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사회복지법인 시설 '가교행복빌라'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했던 분이 22일 기자회견에서 장애인들에게 보낸 편지 전문입니다.   

언니들! 미안합니다. (1)

안녕하십니까? 저는 가교행복빌라에서 생활재활교사로 근무했던 사람입니다.

오랜 시간 열정을 바쳤던 직장 ‘가교행복빌라’의 그늘과 곪은 부위를 드러내고, 소독하기 위해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이 순간까지, 저에게는 많은 고민과 용기가 필요했지만 , 저는 제 자신이 아니라 시설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용자를 위해서라도 꼭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광주인

현 시설은 ‘장애인’이 주체가 아니라 ‘이사장’이 주체가 되어 운영이 되고 있으며 이용자들의 먹는 음식, 입는 옷, 주거 환경까지도 침해를 받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힘들거나 지칠 때 위로받을 수 있고 나를 보호해줄 수 공간이 어디입니까? 그건 바로 집! 아닐까요? 하지만 인화원에서 전원조치라는 명령 하에 새로운 정착지에 자리를 잡은 이곳에서 이용자분들은 편하게 쉬지 못하고 늘 눈칫밥을 먹으며 살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날 방 안에서 입김이 나오고 심지어는 동상에 걸리기도 한 시설이 있다는 것이 믿겨지십니까? 혹은, 폭염 경보가 내린 날, 24시간 돌아가는 작은 선풍기에 의지하며 그나마 차가운 땅바닥에 몸을 붙여서 열을 식혀야하는 시설이 있다는 것이 이해되시나요? 

아니면 장마나 폭설이 내리는 날이면 천장에서 물이 떨어져 잠을 자지도 못하고 수건으로 닦아내고 큰 대야로 물을 받아내야만 하는 곳이 있습니다.

“설마” 했던 이 모든 이야기들이 가교행복빌라에서는 이뤄지고 있습니다. 시설을 운영하는 이사장과 원장은 단순히‘지적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용자분들의 결정권을 무시하고 본인의 입맛대로 특정 상점에서 의복을 구입하여 오거나, 혹은 본인이 입던 의복을 이용자에게 팔고 그분의 장애수당 카드를 이용하여 본인의 개인 옷을 산 적이 있었습니다.

또한 이용자의 장애수당 카드로 목도리, 점퍼 등을 구입하여 본인이 사용하거나 직원들이 사용하도록 지시하기도 하였습니다.

‘어떤 일을 하거나 누릴 수 있는 힘이나 자격’ 권리의 의미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시설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이용자분들은 본인에게 권리가 있는 지도 알지 못하고 있으며, 본인의 권리를 누군가에게 실현할 만큼 힘도, 용기도 없는 상황입니다.  

누구도 그분들에게 힘을 주지 못하였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조금만 더 그들에게 눈길을 돌려주시고, 함께 어려움을 헤쳐가려 한다면 정말로 좋은 세상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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