NGO 활동이라는 아주 낯선 분야의 신세계를 알게 해주었고 이 세계가 엄청시리 복잡다단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한 편으로는, 국제개발의 이미지가 늘 굶주림에 고통 받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거나, 갑작스런 자연재해로 집과 가족을 잃고 울부짖는 지구촌 사람들의 모습이 많은데 이것이 전부일까? 저개발국의 빈곤은 도무지 해결의 방법이 없는 것인가?

왜 이 사람들이 빈곤에 빠지게 되었는지 그 원인에 대해서는 왜 아무도 이야기해주지 않는 것일까? 의문이었고 이런 원인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해주지 않고 그저 “닥치고 그냥 기부‘만 하라고 하는 것 같아서 은근 불편하기도 했더랬다.

그러다가 미얀마에서 1년을 보내면서, 부분적이나마 2년 전 수업 때 마주했던 물음들의 답을 찾기도 하고 지금은 빈곤의 구조에 대해서도 어렴풋이나마 이해가 되기도 한다.

미얀마 역시 식민지 지배를 겪었고 해방 이후, 오랜 군부 독재를 거치며 비교적 잘 살던 아시아 국가에서 최빈국의 불명예를 안게 되고... 정부가 국민 생활에 필요한 물, 전기, 학교 같은 필수재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 해 국민들이 스스로 그것을 해결하는 나라, 도대체 미얀마 사람들에게 있어 국가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순간들.

1년 정도 미얀마에서 살다 보니 자연스레 미얀마의 역사, 문화, 관습 등등에 대해 접하게 되고 그것을 통해 미얀마 사람들에게 국가란 이런 의미이겠구나 싶은 자문자답을 내리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가졌던 질문중 아직까지 찾지 못 한 답, 집에 돌아온 지금 더 절실하게 답을 찾고 싶은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내가 살고 있는 광주에서 미얀마의 여성들-빈곤과 폭력의 상황에 놓여 있는 인신매매, 분쟁 피해여성들, 가난 때문에 제대로 교육 받지 못 하는 여성 청소녀들과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연대의 방법이 무엇일까’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지원하는 것이 유일한 연대의 방법일까?’라는 것이다.

미얀마에서 거주하면서 만났던 다수의 마을 주민들은 외국의 NGO인 우리가 마을을 방문하면 자신들이 처해 있는 어려움들-전기, 물, 학교의 부족등-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외국인인 우리가 해결해 주기를 기대한다.

현지의 로컬 NGO들도 좀 더 잘 사는 나라에서 온 NGO들로부터 각종 하도급을 받아 현지에서 일을 수행하는 역할을 하곤 한다. (물론, 모든 NGO가 다 그렇지 않고 지속가능하고 자립적인 주민들의 역량개발을 위해 진심으로 땀 흘리고 노력하는 NGO들이 더 많다)

물론, 이런 일들이 지구촌 이웃인 미얀마 주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기본 권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단지 우물을 ‘파주고’ 학교를 ‘지어주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 주는’일이 가난의 문제를 해결 하는 유일한 방법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두 번째로는 국제개발협력이라고 하는 분야는 서울에 있는 ‘본부’라 칭하는 큰 단체들이 하거나 전문 국제개발단체들이 하고 있는데 지역에서 이걸 어떻게 해볼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함이다. 즉, 국제개발이라는 활동의 토양이 풍부하지 않은 광주에서 비슷한 활동을 진행하는데 있어 어떻게 할 것인지, 현지 주민들의 지속가능한 생활 개선과 역량개발의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 것인지, 아주 아주 현실적인 물음인 것이다. ㅜㅜㅜ

집으로 돌아 온지 두 달. 선후배들, 지인들을 만나 조언을 얻으면서 내가 몰랐던, 광주만의 개발협력 활동의 내력에 대해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몇몇 선배님들께 조언을 구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는 ‘유레카!!’ 라고 할만한 답을 얻지 못 했다. 또, 앞으로도 꽤 많은 시간을 이 사람 저 사람, 사람들 옷 자락 붙잡고 질문하고 헤매면서 답을 찾아다녀봐야 할듯하다.

이렇게 팍팍, 막막한 가운데도 한 줄기 빛은 있었으니, 이런 이야기를 함께 할 수 있는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 있어 서로가 힘을 받고 얻고 있는 중이라는 점이다. 육아의 중간 중간, 알바의 중간 중간 만나 ‘우리가 뭘 해볼 수 있을지, 어떤 틀이 우리에게 필요할지, 어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 볼 수 있을 것인지’ 등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일희일비를 거듭하고 ‘힘들긴 하겠다...’ 는 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중. ㅜㅜ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과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때이고 아주 작은 일을 만들고 부딪혀 보면서 경험을 쌓아가야 할 때이니 일단, 좌충우돌, 무식하게 들이대보는 수 밖에....

내가 만났던 미얀마의 여성들, 그리고 아이들의 기본적인 인권 확보를 위한 아주 작은 활동들--을 조직하고 연대를 만드는 일, 좀 더 크게는 광주와 미얀마 여성들의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연대하는 일까지, 숱하게 실패하고 좌절도 하겠지만 그래도 소신 있게, 기꺼이 맨 바닥에 헤딩을 해볼 참이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고 연결될수록 강하다’는 여성주의자들의 구호처럼 첫 연결이 어렵지 연결이 시작되면 광주와 미얀마 여성들의 강하고 튼튼한 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황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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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아 전 광주전남여연 대표  huksan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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