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작가회의와 함께하는 37주년 5.18광주민중항쟁 연재시

이팝나무

조성국

 

꼭 이맘때면

518민주묘지 가는 길

저수지에선

모락모락 김이 났다

그 누가 불을 지폈는지

보글보글 새하얀 쌀밥이 무르익었다

묘지 오는 양쪽 길로

쌀밥들을 쭈욱 차려놓았다

수천 그릇 고봉 쌀밥이

주렁주렁 열려 있으니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쌀밥 냄새가 사방팔방으로 퍼지는 이맘때면

엄마 아빠와 나는 물론이고

벌 나비 새들 하다못해 개미 떼나

땅속 지렁이까지도

떨어진 밥풀을 주워 먹으러 우글우글 모여드니

이만한 기념 잔치가 또 어디 있나 싶었다

 

** 조성국 시인은 전라도 광주 염주마을에서 태어났다 1990년 <창작과 비평> 봄호에 ‘수배일기외 6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15년 <문학동내> 여름호에 “구멍 집’외 1편을 발표하며 동시도 쓰기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는 시집 <슬그머니> <둥근 진동>이 있고, 동시집 <구멍 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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