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도 청문위원이다

개가 웃는다는 말이 있다. 동물농장을 보면 실제로 웃는 개가 있다. 개가 청문회를 본다면 어떤 반응을 할까.

“이제부터 우리를 거론하지 말라. 인간들과 섞기는 게 창피하다.”

무엇이 창피하다는 것일까.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국민의 눈은 속이지 못한다

청문회 철이다. 메뚜기도 한 철이라고 했는데 TV를 꺼버리고 싶다. 딴에는 대단한 질문을 한다고 할지 모르나 영 아니다.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싶지만 그래도 명색이 국회의원인데 체면이 말이 아닐 것 같아서 참는다. 자신들도 잘 알 것이다. 모른다면 불행이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청문위원들이 경위의 제지가 있자 노트북에 붙인 피켓을 떼어내고 있다. ⓒ팩트TV 갈무리

청문위원으로 출전하는 위원들을 보면 표정이 자못 비장하다. 후보와 전쟁을 해야 하는 전투병이다. 초전박살의 의지가 불탄다. 여당의 경우는 공격을 막아내야 한다. 피차의 책임이 무겁다.

TV 생중계를 통해 청문위원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전 국민에게 노출된다. 청문회 스타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가슴을 짓누른다.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가 어디 있는가. 청문회 스타가 되어 대통령이 된 정치인도 있다. 무슨 짓을 하든지 스타로 떠야 한다. 그러나 바보 되기에 십상이다.

인간의 약점을 들춰내라면 끝도 한도 없을 것이다.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약점도 있다. 숨기고 싶은 약점도 있다. 이것을 찾아내서 까발리는 것이 청문위원들의 사명이다. 청문위원들의 날 선 질문과 질책을 보고 있노라면 저 사람은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과연 그런가.

청문회를 보는 국민의 눈이 무섭다. 후보자의 과거를 들춰내고 과오를 지적해도 국민은 그것이 얼마큼 사실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안다.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양심의 눈이 보는 판단이다.

■국민 모두가 청문위원이다

한국당은 우선 후보자를 낙마시켜 놓고 보자는 전략이다. 적격자냐 부적격자냐는 상관없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인간은 없고 먼지 하나라도 물고 늘어져 최대한 상처를 입힌다. 과거의 야당이나 현재의 야당이나 다를 바가 없다. 국민이 지적하고 싶은 것은 청문위원들의 양식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청문회를 보며 국민은 기가 막히다. 한국당은 무슨 일이 있어도 김상조 후보를 낙마시킨다고 작심을 했다. 심지어 국회를 보이콧 한다고 엄포다. 과연 김상조 후보자는 부적격자인가. 김 후보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더 이상의 적격자가 없다는 평가다. 김상조 후보자에 대해서는 각계 인사 498명이 적격이라고 선언했다. 그들이 바보인가. 이들이 김 후보자를 신뢰하는 이유는 지난 20년 동안 그가 학자이자 시민운동가로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에 일관된 행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청문회장에서는 대단한 비리라도 있는 것처럼 혈압을 올리던 청문위원들이 개인적으로는 미안하다는 얘기를 하고 스스로 김상조 후보의 적격을 인정한다. 그들은 서로가 사안별로 분담해서 후보자를 공격하기로 약속을 했다고도 한다. 국민들은 야당의 터무니없는 트집(공격)을 보면서 혀를 찬다.

국민들은 야당이 재벌들의 은밀한 요청을 받고 김상조 후보를 낙마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토록 터무니없는 엉터리 공격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이 엉터리냐고 묻는다면 스스로 물어보라.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직자의 5대 결격사유로 제시한 것이다.

청문회에서 약방의 감초는 위장전입이다. 부동산 투기에 써 먹고 자식들 학군 배정에 써먹었다고 따진다. 물론 의도적인 악질적 범죄적 위장전입도 허다하지만 2.30년 전에는 죄가 되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청문위원들을 한 번 조사해 보면 어떨까. 어마 뜨거라 손사래를 칠 것이다. 부동산 다운계약서는 또 어떤가. 부동산소개소에 맡기는 것이 태반이다.

병역문제를 비롯한 크고 작은 비리들은 도처에 널려 있다. 성인군자라 해도 걸리지 않을 재주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도 청문회를 통과해야 하는 공직에는 취임할 수가 없단 말인가. 원칙적으로는 그렇다. 모래밭에서 보석을 찾기보다 힘들다.

■국민의 칭찬이 최고의 훈장이다

청문회를 보면서 국민들은 인간의 뻔뻔스러움에 얼굴을 붉힌다. 정치인의 얼굴 가죽이 두꺼운 것은 익히 알지만, 청문회를 보면서 새삼스럽게 탄식이 나온다. 인터넷 한 번만 치면 과거가 그림처럼 펼쳐지는데 성인군자 같다. 비판하면 정치를 몰라서 그런다는 것이다. 정치를 잘 아는 인간들이 하는 짓이 저 지경이라면 차라리 모르는 게 낫다.

일자리 해결을 위한 추경에 대해서 한국당이 반대를 분명히 했다. 국민이 묻는다. 이명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실업자는 세계적 금메달감이다. 무슨 할 말이 있고 내세울 얼굴이 있기에 추경을 반대한다는 것인가. 국민에 대해 최소한의 양심을 보여야 한다. 자신들이 앞장서서 일자리를 위한 추경편성을 요구했어야 한다. 한국당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포기했는가. 지지율 8%가 너무 과분한가.

새 대통령이 등장한 지 이제 겨우 한 달이다. 대통령을 지지해서만이 아니라 이명박근혜 9년 동안보다 더 많은 일을 한 느낌이다. 국민들의 느낌도 그렇다. 지지율 80%가 넘었다고 해서가 아니라 민심의 흐름은 뭔가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왜 한국당은 그것을 못 느끼는가. 일부러 그러는 것인가.

죄 진 자가 용서받는 방법은 참회하고 새롭게 변하는 것이다. 이제 세상이 변했고 국민들은 기대에 부풀어 있다. 새로운 가능성에 가슴이 뛴다. 이에 부응하는 것이 정치다. 비록 국민에게 질타를 당하는 정치라 할지라도 이제 새롭게 태어나면 국민은 박수를 칠 것이다. 박수받기 싫은가. 지금까지 박수받은 적이 몇 번이나 있는가. 거리에 나가면 너도나도 업어주겠다는 국민들이 나서는 그런 정치인이 되고 싶지는 않은가.

자격 없는 후보자는 가차 없이 낙마시켜야 한다. 그러나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좋은 후보자를 상처 입히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당도 다시 여당이 될 수 있다. 협치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국민을 생각하면 된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여야는 새로운 조국을 건설한다는 마음으로 청문회에 임해야 한다. 귀신보다 더 무서운 국민의 눈이 자신들을 청문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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