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기억

김영미


엘리엇의 4월보다 더 잔인했던 광주의 5월
그러나
망각의 세포는
금이 간 화병처럼 꽃들을 좀 먹네

처절했던 꽃들의 비명
절대로 잊을 수 없던
잊혀지지 않은 것들이
무던하게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빛바랜 필름처럼 낡아가는 시간

그대여
우리, 기억이라도 더 이상 가난하지 말자

잊지 않겠습니다

1980년 5.18광주민중항쟁 당시 광주지역 여성들이 주먹밥을 만들기 위해 밥을 짓고 있다. ⓒ5.18기념재단 누리집 갈무리

** 김영미 시인은 전남 목포 출생. 광주매일 신춘문예 소설 입선,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황금펜 문학상 수상. <저서> 저개발 아파트, 할머니의 사진첩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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