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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산책] 스칼렛 요한슨의 '공각기동대'"새로운 시작을 열다"
  • 김영주의 영화칼럼니스트
  • 승인 2017.04.0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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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에서, 공각(攻殻)? 공격하는 조개껍데기? 왠 껍데기? 여기에서 껍데기는 조개나 거북이의 껍데기가 아니라, 인조인간을 조립하는 부품조각(the Shell)을 뜻한다.

그러니까 공각(攻殻)은 ‘공격하는 인조인간 또는 전사戰士 사이보그’라는 뜻이다. 영어로 ‘Ghost in the Shell’에서 ‘Ghost’는 흔히 유령이나 혼백을 뜻하지만, 여기에선 기계로 만들어진 로봇이면서도 그저 단순한 기계로서 로봇이라기보다는 인간이라고 해야 할 ‘그 무엇’을 뜻한다.

그게 어느 소녀의 ‘뇌’이지만 그 뇌가 그저 단순한 뇌가 아니라, 인간으로 존중 받아야 할 인격체로서 뇌이기 때문에 매우 각별하다. 그래서 그걸 ‘뇌’라고 부르지도 못하고 ‘정신이나 영혼’이라고 부르지도 못한다. 영화에선 그냥 영어 발음 그대로 ‘고스트’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렇게 ‘고스트’라고 밖에 부르지 못하는 난처함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Ghost in the Shell’이라는 영어 제목은 절묘하다. 그녀는 단순한 기계로서 사이보그와 그 어느 인격체로서 소녀 사이에 가로놓인 틈새를 고뇌하며 갈등한다.

그리고 다시 또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방대한 네트워크에 숨 막히는 기계적 명령의 입력에 따라 움직이는 사이보그 기동대, 그리고 웅장한 거대도시에 강요되는 조직의 규율에 얽매인 인간 사이에, 무엇이 얼마나 다른 점이 있는지 날카롭게 묻고 있다.

시로 마사무네의 TV애니메이션이 그 원조이다. 그런데 1995년에 오시이 마모루가 TV애니메이션과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공각기동대]를 영화로 만들어 상영하였다. 크게 히트하진 못했지만, 나를 비롯한 열렬한 매니아들을 낳았다.

이 영화의 감독 루퍼트 샌더스도 그런 매니아였던 모양이다. 매니아들의 열광에 힘입어선지 아니면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욕망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2004년에 [이노센스]라는 제목으로 그 후속편을 보여주었다.

아주 잘 만들었지만, 1편이 주었던 충격과 감동을 넘어서진 못했다.( 이번 영화의 맨 앞쪽에 등장하는 게이샤 로봇이 소름 돋도록 괴기스러웠고, 성당의 스테인 글라스를 배경으로 하는 장면이 처연하면서도 아름답다. )

그의 이 두 작품들이 보여주는 그 진하고 매운 맛에 눈과 귀가 멀어버렸다. 말초적 감각으로만 진한 게 아니다. 우리 인류의 미래는 지금 현대도시의 거대한 기계문명이 드리우는 잿빛어둠에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 그의 [공각기동대]는 그저 공상적으로 꾸며낸 미래의 이야기만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금 우리의 삶에 음울하게 적셔드는 어둠을 그대로 닮았기에, 그 꾸며낸 미래가 진짜 우리의 미래가 될 것 같아 보인다. 우리 인류의 미래를 그리는 그 어떤 이야기나 영화보다도, 손에 잡힐 듯이 실감나고 깊은 사색의 산책길로 이끌어 주었다.

[공각기동대] 1편을 이야기하면서 침이 마르도록 찬양했다. “. . . 로봇이나 사이보그 만화나 영화에서, 이런 주제는 항상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선 그 주제를 다루는 솜씨가 범상치 않다. 서로가 1:1로 딱 들어맞지 않고, 이중 삼중 복합적으로 얽히고, 안과 밖이 모순으로 설켜있기 때문에, 그 내용을 이해하기가 참 어렵다.

그래서 두 번 세 번 보아야 할 영화이다. 더구나 대사가 빠르고, 스토리가 꼬여있어서 강한 집중이 필요하다. . . . 기계문명이나 거대도시에 깊은 그늘로 숨어있는 현대 사회나 미래 사회의 음울하고 스산한 분위기를, 강렬한 색감과 이미지로 우리의 뇌리에 깊이 배어들어 가슴에 스며든다.

그 동안 만났던 그 어떤 사이보그 만화나 영화의 기법도 사뭇 다르고 그 차원도 자못 다르다. 권위적 위선이 가득 찬 학문과 예술에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참신하고 구체적이다. . . . 그림이 그렇고, 색감이 그렇고, 화면 구성이 그렇고, 스산하게 깔려드는 배경음악이 더욱 그러하다.

그 어느 하나도 범상치 않다. 설정된 캐릭터의 분위기와 액션 그리고 그 주변에 설정된 갖은 소도구와 배경화면도 매우 의미심장하다. 참신한 사색의 산책길을 걸었다. 그래서 난 이 영화의 모든 걸 찬양하고, 이 세상의 그 어떤 예술작품보다도 높이 평가한다.”

<예고편>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134838&mid=33963#tab

이렇게 그의 [공각기동대]에 홀라당 반해서, 그 뒤로 이어지는 서너 편의 [공각기동대]를 만났다. 그러나 오시이 마모루의 작품이 아니었다. TV애니메이션의 냄새가 진하게 풍겨났다. 그 나름의 재미가 없지 않지만, 오시이 마모루 작품에 비하면 맛도 싱겁고 격조도 낮다. 실망했다.

그러던 차에, 느닷없이 루버트 재퍼슨이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스칼렛 요한슨을 앞장 세워서 실사영화로 만들었다는 [공각기동대]의 예고편을 만났다. 오시이 마모루의 맛과 냄새가 진하게 다가왔다. 게다가 스칼렛의 씽크로율이 100%를 넘어서는 카리스마로 날 덮쳐왔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 설마? 콩당거리는 가슴을 지긋이 누르고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잘 만들었다. 오시이 마모루 작품의 분위기를 잘 살려내면서도 자기 개성도 새롭게 담아냈고, 그의 1편과 2편에서 인상적이고 멋진 장면을 실사로 잘 잡아내면서도 자기 나름의 기법을 잃지 않았다. 그러니까 오시이 마모루를 표절한 게 아니라, 자기 나름대로 계승하고 발전했다. 그 표절과 창작 사이를 오고가는 아슬아슬한 솜씨가 매우 좋다.

그래서 오시이 마모루의 짝퉁이 아니라 루퍼트 샌더스의 새로운 작품이다. 이에 “이 영화의 마지막에서 ‘스파이더 탱크’를 박살내면서 자기 팔이 찢기고 온 몸이 만신창이로 부서지는 장면은 장렬하다 못해 숭고하기까지 하다.”며 그 먹먹한 감동의 장면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모든 게 루퍼트 샌더스의 능력이겠지만, 윌리엄 휠러의 각본과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가 그 1등공신이다. 오시이 마모루의 1편과 2편에 주눅 들지 않고 그를 계승하면서도 다시 새로운 시작을 이끌어낸 루퍼트 샌더스의 능력, 그리고 ‘구사나기 소좌’의 캐릭터에 씽크로율이 100%를 넘어서는 또 다른 캐릭터 ‘메이저 소좌’를 보여준 스칼렛 요한슨의 신들린 연기력에 기립박수를 보낸다.

김영주의 영화칼럼니스트  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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