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대 대선이 막을 내렸다,

울고 웃고 환호했다. 간절히 원하던 정권교체는 이뤘지만 그건 내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해냈다! 라고 이야기했지만 그 우리 속에 나는 없었다. 남의 축제를 바라보는 느낌을 지우지 못한 채 씁쓸함을 삼키고 다시 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어떤 정권교체인지 가 중요했다.’

ⓒ심상정 누리집 갈무리

청년의 눈으로 바라본 19대 대선은 한마디로 ‘재미없음’ 이었다.

지난 6개월 간 광장의 촛불로 시민들은 대통령은 끌어냈고 정권교체는 이미 이룬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대통령은 이미 정해진것같았고 결과를 조용히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다양한 후보들이 출마했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했지만 여러 후보들 중에서 강간모의범 이라는 화려한 전력을 자랑하며 절망감을 안겨주는 후보도 있었다. 다양한 후보들이 나왔지만 정작 우리의 다양성과 인권 등 먹고사는 문제 이상의 것들을 이야기하는 후보는 찾기 어려웠다.

사실상 정권교체가 기정사실화 된 시점에서 어떤 정권교체냐에 방점을 찍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심상정을 도왔다. 적어도 나에겐 단순히 대통령 한명을 바꾸는 선거가 아니기 때문이다. 심상정 득표율 두 자리 수가 갖는 의미는 진보정당의 존재이유를 명확히 해줄 것이라 믿었다. 느슨해진 거대야당에 긴장감을 부여하고 정치주체로서의 위치를 바로 잡아야했다.

‘현장의 열정은 차가운 현실을 녹이지 못했다.’

유급 사무원 하나 없이 오로지 당원들의 자발적 봉사로 이루어지는 선거.

가끔가다 시민들이 주시는 간식에 흐뭇해하고 월차, 반차 쓰고 나와 유세차에 몸을 싣고 다닌 당원들 군소정당의 애환이자 냉정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두자리수만 넘는다면 대한민국의 획기적인 변화의 시발점이 될거라 확신했다.

ⓒ심상정 누리집 갈무리

매 토론 때마다 오르는 지지율과 현장에서 만나는 시민들의 반응은 두 자리 수 득표율에 희망을 더했고 마침내 투표당일이 되었다.

마지막 유세 뒷풀이때 그 누구도 한자리수를 예상하지 않았다. 두 자리 수는 당연하고 15프로 에 가까운 득표율까지 우리의 목표와 기대는 높아졌다.

결과는 역대진보정당 후보 중 최고치 였지만 그런 걸로 위로받지 못했다.

박근혜 정권이 무너지고 보수가 분열된 유리한 조건에서 지난 두 번의 대선 때 받은 권영길 후보의 득표율보단 당연히 높아야했기 때문이다.

거대야당의 서포터즈 역할을 버리고 과감한 정치개혁의 주체로 우뚝 서자고 서로를 다독이기도 했다.

그것은 우리의 의무이기도 했지만 우리의 짐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진보정당’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직원들과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청와대 인선을 직접 구두 브리핑하고 국정교과서 폐지 지시를 내리는 등 권위주의 타파와 보수정권이 만들어 논 오류를 정면돌파하는 첫발에 놀라기도 하고 갑을오토텍 노조파괴에 일조한 사측 변호사를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으로 임명하여 개혁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되기도 한다.

그러나 진심으로 문재인정부가 선전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은 변함없다.

선거결과에 실망했고 모두가 밉기도 했다. 진정 대한민국 사회에서 진보정당이 서있을 자리는 없는 건가 라고 회의 하기도 했다. 그러나 6프로의 유권자들이 보여준 믿음을 저버릴 순 없다,우리는 더 정치화 될 필요가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선거시스템에 있기도 했지만 그것만 탓하기에 정의당의 실력부족도 무시할 순 없다.

ⓒ심상정 누리집 갈무리

고작 그 정도의 지지율 가지고 뭘하겠나라고 비웃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과거 민주노동당은 고작 열석으로 무상급식, 저상버스 도입,임대차 보호법,부유세 신설(지금의 종합부동산세) 등 많은걸 해냈다.

보수가 분열된 지금 , 우리가 그것보다 못할 이유는 없다. 원내에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과감하게 전달해야 한다. 거대 야당이 품지 못하고 대변하지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딛고 일어나야 한다.

22일간의 대장정 속에서 정의당은 좌절하고 상처입기도 했다. 상처를 딛고 우리는 오늘도 한보 앞으로 나가기위해 치열히 고민하고 토론한다. 더 깊게 , 더 넓게 시민의 바다로 뛰어들 시간이다. 다시 한 번 문재인 정부의 선전을 기원하며 대선 소회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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