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 게 겁나면 싸우지도 않는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누군가. 용기 있는 사람이다. 용기는 아무나 갖고 있지 않다. 때로는 목숨도 버려야 한다. 역사는 용기 있는 사람에 의해 발전한다.

죄도 없이 당하는 사람이 많다. 죄도 없이 죽은 사람은 독재정권 시절에 수없이 많았다. 아직 생사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죄도 없이 사형선고를 받고 다음 날 집행을 당해 세계 사법사에 기록된 독재정권도 있다. 변기통에 거꾸로 매달려서라도 살고 싶다는 사형수의 비원이다. 얼마나 살고 싶은 삶인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민족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양수정이 쓴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는 사형장을 지켜 본 기록이다. 4·19 이후 처형된 정치깡패와 발포명령자들의 마지막 심정은 어땠을까. 서대문형무소 사형장 교수대의 밧줄은 사형수들 목에서 묻은 기름때로 노랗다. 얼마나 많은 목이 저 줄에 걸려 숨을 거두었을까.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게 산다고 해도 죽음처럼 두려운 것은 없을 것이다. 다음에는 좋은 세상에 태어나라고 아무리 빌어줘도 죽으면 소용이 없다.

■공포를 이기는 가치

유신독재 시절 부산 조방 앞에서 경찰이 쏘는 최루탄을 맞으며 아스팔트에 홀로 앉은 채 꿈쩍 않던 노무현. 그러나 나중에 들은 노무현의 고백도 역시 무서웠다고 했다.

공포도 본능이다. 이를 뛰어넘는 사람이 있다. 본능을 뛰어넘은 가치다. 그들에 의해 우리는 지금 변하고 있는 한국의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박종철 이한열 열사를 비롯한 4·19와 5·18 희생자를 기억한다. 이제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행사장에서 목청껏 부르며 우리는 ‘사람 사는 세상’이 왔음을 실감한다. 이런 세상을 기다리며 우리는 10년을 싸웠다.

5월 9일 오후 8시. 투표가 끝나고 출구조사가 발표됐다. 그 순간 터지는 함성은 아름다운 음악처럼 들렸다.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듣는 감동이었다. 다음 날 국회에서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고 새로운 대통령이 선서할 때 왜 눈물을 쏟았을까. 눈물에 겹쳐서 어른거리는 얼굴 속에 노무현 대통령이 있었고 얼굴을 배경으로 장미처럼 아름답게 피어난 글자는 ‘민주주의’였다. 자유를 위해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얼굴이었다.

민주주의는 너무나 많은 눈물을 요구했다. 이제 또다시 민주주의를 빼앗겨서는 안 되고 빼앗지 못할 것이다. 절대로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두들겨 맞아도 간다

대통령이 조국 교수를 ‘민정수석’으로 임명했을 때 도처에서 탄성이 들렸다. 그 중에서 내 귀를 때리는 것은 감탄과 탄식이었다. 무슨 소린지 알 것이다. ‘두들겨 맞아도 간다’라는 조국 교수의 비장한 한마디에 내포되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명을 바쳐 이룩하겠다는 개혁의 3대 과제 중에서 국민들은 검찰개혁을 으뜸으로 꼽는다.

법이 굴절되면 정의는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쓰레기통에서 법이 부패되어 풍기는 악취를 맡으며 국민들은 촛불을 들었다. 조국이 민정수석으로 임명되면서 탄식한 것은 부패한 자들이며 감탄한 것은 국민들이다.

국정농단의 출발선이자 종착점은 바로 우병우 민정수석이라고 국민들은 믿고 있다. 세월호와 박근혜의 사라진 7시간이며 정윤회 문건도 역시 같다. 이것이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는 한 국민의 의혹도 가시지 않는다. 국민들은 조국 민정수석이 밝혀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웅동학원 1년 예산 78만원

조국이 누군가. 두들겨 맞아도 간다는 사람이다. 걸릴 것이 없다. 검찰 출신도 사시 출신도 아닌 법학 교수 출신이다. 무엇보다도 그가 걸어 온 길이 국민의 신뢰를 담보한다. 신뢰 이상의 보증수표가 어디 있는가.

벌써 일부 언론이 긁어댄다. 조국 민정수석의 모친이 운영하는 웅동학원의 역사는 100년이 넘고 1919년 3·1운동 당시 웅동·웅천 지역의 독립만세를 주도했다. 한국전쟁에는 교사와 학생 46명이 학도병으로 출전해 18명이 전사하기도 했다. 학교 1년 예산이 78만 원이다. 이런 학교를 상습 세금탈루자로 일부 언론이 매도했다.

의도적 흠집 내기라면 아니라고 할 것인가. 이 사실이 보도되자 국민들은 너도나도 후원을 자청하고 나섰다. 웅동학원 측은 사양했다.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이것이 바로 신뢰다. 국민은 이미 진실을 알고 있었다. 그 매체는 사과했다.

이제 한국의 언론도 이런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근거 없이 칭찬도 말아야 하지만 역시 근거 없는 음해와 허위보도와도 이별해야 한다. 그것이 언론으로서 제대로 대접을 받는 것이다.

■걸어 온 길을 보면 갈 길도 보인다

국정농단을 확인할 수 있는 감찰 보고서는 박근혜의 한마디에 ‘찌라시’로 둔갑했다. 사건의 은폐를 주도한 사람은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덮어진 과정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조국 민정수석이 해야 할 우선 과제다. 조국은 일찍이 말했다.

“정윤회 문건 제대로 조사했다면 국정 농단 사태 안 일어났을 것이다.”

문재인 정권을 노리는 것은 극우 보수들만이 아니다. 편파보도의 선봉장인 종편들은 눈에 불을 켜고 조국을 지켜본다. 언론의 사명이 무엇인가. 정의구현을 목표로 사회 비리를 감시하는 것이다. 정치는 당연한 감시 대상이다. 어떤가. 지금까지 언론이 사명을 제대로 했다고 생각하는가.

언제까지 편파왜곡 보도의 그늘에서 벗어날 것인가. 언론탄압을 하는 정권은 이미 정당성을 상실한 정권이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기간 보도와 관련해서 KBS에 한 번도 전화를 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이명박근혜 정권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보도국장에게 전화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인식됐다. 문재인 정권에서도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존경’이란 마음속에 깊은 신뢰를 담아 보내는 귀한 선물이다. 존경받는 사람은 복 받은 사람이다. 한국 역사상 존경받는 군왕이 몇이나 되던가. 존경받는 정치지도자가 몇 명이나 되던가. 존경받는 언론인은 얼마나 되던가.

이제 새 시대가 출발했다고 믿는다. 국민은 염원한다. 다시는 추운 겨울에 촛불을 들고 떨지 않기를 기원한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절대로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국정을 농단하는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다. 이제 모두 새롭게 시작하자. 비장한 결심이 필요한 때다.

‘두들겨 맞아도 간다’는 사람을 지켜보자.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