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새대통령에 바란다]

5월 9일, 투표하러 가던 길에 SNS에서 한 장의 사진을 보았습니다. 96세의 어르신이 어쩌면 당신의 마지막일 대통령 선거에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미리 투표용지를 만들어 연습하시는 모습이었습니다. 간절함이 느껴지는 그 손목 힘줄 하나마다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이번 선거는 말 그대로 모두의 간절함이었습니다.

김신영 조선대학교 총학생회장

정권 교체, 대통령 탄핵, 연인원 1600만 명이 참여한 위대한 촛불이 만들어지기까지 세월호의 절박함, 한일위안부 합의 무효를 위한 절박함, 소성리의 절박함, 광주의 절박함, 해고 노동자들의 절박함….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일들 속에서 대학생들의 목소리는 사실 크지 않았습니다. 시대의 부정의에 맞서 싸우던 대학생들의 모습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누군가에게는 “느그들 롤모델이 나”, “노오력의 부족”, “빚이 있어야 파이팅”하는 이겨낼 수 있는 고통에 찡찡거리는 철부지 여김을 받습니다. 또 누군가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며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 없다”고 힘들고 아픈 세상의 짐을 학생들이 온전히 혼자지게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미안하다”, “참 너희 때가 불쌍하다, 고생한다.” 고 피해자처럼 여깁니다.

맞습니다. 이 모든 일에도 쉽게 나설 수 없었습니다. 미친 경쟁 사회에서 성적 줄 세우기, 입시경쟁, 취업경쟁 속에서 살아온 대학생들입니다.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한 삼포세대에서 취업, 내 집 마련을 포기한 5포 세대를 지나 인간관계, 건강, 외모도 포기하더니 마지막으로 꿈까지 잃어버려 스스로를 N포 세대라고 부르는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탄핵이 있기까지, 전국의 대학가에서 박근혜 탄핵 성명을 내고 행진을 하고 촛불을 들었습니다. 전국 시국회의가 만들어지고, 거리로 나가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습니다.

이번 대선, 대학생들의 뜨거운 관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정권 교체는 희망입니다. 바꿀 수 있다는 상징입니다. 한 번의 정의가 실현되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사회에서 결국 국민이 하나로 뭉쳤을 때, 내가 작지만 힘을 모았을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에 대한 증명입니다.

정권 교체 되었다고, 대통령 바뀌었다고 모든 것이 달라진다고 여기는 것 아닙니다. 적폐청산, 계급 격차 해소, 비정규직 없는 사회, 사드 철회 자주 국방, 세월호 진상규명, 평화 통일…. 대통령 혼자 할 수 없습니다. 내딛는 걸음 모두 촛불이 가라는 대로 가시면 됩니다.

그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에 늘 치열하게 살아가는 대학생들이 있어야합니다.

대학생들은 누군가의 딸이고 아들이며, 시대를 만들어갈 사람이고, 노동자이며, 학문을 탐구하고, 공동체를 이루며, 밤새 토론하고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존재이기에 그렇습니다. 실수를 인정하고 반성할 줄 알며, 고인 물 썩게 두지 않고 실패로 성장하며, 새로운 방향으로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남을 위해 우는 것이 당연한 사람들이기에 그렇습니다.

내 소중한 한 표를 무기 삼아 노란 리본을 달고 박근혜 탄핵을 외치던 대학생들을 다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본의 노예로 살게 하지 말아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반값등록금”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합니다.

반값등록금은 현재 대학생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입니다.

총학생회장이 되고 나서 가장 먼저 학우 요구안을 받았을 때, 가장 많이 나온 것이 “시설 개선”과 “등록금 인하”였습니다. 학내에서 투표 독려를 위해 실시했던 대선 후보 정책 선호도 조사에서도 반값등록금 실현이 압도적인 차이로 지지를 받았습니다.

고액의 등록금 때문에 많이 힘듭니다. 돈을 벌기 위해 알바를 하고, 한 학기 벌어 한 학기 쓰고 또 그 다음 학기 휴학을 준비하는 친구들뿐만 아니라, 허리 휘어라 일해서 높은 등록금 내주며 ‘너만은 잘되어야한다’는 부모님의 거친 손이 생각나 죄인처럼 살고 있는 후배들도, 언제 장학금이 끊길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나도…. 사실은 우리도 꿈꾸고 싶습니다. 좀 더 치열하게 세상을 고민하고 끌어안고 함께 울고 함께 웃고 싶습니다.

등록금문제는 우리를 미래가 아니라 현실에 묶이게 하고, 죄인이 되게 하며, 타인의 삶에 관심을 두지 않게 하며, 무엇보다도 우리 바로 옆에 실재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정권교체가, 반값등록금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변화의 시작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명백합니다.

일단 시작합시다. 그리고 함께 걸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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