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새 대통령에 바란다]

2017년 5월 9일, 드디어 대한민국 근현대사에 커다란 획을 긋는 일명 ‘장미 대선’으로 불리는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날이다. 저녁엔 숨죽이며 개표 과정을 TV생중계로 보았다.

김용국 정광고 교사.

드디어 문재인 후보가 득표율 41.1%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기쁘다. 아니 눈시울이 뜨겁다. 이는 박근혜 탄핵, 파면, 구속으로 이어진 촛불의 염원이 일궈낸 시대와 정의의 승리이고, 민주주의의 승리이자 국민의 승리에 다름 아니다.

5월 9일 아침, 투표하기 전 나는 목욕재계하는 기분으로 샤워를 한 후 집 근처 조봉초등학교 투표소로 향했다. 투표소 앞엔 이십여 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들의 뒷모습은 숙연함을 넘어 비장해 보이기까지 하였다. 저들은 지금 새 대통령에게 무얼 바라며 줄을 섰을까? 나도 새 대통령에게 희망사항을 마음 속 메신저로 날렸다. 그 희망사항 중 세 가지를 지면에 끄집어 내본다.

헌법적 가치를 복원하자

우리 근현대사에서 헌법적 가치가 제대로 구현됐던 적은 아직 없다. 특히 이승만 자유당 시절,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군사독재 시절 국민들은 후불제 민주주의의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만 했다. 헌법은 관 속에 누워 있었고, 그 관 위에 독재자들이 올라서서 국민들을 매질하고 있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거치며 서서히 헌법이 관에서 나와 햇빛을 보았다.

하지만 곧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을 거치며 다시 관 속으로 들어 한 발 들여 놓았을 때, 촛불들이 모여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외치며 지난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으로부터 헌법재판관 만장일치 결정으로 박근혜의 탄핵을 이끌어내고 말았다. 청와대를 안방 드나들 듯 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뒤에서 조종하며 국정을 농단했던 최순실은 호가호위하며 각종 국책사업을 통한 이권을 챙겼다.

또한 그녀는 정부 인사에 개입에 떡 주무르듯 하였고, 딸 정유라를 이화여대에 불법으로 입학시켰다. 박근혜는 또 어떤가? 대기업들로부터의 300억 원을 뇌물수수 등 13가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3백여 여린 생명들이 수장되던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그녀는 아이들을 외면한 채 미용 같은 사생활을 하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중의 하나인 자신만의 행복추구권을 실컷 즐겼다.

이렇듯 김두식 법학교수의 말대로 우리 헌법의 시계는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라는 18세기 기본권에 멈춰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뒤돌아 보건대 나는 이 말에 동의한다. 이런 각종 불법과 비리 행위의 기저에는 대한민국이 군주국가가 아닌 국민이 주인인 공화국임을, 주권이 국민에 있음을,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함을,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가짐을 망 각한 대통령의 독선과 무지가 자리하고 있다.

헌법은 한 국가의 최고의 이념을 담은 최고 법률로서 모든 법의 근간이다. 국민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그것이 헌법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념에 비추어 바른지 그른지 헌법재판소에 따질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그 판단을 제대로 할 때 국민은 법이 자신의 갑옷임을 믿고 각자의 생업에 매진할 수 있다. 이럴 때 국부는 절로 증대되고 국민의 삶의 질은 향상 되는 것이다.

문재인 새 대통령은 역대 독재정권과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이 망쳐버린 이런 헌법적 가치들을 복원함은 물론 이를 존중하고 꼭 실현하길 바란다.

닫힌 통일의 문을 열어젖히자

국민의 정부 수장이었던 김대중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의 초석을 닦은 이다. 2000년 6월 13일 냉전 이데올로기의 빗장을 걷고 분단 55년 만에 김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처음으로 직접 만나 두 손을 남북 화해의 손을 맞잡았다.

김 대통령은 남북 평화정착의 복안으로 개성공단을 조성했는데, 이는 전쟁 완충지대 역할을 톡톡히 했다. 또한 금강산 관광의 물꼬를 터 끊긴 남북의 허리에 피가 돌게 함으로써 화해 무드를 조성했다. 이를 두고 수구보수 우익 진영에서는 북한에 퍼주기를 한다며 색깔론을 펼치며 맹공을 가했지만 우리 국민들은 핵전쟁 걱정 없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었다.

남북이 평화적으로 통일해야 하는 이유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여서만은 아니다. 우선 전쟁을 예방할 수 있기도 하지만 나는 경제적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그 이유는 충분하다고 본다.

우리는 우선 풍부한 북한의 지하자원을 이용할 수 있다. 북한은 금 매장량이 1000톤~2000톤 가량 되는데, 이는 중국이 보유한 1000톤의 금보다 많은 양으로, 이는 20조 원 대에 이른다. 참고로 남한의 금 보유량은 14톤이다.

