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열흘 동안 취한 일련의 개혁조치들과 인사는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제37주년을 맞아 내놓은 기념사에서 "5월 광주는 지난겨울 전국을 밝힌 위대한 촛불혁명으로 부활했다"고 말한 것은 인상적이다. 촛불이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하고 대선을 가능케 한 것을 혁명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바탕으로 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혁명정부인가라는 의문이 떠오르게 된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 어느 누구도 공개적으로 혁명정부라고 말하지 않는다.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 언론도 마찬가지다. 

지난 18일 제37주년 5.18광주민중항쟁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유가족 김소형(37)씨를 포옹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김소형 씨가 1980년 5월 18일 자신이 태어난 날 아버지가 계엄군 총탄에 목숨을 잃은 사연을 소개하면서 눈물을 흘리자 다가서서 안아주었다.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21세기 들어 발생한 튤립혁명(2005년), 오렌지 혁명( 2004년), 장미혁명(2003년), 불도저 혁명(2000년) 등을 살피면 촛불은 명실상부한 혁명으로 부를 만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촛불을 올해 노벨 평화상 신청을 해야 할 만큼 확실한 혁명적 사회현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 촛불 혁명, 촛불 대선이라는 표현은 자주 사용되었는데 왜 문재인 정부를 혁명정부라고 말하지 않는가? 이는 촛불이 발생해 진행된 과정이, 전통적 혁명의 그것과 차이가 있기 때문인 듯하다. 동서양의 모든 혁명은 독특한 시대적 배경과 독자적 특성을 지니고 있고 촛불혁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촛불혁명은 민주주의와 헌법을 짓밟은 박근혜 퇴진 → 대선→ 문재인 당선으로 이어지면서 매 국면마다 그 주인공 역할이 바뀌는 양상을 보였다. 즉 촛불집회는 시민들이, 박근혜 탄핵과 파면은 국회와 헌재가, 대선은 대선 후보 등이 부각되었다. 

박근혜 파면에 이은 대선의 과정도 촛불시민들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지만 기존의 정치제도에 의해 이뤄지게 되면서 혁명적 과정이라는 인식이 약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새 정부의 등장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촛불혁명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촛불혁명은 광장에서의 집회로 시작되어 새 정부 등장으로 이어지면서, 촛불이 제시한 적폐 청산이라는 목표를 실천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촛불혁명은 3 단계로 나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박근혜 파면을 이끌어내기 까지 혁명 1단계, 대선이 진행된 과정은 혁명 2단계, 문재인 당선을 혁명 3단계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촛불대선 속에서 촛불의 지지로 당선되었고 촛불이 제시한 적폐청산과 개혁 작업의 추진을 위임받은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혁명 3단계는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새 정부가 혁명정부라고 공개적으로 지칭되지 않는다 해도 그 역사적 책무는 촛불혁명의 한 부분에 속한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혁명의 주체세력인 촛불은 박근혜 파면에 이어 촛불을 지지하는 새 대통령 선출이라는 혁명적 성과를 쟁취한 상황이다. 촛불은 혁명이 완성되어야 한다는 열망을 간직한 채 새 정부에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다. 

촛불은 향후 촛불혁명 진행 과정에서 적폐가 청산되는지를 지켜보고 그리고 그것이 관철되도록 노력할 것이 분명하다. 그에 따라 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선 정치 제도 속에서의 혁명적 변화를 지속적으로 감시, 격려하는 역할을 계속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이후 내놓은 개혁성 조치들이 돋보이는 것은 이명박근혜 정권이 지나치게 정상에서 거리가 먼 정치를 해왔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 결과 문 대통령이 정상적인 조치를 취하는데도 신선하고 감동적으로 비춰지면서 큰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촛불혁명의 완성으로 연결되는 개혁 입법이다. 적폐청산을 하면서 구조적으로 개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법을 새로 만들거나 바꿔야 한다. 입법부가 여소야대라는 점을 보면 개혁 입법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을 예고한다.
 
특히 대선 기간 동안 홍준표 후보는 ‘종북 좌파에게 정권을 넘겨주어서는 안 된다. 당선되면 박근혜를 석방시키겠다‘고 외치면서 보수 규합을 시도해 일정한 성과를 거뒀고 바른정당 소속 국회의원 10여명이 탈당해 친박이 버티고 있는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했다. 

이것은 한국 수구보수정치세력이 얼마나 타락하고 파렴치한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면서 새 정부가 추진할 개혁 발목잡기가 간단치 않을 것을 예고했다. 수구보수가 재결집하고 수구보수언론이 기레기 언론의 작태를 보이면서 새 정부의 적폐 청산 작업이 우여곡절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촛불은 문재인 정부에게 위임된 혁명 3단계의 추진을 손을 놓은 채 지켜만 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혁명적 구조 개혁이 미흡하다고 느끼거나 반개혁적 세력이 준동할 경우 촛불은 준엄한 심판을 내릴 동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형이 지난 18일 5.18기념식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참석자들과 손을 잡고 9년 만에 함께 부르고 있다.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새 정부에게 위임된 적폐 청산이나 민의를 확실히 담아낼 개헌, 선거 제도 개선과 같은 작업이 미진할 경우 촛불이 다시 불타오르면서 반혁명 세력을 압박하고 왜소하게 만들 것이 확실하다.
 
촛불은 이승만 독재와 부패정치에 항거한 4.19혁명과 80년 광주항쟁 등 한국 사회의 혁명적 변화의 직접적 원인이 된 시민사회운동과 적극적 저항의 연장선상에서 그 역사적 의미가 설명된다. 

촛불은 이미 지난 수개월 동안 적폐 청산과 새 정치를 실천할 대장정의 과제를 다 제시했다. 촛불이 제시한 개혁이나 그 관련 주제는 개헌, 대선과 같은 거대 담론과 함께 제도적 미비, 이 사회에 누적된 수많은 모순과 부조리 등이 다 포함되어 있다.
 
이 점을 새 정부를 포함한 정치 제도권은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촛불에 의해 조성된 혁신과 개혁의 기회 속에서 정치권이 소아적 이익을 챙기려 한다면 촛불의 응징을 피하기 어렵다. 촛불의 시대는 투명한 시대다. 직업 정치꾼들의 체질이 된 야바위 짓은 결코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을 완성하기 위해 촛불이 고발하고 있는 적폐를 청산하고 제도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 촛불이 제시한 정치, 경제 민주화와 평화통일의 청사진을 실천하는 과정에 촛불과 항상 소통할 장치를 제도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적폐청산 반대세력들을 왜소화시키면서 밝고 투명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윗 칼럼은 자유언론실천재단에 실린 것을 재게재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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