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5.23 이른 아침, 믿기지 않은 비보를 듣고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정신을 차려 봉하로 달려갔고, 현지 대책회의를 거쳐 다시 지역으로 복귀하여 옛 전남도청 자리에 분향소를 차리고 당신의 군사들은 상주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국민장을 치르러 봉하에 모여 500만 국민들과 함께 경복궁과 서울시청 앞 노제를 거치고 당신을 지금 그 자리에 모셨습니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 ⓒ최향동
ⓒ최향동

당신을 모신지 이제 8주기를 맞이합니다. 2009년부터 줄곧 슬픈 가슴과 시린 마음으로 당신에게 가는 길이었습니다. 3년상을 치르고 더 이상 슬퍼하지 말자고 우리는 다짐했지만 사실은 올해 5월8일까지도 슬픔과 아픔의 시간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2012년의 쓰라린 패배와 좌절 속에서 우리는 더 단단해졌습니다. 그 단단함 뒤 마침내 우리는 2017년 5월 9일, 승리했습니다. 김대중 – 노무현 – 문재인을 잇는 민주정부 3기를 우뚝 세웠습니다.

5.18광주정신과 촛불을 든 1천7백만 주권자들의 정신을 담아 이룬 이 승리의 깃발을 제일 먼저 당신께 보고 드리고 싶었습니다.

아마도 그 날 새벽녘, 당신께서 잠들어 계신 봉하의 대통령 묘역을 찾은 이름모를 당신의 군사들은 기쁨의 큰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을 것입니다.

광화문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있었던 대통령 문재인 당선자의 마음도 어쩌면 봉하로 내달리셨을 것입니다. 저 역시 당선이 확실시되던 그 시각에 마음은 벌써 봉하에 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갈무리해야 할 선거뒷일들이 많아 몸은 광주에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5월 19일, 봉하를 단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몇몇 지인이 봉하의 길안내를 요청해서 봉하행 발품을 내딛었습니다. 처음으로 당신께 가는 길이 기뻤습니다. 처음으로 여유를 가지고 당신께로 갑니다.

최미향 '시민의힘' 공동대표가 지난 19일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서 문재인 대통령 당선 축하 글과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이 담긴 기념 액자를 들고 있다. ⓒ최향동
전남 진도 출신 석산 진성영 선생이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쓴 캘리그래피. ⓒ최향동

‘제 19대 대통령 문재인, 온 국민과 함께 축하드립니다. 민주정부 3기 – 정권교체를 보고합니다. 문재인지지 활동가 모임 [더광주] 올림’이라는 액자를 당신께 바칩니다.

이 액자에는 지난 4.18일 문재인 후보 광주집중유세에서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캘리그래피를 써서 주목을 받았던 전남 진도 출신 석산 진성영작가의 캘리그래피가 담겨 있습니다. 진 작가는 ‘무등산노무현길’ 표지석 서체를 써준 분이기도 합니다.  

이제 봉하를 구석구석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매년 빠지지 않고 당신께 갔지만 부엉이 바위만큼은 갈 수가 없었는데 이 번에는 가보고 싶었습니다.

봉하마을 부엉이 바위 가는 길에 자리한 작은 바위에 참배객들이 고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올려 놓은 담배 개피. ⓒ최향동
지난해 11월13일 광주 동구 운림동 문빈정사 앞마당에 세워진 '무등산 노무현길' 표지석.(글씨 석산 진성영). ⓒ최향동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광주 충장로 1차 유세에서 태극기를 배경으로 두손을 들어 승리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최향동

‘그 때 담배 한 대 있었으면~’ 부질없는 생각인줄 알면서도 하늘을 봅니다. 부엉이 바위 가기 직전의 작은 바위에 담배 한 대 올려놓은 사람들의 마음을 제 마음 속에 포개보았습니다.

자연의 한 조각이된 당신을 이제 온 몸으로 맞이합니다. 당신의 향기가 묻어있는 봉하의 구석구석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사자후를 토하던 당신의 모습 그대로 빼다박은 봉수대 사자바위에서 소리질러 봅니다.

‘야! 기분좋다’
저와 동행했던 지인도 이제는 다른 사람들을 이끌고 봉하에 오게 되면 봉하해설사가 다 되어 있을 것입니다. 5월 23일 다시 봉하에서 뵙겠습니다.

2009년 5월 22일

참여정부 시민사회 행정관 최향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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