석회석 매장량은 1000조 원 대에, 마그네사이트 매장량은 1300조원 대에, 석탄 매장량은 860조 원 대에 각각 이른다. 철, 우라늄 등을 포함한 북한의 지하자원 총량은 3,700조원에서 4000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지하자원을 중국에 뺏길 순 없다.

통일 이전에라도 북한과의 점진적인 경제 교류 활성화를 통해 북한의 지하자원을 우리가 값싸게 활용하거나 이를 수입해 가공해 수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취약한 내수시장 확대를 위한 인구를 확보하는데 유리하다. 남한은 저출산으로 인해 고령화, 노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이는 남한의 경제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요소다. 하지만 남북이 통일되면 총 인구는 7천만 명이다. 탄탄한 내수시장이 마련되기 위해선 최소 1억 명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7천만 명은 그 기반을 다지는데 매우 유리하다.

또한 평화유지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2009년 현대경제연구원이 밝힌 자료에 의하면 통일이 되면 북한의 경제 수준을 남한의 경제 수준과 비슷하도록 10년간 들어가는 통일비용이 4조 원인 반면 무기 구입, 군 유지비 같은 평화유지비 156조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복지에만 활용해도 국민의 삶은 오히려 윤택해질 것이다.

남북 통일국가가 지하자원을 잘 활용한다면 경제적, 군사적, 문화적으로 부강한 통일국가를 이룰 수 있다. 이리 되면 강대국의 입김을 최대한 차단하기에 유리하다. 통일된 주권국가로서 주변 강대국들에 대해 과감히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설 수 있다.

문재인, 새 대통령은 이를 직시하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유지를 이어받아 국민이 핵전쟁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하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평화통일의 가교 역할을 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소득격차 줄이고 복지 강화하자

인간다운 삶의 최소한의 조건은 의식주 해결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엔 아직도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한 국민이 적잖이 있다. 그 중 가장 심각한 것이 ‘주’, 즉 집이다. 자신의 집을 갖지 못한 채 월세, 전세로 떠도는 ‘주택 낭인’이 허다하다. 국토교통부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자가점유율(자기 소유의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의 비율)은 56.8%에 불과하다.

소득별로 살펴보면 저소득층의 자가점유율은 46.2%로 2014년보다 1.3%포인트 떨어졌고 고소득층은 73.6%로 같은 기간 4.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전형적인 빈익빈부익부의 한 사례다. ‘주택 낭인’이 발생하는 원인은 주택을 여러 채 소유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주택 낭인’이 발생하는 보다 근본적 원인은 한 마디로 ‘갈수록 커지는 소득격차’이다.

노동연구원이 밝힌 「2015 소득불평등 보고서」에 의하면 소득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고, 전체소득자 10명 중 4명은 연간 소득이 1천만 원 미만이고, 6명은 2천만 원 미만이다. 심각히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6,470원이다. 이는 국밥 한 그릇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호주는 우리의 약 3배에 이르는 17달러에 이르고,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등은 우리의 2배에 이른다. OECD가 공개한 2014년 기준 임금 10분위 배율(임금 상위 10%와 하위 10%의 차이)을 보면 한국은 4.8배로 OECD 34개국 중 32위에 그쳤다.

한국보다 노동자 임금 상하위 10%의 격차가 심한 나라는 미국(5.0배)과 이스라엘(4.9배)뿐이었다. OECD 34개국 평균은 3.5배에 불과했고 일본은 3.0배에 그쳤다. 한국 노동자의 임금 상하위 10%의 격차가 큰 것은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이 낮기 때문인데, 2015년 OECD 34개국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최저임금은 27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사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생명줄이다. 돈이 마르면 죽음이 임박했다는 의미다. 국밥 한 그릇 값의 최저임금을 받는 알바생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어떻게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겠는가? 출산율은 절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어떻게 소비를 하고, 유효수요를 창출할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내집 마련은 꿈꾸기나 하겠는가?

복지는 사회의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서커스 그네 타기의 그물과 같은 것이다. 공연자는 밑의 그물을 믿고 멋진 기량을 발휘하는 것이다. 복지도 그 그물망이다. 복지의 그물망을 믿고 사회 구성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히 신기술에 도전하는 벤처 기업 창업에 나서는 것이다. 그들이 미래의 빌게이츠이고, 스티브잡스인 것이다. 나는 나와 가족들의 미래의 확실한 복지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더 많은 세금을 낼 용의가 있음을 밝히는 바다.

문재인, 새 대통령은 증세 확대와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국민 누구나 보편적 복지 혜택을 받게 함으로써 소외된 계층이나 소수자들도 최소한의 인간적 권리를 누리며 존엄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길 바란다.

문재인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희망사항을 두서없이 끼적여 봤다. 그가 케케묵은 적폐를 청산하는 가운데 국민 통합을 다짐으로써 국민과 함께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여는 대통령으로 기억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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