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작가회의와 함께하는 37주년 5.18광주민중항쟁 연재시

오월의 어느날

정미숙

 

그 밤 굳게 닫힌 공장 철문에서
낮 동안 지뢰밭 지나온
서글픈 그 남자

 

무거운 수레 밀며
깡 박힌 손으로 훔친
굵은 땀방울
뼈 녹아 흐른 눈물이다
깊은 숨 몰아쉬던 야윈 얼굴
삶의 역사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담배 끼우고
힘들어도 아파도 안 아픈 척해야 한다며
서른살 되기 전
어서 이 공단을 벗어나야 한다며
처자식 없어도, 술 안 마셔도
하루 최저 임금으로
작년보다 올해가 더 힘들고 내년이 더 힘들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담배 연기 뿜으며 말한 그 남자

 

이백 원짜리 자판기 커피 한잔도
못 빼먹던 그 남자들
지금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그렇게 세월을 죽이고 있겠지

ⓒ민중의소리 갈무리

**정미숙 시인은 전남 고흥 출생. 『시인정신』 추천 등단 초당대학교 출강하였음. 시집 『이카루스의 날개』‘이카루스 정미숙’ 시화전(현대아트 갤러리) 개최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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