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작가회의와 함께하는 37주년 5.18광주민중항쟁 연재시

부엉이 바위에서

우동식


날개조차 접어야 할 어둠에는
추락마저 길이 될 수 있을까?

 

깨어있는 부엉이는
모두 잠던 밤이면 더 애절하게 울었다
바위에 발톱을 찍어 꿈쩍없이
동그랗게 눈을 부릅뜨고
부리로 밤의 깊이를 쪼으면서
귀깃을 치켜 올렸다

 

어둠은 울어야 깨어난다고
꽉꽉 막힌 어둠이 아픈데
절벽에는 비상탈출구가 없다고
구원을 향한 간절한 소리는
바위같은 침묵으로
굴러내린다
온몸 부딪쳐 북을 울리면
번쩍, 새벽을 깨울까

 

깨어나라
어서 일어나라
담배 한개비에라도 불을 붙이라
불꽃으로 살다 불 꽃 속으로 사라진 부엉이는,
밤이면 두 눈에 불을 켜고
날마다 새롭게 부엉이 바위에 앉는다
 

ⓒ노무현재단 누리집 갈무리

**우동식 시인은 <정신과표현>< 리토피아로등단>시집 < 바람평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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